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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이 김혜경 수사의뢰" 조선일보의 황당한 왜곡

道雨 2023. 10. 19. 15:55

"김동연이 김혜경 수사의뢰" 조선일보의 황당한 왜곡

 

 

 

"전반적 법카사용 감사실시" 김 지사 국감서 발언

조선일보 "김혜경 법카사용 인정했다"로 둔갑시켜

여러 매체들, 김 지사 발언 확인 않고 받아쓰기 보도

국민의힘은 보도 인용해 정치공세…여론으로 굳혀

 

* 17일 열린 국회 행안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김동연 지사와 질의답변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지난 17일 일부 언론들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법카 사적 사용 최대 100건을 인정하고 수사 의뢰까지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였던 이재명 전 지사는 부인 김혜경씨의 이른바 ‘법카 사적 사용’ 논란 때문에 적잖은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낙선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도 있다.

 

김혜경씨 ‘법카 사적 사용 논란’은, 정치검찰의 보복 수사에 시달려온 야당 대표 이재명을 향한 국민의힘과 ‘이재명 안티집단’의 비난 소재로 자주 활용돼왔다.

그런데 이재명의 후임 경기지사인 김동연 지사가 이런 내용의 발언을 국정감사 석상에서 말했다니, 이는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반가운’ 뉴스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포털에도 버젓이 올라있는 이 기사는 사실을 왜곡한 ‘가짜뉴스’다.

 

 

김동연 지사의 국감 발언을 3분만 들어봐도 알 수 있는 이 황당한 ‘가짜뉴스’는 누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네이버·다음 포털에 17일 이후 게재된 ‘김혜경’ 기사를 검색하면 ‘김동연 지사, “김혜경씨, 법카 최대 100건 사용…”’과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수십건 올라온다. 이 기사들은 포털 주요 기사, 추천 기사로도 선정돼 클릭수를 올렸다.

 

포털 다음에서는 월간조선의 ‘김동연 “김혜경씨 법카 최대 100건 사적사용 의심”’(정광성 기자)제목의 기사가 최초 보도로 뜬다.

이후 ‘김동연, 김혜경 법카 사용 의혹에 “최대 100건 의심”’, ‘김혜경 법카 유용 의혹에 김동연 “60~100건 사적사용 의심 수사의뢰”’ 등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이어진다.

쿠키뉴스, 뉴스1, 조선비즈, TV조선, 펜앤마이크, 채널A 등등, 인터넷 신문을 포함한 여러 매체 기사의 제목이 모두 다 비슷하다.

 

기사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도 최초 보도는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 17일 기사(오후 6시50분 업데이트) 제목은 ‘김동연, 김혜경 법카 질문에 “법카 최대 100건 사적 사용의심...이미 수사의뢰”’(김명일·김수언 기자)였다.

문화일보도 같은날 ‘김동연, “김혜경, 법인카드 사적이용 100건 넘어”’(박세영 기자, 19시14분)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어서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들도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슷비슷한 수십건의 기사들의 제목과 내용만 보면, 김동연 지사는 ‘김혜경씨의 법카 사적사용이 최대 100건이나 있었고 그래서 이를 수사의뢰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김 지사는 17일 국정감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런 뉘앙스의 말조차 꺼낸 적이 없다.

 

 

* 조선일보 10월17일자 인터넷판 갈무리

 

 

 

언론의 황당한 왜곡보도의 근거가 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김동연 지사의 국정감사 질의-답변 내용은 이렇다.

 

(정우택) 지사 취임 이후 법카 사용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해서 감사관실 통해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있나?  

(김동연) 법카에 대해서 저희가 감사를 하고 수사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우택) 언제 자체 감사 했나? 공무원 A씨가 지난 8월 이재명 전 지사가 공금유용을 지시하고 묵인했다, 게다가 스스로 횡령했다면서 권익위에 공익신고 했다. 이것에 대해 감사관실에서 자체 감사했다면 이걸 파악하고 있나를 묻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제가 지금 자료가 왔는데, 감사는 2022년 초, 그러니까 제가 취임하기 전 7기 때, 그리고 그 때는 지사가 공석일 때...

