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불고불리 따라 무죄"... 유동규는 어떻게 무죄 받았나

道雨 2023. 12. 1. 18:46

"불고불리 따라 무죄"... 유동규는 어떻게 무죄 받았나

 

[해설] 김용-유동규 1심 판결 분석... 법원의 공소사실 변경 요구 불수용의 결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어떻게 1심에서 무죄를 받았을까?

지난 11월 30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법정구속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인 조병구 부장판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법원은 검찰에 정치자금의 수수와 공여의 구조와 관련해 피고인 유동규를 수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공소사실의 검토를 (검사에게) 권고한 바 있다. 검사는 이에 대해 피고인 유동규를 정치자금 부정수수의 공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했다.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무죄로 판단을 했다."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이 사건을 심리해온 재판부가 보기에 유동규는 김용처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게 아니라 남욱처럼 준 쪽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재판부가 검찰에게 공소장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권고했지만, 검찰은 계속 받은 쪽이라는 주장을 유지했다. 이에 재판부는 불고불리 원칙에 따라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이란, 검사의 공소제기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 절차의 법률원칙을 말한다.

 


재판부 "유동규, 불법 정치자금 전달은 명백하지만"

30일 재판부는 이번 선고에 대한 설명자료를 따로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 무죄로 준 이유에 대해 '대향범 법리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향범이란 2명 이상 참여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일 목표를 실현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정치자금 및 뇌물, 마약 사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사건의 경우 준 사람(기부자)이 있으면 반드시 받은 사람(수수자)이 있기 마련이므로, 기부자와 수수자는 공범이 될 수 없고 각 행위에 대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기부자로는 남욱 변호사가, 수수자로는 김용 전 부원장이 각각 유죄가 선고됐다.

그렇다면 핵심은 이거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기부자일까, 수수자일까?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 중 한명(수수 공범)이라는 입장이다. 기소도 그렇게 했고, 공소장 변경 권유에도 그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렇게 말했다.

"유동규와 정민용은 정치활동으로 볼만한 행보를 보인 바 없다. 남욱으로부터 조성되어온 정치자금을 분배, 관리, 사용할 재량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일부 착복하여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이른바 '배달사고'가 있긴 했지만 이를 임의 사용의 재량으로 볼 수 없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를 단순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 현장에서 "유동규는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지만, 정치자금 부정수수의 공동정범이라 할 수 없다"면서 "법리적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말은, 비록 무죄가 나왔지만, 만약 검찰이 처음부터 정치자금 수수자가 아니라 기부자 중 한명으로 기소했다면 유죄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검찰은 왜?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왜 그렇게 기소했을까?

또한 중간에 재판부가 공소사실 변경을 권유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아직 검찰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 다만 지난 9월 21일 열렸던 결심공판에서의 검찰의 발언에서 그 일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당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은 구형하면서도 재판부에 이렇게 강조했다. ( [관련기사: 결심공판 현장] 너무 차이 나는 구형, 너무나 다른 최후진술 https://omn.kr/25qn8

"유동규 피고인은 주요 공범인 동시에 정치자금 범죄의 신고자이기도 하다. 유동규의 제보성 진술로 본 건 범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피고인과 같은 사람들이 용기를 보여준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한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실형, 윤동규 전 본부장에게는 무죄가 나온 1심 결과에 대해, 다른 재판부에서 비슷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판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종훈(moviek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