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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이 엉망진창'...이 카르텔 하루빨리 해체해야

道雨 2024. 7. 30. 11:49

'국정이 엉망진창'...이 카르텔 하루빨리 해체해야

 

[소셜 코리아] 부자감세로 미래지출 줄여...슈퍼 엘리트들의 신자유주의 맹신 심각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지금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정부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국토, 교육, 노동, 산업, 외교, 안보, 통일 등 모든 분야에서, 초보적인 근거는 차치하고 절차적 합리성까지 무너뜨리며 정책을 만들고, 소란스럽게 도입하던 정책을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회하거나 암암리에 진행하는 일이 반복된다.

'국정이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된다. 에너지·디지털 전환으로 분주해야 할 시점에, 대한민국은 방향을 상실한 무정부 상태 같다.

이 엉망진창 속에서 경제정책은 특히 시대착오적 신념에 지배되어 표류하고 있다. 대한민국 관료집단과 보수적 학계에 만연한 소위 '신자유주의'를 만병통치약처럼 처방하는 망령된 신념뿐이다.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대통령이 공언했던 대로, 내년에 시행하기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폐지하고, 매매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던 증권거래세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평과세와 세제 선진화를 위한 의회의 합의를 무시하고, 금융투자 소득이 발생해도 과세하지 않는 '비정상'을 지속하자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보호'라는 허술한 포장을 뜯어보면, 자본시장의 극소수 초고소득자들을 위한 부자감세라는 실체가 드러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 기반을 허무는 발표를 하면서, 기재부 세제실은 설득력 있는 논리나 합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정부는 취약부문의 민생안정과 경기회복 그리고 구조적 문제 해결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앞세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정책들을 짜깁기한 속 빈 대책뿐이다.

고물가, 고금리, 가계지출 감소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폐업률과 연체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볼 수 없다. 유례없는 세수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종합부동산세, 금투세, 상속세 등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으로 사태를 악화시킨다.

한국형 신자유주의 고속도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동경제'를 말하지만, 경제력 집중과 강자의 횡포가 만연한 한국 자본주의의 불공정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 등,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서비스, 교육, 의료 등 국가의 의무와 공공성이 강조되던 영역에서 금융과 산업화를 강조하며, 국가의 의무를 축소하는 정책기조를 견지하니 우려스럽다.

무주택자의 주거안정 대책은 없고, 오히려 각종 규제완화, 건설투자 활성화 등 집값을 올리는 정책을 강조해, 삶의 질의 필수요건인 주거안정에 반하는 결과가 우려된다.

신자유주의는 공공자산의 민영화, 공공지출 삭감, 규제완화 등, 민간부문을 확대하고 공공부문을 축소하는 일련의 정책 조합을 일컫는 개념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부문을 확대하면 경제개발이 촉진되고 더 번영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반영한다. 경제개발의 지체, 저성장의 원인이 정부의 비효율성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남미 독재자들이 단행한 개혁과 1980년대 영국 대처 내각의 개혁이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이다.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목표로 하지만, 실업과 불평등, 지역 간 격차 확대, 대외적 불안정성,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여, 오히려 경제발전과 지속성장에 해롭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금 경제학계와 주요 국제기구는 경제정책의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을 중요시한다. 포용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법을 강조한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서 힘 있는 관료들의 면면을 보면 검사 아니면 기재부 출신이다. 이들은 말로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재정지출뿐만 아니라 재정수입도 줄여 재정을 파탄낼 각오를 한다.

도대체 어떤 신념 때문에 재정파탄까지 감수할까? 바로 시장근본주의와 자유지상주의의 결합, 신자유주의다.

이들은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국가의 의무 지출을 늘리는 것을 지극히 꺼리고, 민간 주도 복지, 공공부문 인력감축, 외주화, 민영화 등에 집중한다.

현재 지출도 줄이지만 미래 지출도 줄인다. 어떻게?

미래 재정수입원을 없애는 방식으로. 미래 세수입을 줄이면, 미래 지출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낙수효과 운운하며, 극소수 최상위 계층의 세 부담을 먼저 줄이고 감세를 선동한다.

이렇게 재정수입이 고갈되면, 공공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민간부문이 확대되고, 공공부문이 민영화되고, 그 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 강자는 더 탐욕할 자유를 넓히는, 한국형 신자유주의 고속도로가 설계된다.

왜 관료들이 그렇게 모의하고 그런 신념에 충성할까?

그런 모의를 실제로 할 필요는 없다. 이미 관료사회의 관행, 전통, 조직문화 속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코딩되어 있다.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시스템이 모의하는 것이다.

군사독재 폭력을 자본의 폭력이 대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전북 정읍시 JB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스물일곱 번째, 신 서해안 시대를 여는 경제 전진기지, 전북'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사독재의 폭력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자본의 폭력이 대체한다. 탐욕스러운 거대 자본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자본의 영토 확장을 욕망한다.

자본의 욕망이 향하는 곳에 돈 벌 기회의 꽃이 피고, 이 꽃으로 검찰, 사법부, 기재부, 금융위 등 슈퍼 공권력의 엘리트 벌떼를 유혹한다.

공권력을 팔아 국민의 피 같은 돈을 빨아 먹으려는 유혹에 엘리트와 조직이 길들여지고, 이렇게 탐욕의 먹이사슬, 자본-엘리트 카르텔의 온상이 만들어진다.

이런 카르텔 속에서 수십 년 길들여지다 보면, 스스로 모의하는 인공지능 같은 시스템이 모든 주요 조직에 자리 잡는다. 그 시스템 속에서 슈퍼 엘리트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자기 역할만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그 공권력의 힘, 그에 상응하는 보상, 그리고 자기 능력을 동일시할 줄 알면 만사형통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더 이상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미 신자유주의화되었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의 파도가 몰아쳤던 남미 경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 지배하고 있다. 1980년대 영국을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향하게 했던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 지출 그리고 강력한 노동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초라한 사회복지와 더 초라한 노동권이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자본주의가 강자의 횡포 없는 공평한 시장질서에 의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누구나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받는 복지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엄중한 대전환기에 신자유주의 개혁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되뇌는 것은, 공직자가 멀리해야 할 나태와 태만의 증거에 불과하다. 자본-엘리트 카르텔 속에 실존하는 자아를 성찰해야 할 이유다.

바로 그 '중대' 카르텔이야말로 하루빨리 해체해야 할 첫 번째 개혁 대상이다.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 Journal of Institutional and Theoretical Economics >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