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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상속세 깎아주고 빈곤층 보호엔 인색한 정부

道雨 2024. 7. 29. 11:00

부자 상속세 깎아주고 빈곤층 보호엔 인색한 정부

 

 

 

생계급여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역대 최대?

기본 통계도 무시한 결정…빈곤 해결 힘들어

“정부의 역대 최대 인상 주장은 사기와 기만”

“중위소득 인상 밀실 결정 방식 개편도 시급”

“생계급여 수급 막는 부양의무 기준 폐지를”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가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을 4인 가구 기준 609만 7773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572만 9913원보다 6.42% 인상된 액수다. 1인 가구 기준으로는 239만 2013원으로 7.34% 올랐다.

기준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 소득을 의미한다. 각종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국가장학금, 서민주택 공급 등 13개 부처 74개 복지사업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활용된다.

최저임금만큼 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기준 중위소득 및 급여별 선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되는 내년도 중위소득 6.42% 인상

 

정부는 25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인상 폭을 역대 최대로 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수 부족에도 약자 보호 강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과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역대 최대 인상률’은 허울뿐이고, 지난해와 올해 급등한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찔끔 올리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상으로 내년 추가 세출은 1조 원이 안 된다.

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 완화 방안을 담았는데, 이로 인한 세수 감소액은 4조 원이 훌쩍 넘는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고물가 영향으로 지난 3년간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이 70%에 달한다.

1분위 가구의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비 지출은 월평균 27만 4000원(2021년), 27만 5000원(2022년), 27만 원(2023년)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빈곤층은 적은 소득 내에서 생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이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빈곤층 생활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생계급여가 물가 상승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생계급여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 인상률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도 적지 않다.

 

 

생계급여 절대액 낮아 빈곤 탈출 여전히 요원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관련 통계가 나온 첫해인 2016년 4.00%, 2017년 1.73%, 2018년 1.16%, 2019년 2.09%, 2020년 2.94%, 2021년 2.68%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과 2023년, 2024년은 각각 5.02%와 5.47%, 6.09%로 인상 폭이 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약자 복지 강화 기조 등을 고려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수준 증가율을 적용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준 중위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내년도 급여별 선정기준은 올해와 동일하다.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8%, 교육 급여는 50% 이하다.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는 월 소득 195만 1287원,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는 76만 5444원 이하다.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의 ‘역대 최대 인상’으로 약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큰소리치지만, 절대 금액을 보면 과연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2025년 기준 중위소득과 연도별 인상률. 연합뉴스

 

 

 

역대 최대 인상률은 통계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

 

기준 중위소득은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3년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평균 증가율인 기본증가율과 별도 추가 증가율을 곱해서 정하는 게 원칙이다.

기본증가율은 세수와 경제 상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중생보위가 보정하는데,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준 중위소득을 정할 때 근간이 되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평균 증가율인 기본인상률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는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빈곤사회연대는 25일 정부가 내년도 중위소득을 공개한 직후 “역대 최대 인상이 사기와 기만”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 중생보위에서 2021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을 결정할 당시, 국가 공식 통계자료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발생한 격차 12.49%를 6년에 걸쳐 해소하기로 했다.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까지 한시적으로 추가 인상분이 더해진 값이 최종인상률이 되는 것이다.

 

올해 중생보위가 산출한 기본증가율은 7.81%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추가 인상분을 더한 값으로 인상률을 결정해야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는 셈이다. 그러나 최종인상률은 산출된 기본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6.42%에 그쳤다.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말하는 역대 최대 인상 뒤에,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반복된 사기와 기만이 숨겨져 있다고 질타하는 이유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기준과 괴리 커

 

기초법공동행동이 올해 기준 중위소득과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상 중위소득을 비교한 결과, 2025년 1인 가구 기준중위 소득 239만 2000원은 2023년 국가 통계자료 상의 중위소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국가 통계자료 상의 빈곤층이, 중생보위가 정한 기준에 따라 내년에는 빈곤층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는 이상한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빈곤사회연대는 “기준 중위소득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빈곤층 삶과 연결돼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고물가로 소득 하위 가구의 적자가 극심함에도, 정부 결정은 복지제도 바깥으로 밀려나는 빈곤층을 손 놓고 보고만 있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생계급여 수급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부양 의무자가 연 소득 1억 원 또는 일반재산 9억 원을 초과하면 생계급여 수급에서 탈락하는데, 이를 연 소득 1억 3000만 원 또는 일반재산 12억 원 초과로 변경했다.

복지부는 “국내 정서상 부양의무자가 굉장히 부자인데 생계급여를 지원한다는 게 맞지 않다”며, 부양 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폐지 아닌 완화로는 생계급여 수급 사각지대를 없앨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순히 소득과 재산의 정도만이 아니라, 기준이 존재함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 자료 : 빈곤사회연대. 기준 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상 균등화 중위소득 비교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민단체들은 “빈곤선을 낮추고 기초 생활 수급자의 생계급여를 낮게 유지해 온 중생보위 기준 중위소득 결정은, 빈곤과 불평등 해결이 아니라 확대에 기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부자 감세로 인한 재원 부족의 책임을 저소득층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정책 실패로 저소득층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왜 부정 당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에서, 중생보위가 속기록을 남기지 않고, 국민 참관을 거부하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생보위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 차관과 전문가,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