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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걸려 만든 F-22랩터...KF-21도 다음 단계 준비해야

道雨 2024. 5. 21. 11:45

30년 걸려 만든 F-22랩터...KF-21도 다음 단계 준비해야

 

 

 

‘현존 최강’ 록히드 마틴 F-22A 랩터
스텔스 등 항공기술 집대성한 무기체계
2000억원에 달하는 가격·냉전 종식에
2011년 195번째 기체를 끝으로 생산 중단
2030년대부터 6세대 전투기로 대체 전망
2026년 체계개발 완료 앞둔 KF-21
미국의 NGAD처럼 다음 스텝 고민할때

 
                       *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의 모습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록히드 마틴 F-22A 랩터는 30년째 하늘을 장악하고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전투기입니다.

외계인 고문 기술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항공기술을 집대성한 무기체계죠.

제공권 장악을 위한 다목적 전투기 F-22 랩터는 3만5000파운드의 추력을 가진 프랫&휘트니사의 F119-PW-100터보팬 엔진 2기를 장착해 에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속의 1.5배 속도로 지속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최고속도 마하2.25, 해수면에서도 마하1.21로 비행할 수 있죠.

 

엔진 끝부분은 원하는 방향으로 추력을 집중해줄 수 있는 추력편향장치 덕분에 고받음각 등에서의 안정적인 기동과 선회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전투반경은 850㎞, 외부 연료 탱크 2개를 장착하면 3000㎞ 가까운 거리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2009년에 특정 각도에서 F-22의 레이더반사면적(RCS)이 0.0001㎡라고 밝힌 적 있습니다. 반면 AN/APG-77 AESA레이더로 평시 240㎞, 최대 400㎞ 밖의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해 요격할 수 있죠.

레이더에서는 거의 작은 새처럼 보이던 물체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했을 때는 이미 기체를 포기해야할 생각을 먼저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F-22는 포착한 표적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F-22 눈에 띄면 이미 상대방 전체에게 위치가 발각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무장은 480발을 장착할 수 있는 20㎜기관포와 6개의 공대공미사일, 사이드와인더 2개를 장착할 수 있고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 공대지미사일 2개나 GBU-39폭탄 8개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은 조종사 1명이 운영하는 이 기체의 단가를 2022년 8월 기준 1억4300만달러 우리 돈 2000억원에 가깝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랩터에 대한 개념연구는 1969년~70년 사이 진행된 미 공군의 차세대 전술전투기(ATF: Advanced Tactical Fighter)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15년 뒤 미 공군이 필요로 하는 공군 전투기가 뭔지에 대한 고민이 랩터 개발의 시작이었습니다. ‘1985년 미 공군 미래예상전력 연구사업’에 따르면 차세대 전술전투기는 공대지 능력을 핵심으로 하고 공대공 능력은 방어용으로만 갖춘다는 구상이었습니다. F-4 팬텀과 F-105, F-111을 대체할 계획이었죠.

이후 10년여 동안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던 미 공군은 ATF의 사업 방향을 공대공 능력에 중심을 두는 쪽으로 옮겨갑니다.

*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에서 관람객들이 미 공군 전투기 F-22 랩터를 살펴보고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미 공군은 1981년 5월, 9개 항공기 제조사에 어떤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지 당신들이 가진 능력을 보여달라는 정보제공 요구서를 보냈습니다. 몇 가지 단서를 달았습니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 전력화할 수 있어야하고, 비용은 120대, 150대, 1000대 생산을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엔진 제작사에도 정보제공 요구서를 발송했습니다. 후기 연소기(에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속 지속비행(슈퍼크루즈)을 할 수 있어야하고 이륙거리가 짧아야하며, 통합적인 스텔스 능력과 운영유지비용이 낮아야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해 11월 개념연구에 머물렀던 ATF는 사업 승인을 받아 공식적인 무기체계 사업이 됩니다. 개념연구를 시작한 지 11년 만이었습니다. 개념연구를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던 그 때, 미국 정찰위성들은 소련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MiG29와 Su-27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죠. 때문에 그냥 중요하다 수준에 머물렀던 공대공 전투능력, 즉 제공권 확보 능력을 갖추는 문제는 이 사업의 핵심으로 바뀝니다.

 

그러면서 대체할 대상 기종도 차세대 전술전투기가 운용될 시점에 한계에 다다를 F-15와 F-16, F-14, F/A-18로 바뀝니다.

