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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도입돼도 기회의 사다리 탈 수 있다

道雨 2024. 7. 29. 09:28

금투세 도입돼도 기회의 사다리 탈 수 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우선 이들이 금투세 납부 대상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기본 공제금액이 연간 5천만원이라는 점이다. 연간 5% 수익률을 가정했을 때, 이 공제금액 이상의 매매차익을 내려면, 투자금이 최소 10억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개인투자자는 이런 여유자금이 없다.

한편, 해외 주식과 채권의 매매차익은 기본 공제금액이 연간 250만원으로 훨씬 낮지만, 해외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이미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있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채권 투자를 하면 매매차익이 비과세다.

 

대통령 말대로 거액을 투자하는 슈퍼 개미들이 우리 시장을 대거 이탈하면서 주가가 폭락할지도 따져보자. 비록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개인투자자가 금투세 납부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이들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우선 최상단에 있는 슈퍼 개미들은 개별 종목에 50억원 이상 투자한 대주주로서 이미 주식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어서, 이들의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보다 투자 규모가 작은 슈퍼 개미들의 주식 투자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세후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차익실현 매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각하는 순간 바로 금투세 납부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결 효과는 다수의 해외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 물론 이들이 금투세를 부담하면서까지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가가 본질가치로부터 조금이라도 내려오면, 금투세 대상자가 아닌 기관과 외국인의 집중적인 저가 매수로 주가는 순식간에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이다.

 

 

현재의 주가는 투자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 시점의 모든 요인을 선반영한다. 금투세가 주가 하락 요인이면 주가 하락은 시행 시점이 아닌 2020년 소득세법 개정 시점에 일어났어야 하는데, 당시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시행 2년 유예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금투세는 지난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다시 그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선거 다음날 주가는 폭락하지 않고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했지만, 이 현상은 선거 이전인 1분기부터 시작되었고, 지난해 11월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선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자금은 선거 이후에도 순유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투세가 증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개인투자자들도 언젠가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말 한참 후의 일이다. 매년 1천만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연 5%의 복리를 가정해도, 이들이 10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려면 무려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10년 이내에 10억원을 모으려면 매년 40%의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

기본 공제금액이 먼 훗날 낮춰질 수도 있지만,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 통산, 5년간 결손금 이월공제와 같이 이들의 실제 세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가 금투세 도입과 함께 도입된다는 점, 그리고 당장 내년부터 증권거래세 세율이 낮춰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보다는 득이 커 보인다.

 

 

금투세가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개인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만큼, 이들이 올라탄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세금도 아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지키고, 그동안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로 발생한 각종 의사결정 왜곡을 시정하는 세금일 뿐이다.

 

오히려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다. 밸류업을 위해 꼭 필요한 주주 중심의 거버넌스 개혁을 뒷전으로 미룬 채, 밸류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각종 감세 조치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투세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적극적으로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부양가족 인적공제 기준인 연간 1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계산할 때, 기본 공제금액과 결손금액을 차감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반기마다 이루어지는 원천징수로 투자 기회를 상실하는 문제, 세금 회피 또는 결손금 공제를 위해 고의로 동일 종목을 팔았다가 다시 되사는 편법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