(정우택) 취임하신 이후에는 안했다, 이 말씀인가?

(김동연) 이미 제가 오기 전에 감사를 다 했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

(정우택) 이때 제가 말씀드린 권익위에 공익신고한 이 사항이 그때 파악이, 적발이 됐었냐는 걸 묻고 있습니다.

(김동연) 감사 결과를 지금 보니까 저희 감사 결과는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이 된다. 그래서 업무상 횡령, 배임으로 경찰청에...

(정우택) 제가 묻는 것은 작년 2월 감사했는데, 공익신고한 게 거기에 포함됐냐 안됐느냐, 안됐으면...안됐다고 한다면 차제에 감사관실 동원해서 한번 전수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동연) 법카 문제는 이미 (지난) 감사에서 수사의뢰를 했고 권익위 건도 지금 지검에 배당이 되어서 수사 차원으로 넘어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우택)하여튼 저는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화 내용을 조선일보를 필두로 언론들이, 마치 ‘김동연 지사가 김혜경씨 법카 사적 사용을 감사결과 확인했고, 최대 100건 사적 사용을 의심해 수사의뢰도 했다’는 내용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악의적 왜곡보도, 즉 ‘가짜뉴스’인 것이다.

 

정우택 의원과 김동연 지사의 약 3분 정도의 대화 내용(영상)을 아무리 들어봐도, 김동연 지사가 ‘김혜경씨 법카 사적사용이 60~100건으로 의심’되고 또 그래서 이를 김 지사가 ‘수사의뢰했다’고 생각될 부분은 없다.

 

김 지사의 답변은 ‘지난해 (김 지사 취임 전에) 감사관실에서 법카 사용 전반에 관한 감사를 했고, 그 결과 60~100건의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김혜경씨의 법카 사적사용을 말한 것이 아니다.

 

‘수사의뢰’ 역시 지난해의 전반적인 법카 감사 결과로 했다는 것이지, 김혜경씨를 수사의뢰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 (권익위 공익신고 내용 포함해) 검찰 수사차원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하자, 정우택 의원이 이를 수긍하면서 ‘다시 한번 잘 들여다봐달라’고 하고 관련 질의답변은 끝났다.

 

 

* 포털 다음의 '김혜경'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다른 여러 매체들도 조선일보와 비슷한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기자들이 정우택-김동연 대화 영상을 찾아 한 번만 들어봤다면, 이런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그대로 받아쓰진 않았을 것이다. 

 

혹시 왜곡된 사실을 알고도 똑같이 받아쓴 것은 아니었을까?

상식적인 생각을 가졌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상식을 넘어선 지 오래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비슷한 기사들을 써낸다. 클릭수가 많이 나온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고 일단 쓰고 본다.

정치적 희생양을 만드는 경우에도 이렇게 사실여부를 따지지 않고 쓴다.

 

이 기사를 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안티그룹’들은 ‘그것봐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보도를 근거로 이날부터 또다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공세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정치언론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제작-확산 과정의 대표적 사례가 이것이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조선일보 같은 극우언론이 왜곡보도를 만들어내면, 다른 언론들이 확인도 없이 일제히 받아쓴다. 이것을 다시 정치인들이 받들어 성명과 논평을 내면, 왜곡보도를 낸 언론들은 또 이를 여론인 것처럼 뉴스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가짜뉴스 근절' 구호는 조선일보에서 시작된 가짜뉴스에는 결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 사실확인과 진실 추구는 실종된다.

가짜뉴스 생산, 유통, 확대재생산의 과정에, 팩트체크를 통해 가짜뉴스를 바로잡으려는 언론의 노력은 끼어들 틈이 없다. 한국언론의 일상적이고도 오래된, 고쳐지지 않는 질병이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언론, 가짜뉴스를 재생산 하는 언론, 또 이를 보고만 있는 언론인들은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까?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