1982년 미 공군은 7개의 항공기 제작사와 각각 100만 달러 상당의 개념개발 계약을 맺고 본격 사업에 돌입했습니다. 첨단전투기를 제작하기 위한, 마치 ‘쇼미더머니’ 같은 선발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된 겁니다. 각 제작사는 19개의 개념모델을 제출했고 미 공군은 이를 바탕으로 요구조건을 추가합니다.

 

스텔스 능력을 갖추면서 무장과 연료, 항공전자 장비를 탑재할 수 있어야하고 복합소재를 개발해 사용해야하며 첨단 레이더도 장착해야한다는 것이었죠.

1983년에서 1986년 사이. 미 공군이 심사하고 7개 기체 제작업체와 2개 엔진 제작업체가 경연하는 본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그 사이 미 공군은 수차례 요구조건을, 즉 심사 기준을 바꾸기도 했죠.

1986년 5월 미 공군은 두 종류의 기체를 2개의 다른 제작사가 만든 엔진을 장착해 비행성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기체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정말 극악무도한 요구조건에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룹을 형성합니다.

록히드는 보잉과 제너럴다이내믹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남겨진 노스롭과 맥도넬더글라스도 편을 먹었죠. 안타깝게도 그러먼과 록웰인터내셔널은 이 과정에서 탈락했습니다.

 

결선 경쟁은 두 컨소시엄이 펼쳤습니다. 각각 6억9100만달러를 지급하고 각기 다른 엔진사의 엔진을 장착한 전투기 2대를 만들어야했죠. 물론 엔진사 두 곳, 제너럴일렉트릭과 프랫&휘트니에게도 엔진 개발비용으로 6억5000만달러를 지급했습니다. 꼬박 4년이 넘는 제작기간을 거쳐 두 컨소시엄은 시제기를 출고했습니다.

1990년 6월 22일 노스롭의 YF-23A가, 8월 29일에는 록히드의 YF-22A가 출고됐고, 본격적인 시험비행을 펼쳤죠.

눈물 없이는 얘기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거친 두 기종의 최종 선정 결과는 1991년 4월 23일에 발표됐습니다. 프랫&휘트니사의 엔진을 장착한 록히드/보잉/제너럴다이내믹스 팀의 YF-22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경쟁은 끝났으니 제작과 납품만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시제기를 기반으로 6년의 개발을 추가해 1997년 9월 7일 조지아 주 마리에타에서 F-22 랩터의 첫 비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초 750대를 생산하려던 계획은 냉전의 종식으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랩터의 첫 비행이 있던 해, 미 공군은 자금 불안정 등의 사유를 들며 339대로 생산 계획을 줄였고, 2004년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83대까지 축소시켰습니다. 하지만 2008년 미 의회는 총 주문량을 187대로 확정해 국방 지출 법안을 통과시켰죠.

 

2006년 1월 13일 미 공군에 정식 배치된 F-22 랩터는 2011년 12월 생산한 195번째 기체를 납품하는 것으로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2030년대부터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와 미 공군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차세대 공중우세(NGAD: Next Generation Air Dominance)에 의한 유무인복합(MUM-T) 6세대 전투기로 대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념연구만 11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뒤 기종을 선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9년. 최종 기체 선정 후 추가 개발을 거쳐 전력화 되는 데 다시 15년이 걸렸습니다. 생각이 현실이 된 시간이라고 보면 30년이 긴 시간인지 짧은 시간인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전력화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지구 대기권 내에서는 F-22 랩터를 이길 전투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1970년대 ATF처럼 지난 2014년부터 2030년대를 대비한 NGAD를 시작했습니다.

 

뒤따라가는 사람의 마음은 조급합니다.

지난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지 20년 만에 KF-21 보라매 시제기가 출고됐고 오는 2026년 체계개발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미국만큼의 자금과 인력과 기술력이 없었지만 그래도 미국이 F-22를 현실화했던 30년에 비하면 4년 정도 앞당길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국민의 응원으로 비행시험은 지금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 스탭입니다. 우리도 미국의 NGAD처럼 지금부터 다음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해야하지 않을까요?

KF-21을 대체할 다음 국산전투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여러분의 의견 댓글로 남겨주세요.

 

 

 

오상현 기자

legend199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