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의 '야반도주' 탄핵의 힘 보여주다
자진사퇴라기보다 사실상 국회에 의한 '경질'
"혹독한 평가를 받기보다 도망가는 것을 선택"
윤석열-이동관 콤비가 보여준 국회 무력화 합작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앞두고 사임했다. 30일 밤에 전달된 그의 사의를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날인 1일 수리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언론장악의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국회를 무시하는 고압적인 행태를 보였던 그가, 막상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이를 피하기 위해 무릎을 꿇다시피 사표를 낸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임명된 지 3개월여 만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의 1일 낮 발표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저녁 물러나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얘기했고, 윤 대통령은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의 탄핵안 표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사표를 수리했다. 황급히 짐을 챙겨 방을 뺀 '야반도주’인 셈이다.
탄핵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이 위원장)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현재 국회가 헌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명백한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이 위원장의 사의와 윤 대통령의 거의 즉각적인 사표 수리로, 탄핵 대상자가 사라지게 됨으로써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절차는 멈춰서게 됐다.
이동관 씨와 윤석열 대통령이 각각 주역과 조역을 맡아, 국회의 헌법적인 탄핵소추 절차 무력화가 이뤄진 것이다. 방통위원장 임명장을 받으면서 윤 대통령에게 90도 각도로 굽혀 절을 올렸던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업무정지로 인해 윤 대통령의 언론통제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통위장으로서의 마지막 '충성 행위'를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지체 없이 수용함으로써, 이제껏 보여 왔던 언론 정책의 기조에 대한 어떤 재검토나 변경도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이를 '절묘한 한 수'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탄핵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랄 수 있다.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직무가 정지돼, 헌재에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6개월 가까이 시간이 걸리게 돼, 방통위 운영은 내년 4월 총선 이후까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을 피하게 되는 절묘한 수라는 것이 일부 보수 언론의 해석이다.
그러나 일단 이 위원장의 사퇴는, 내정단계에서부터 온갖 부적격성이 지적되며 거센 반발을 샀음에도 기어이 임명이 강행돼, 불과 3개월 동안 언론 장악과 와해를 밀어붙였던 그에 대해, 국회가 탄핵 심판 권능으로 무릎을 꿇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퇴라기보다는 국회에 의한 ‘경질’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일 성명을 내고 “탄핵의 갈림길에 선 이동관 위원장이, 자신이 그동안 벌였던 행태에 혹독한 평가를 받기보다 도망가는 걸 선택했다. 그는 끝까지 비겁했다”면서 “언론 통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방통위에 밀고 들어왔던 그의 사퇴는, 반성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닌 ‘도망’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벌써부터 이동관 씨의 후임에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과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동관 위원장이 최근 ‘보수’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만두더라도 제2의,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라고 말했듯이, 그의 후임들이 이 위원장이 벌여 놓은 일을 이어받아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 에디터promes65@daum.net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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