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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부자 감세' 추진, 그 끝은 결국 이거였나

道雨 2024. 7. 31. 10:50

정부의 '초부자 감세' 추진, 그 끝은 결국 이거였나

 

 22대 국회를 향한 정책 제안...1% 증세를 시작하라

 

 

 

 

지난 7월 22일 정부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초부자 감세가 핵심이다. 이미 발표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밸류업 배당소득세율 인하('주주환원 촉진세제')가 포함됐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원안이 이미 발의됐다.

모두 상위 1% 자산가를 위한 감세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전체 피상속인의 0.4%인 1251명이 수혜대상이다.

증여세 최고세율 인하는 전체 증여세 과세건수의 0.5%인 1144건이 수혜대상이다.

금투세 폐지는 주식투자자의 1.0%인 14만 명이 수혜대상(추정)이다.

배당세 최고세율 인하는 전체 배당에서 49%를 수령하는 0.1%인 1만 7235명이 수혜대상이다.

종부세 폐지는 전체 인구의 0.8%인 42만 명(법인 8만 개 제외)이 수혜대상이다.
 

   ▲ 정부 세법개정안의 수혜대상(2023) ⓒ 채은동

 

 

 

윤석열 정부는 낙수효과를 통해 99%가 수혜대상이라고 설명한다. 낙수효과에 대한 논박은 차지하고 1% 감세정책의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함의 1] 비상식 재정운용

정부는 국가재정 파산 직전 상황에서 초부자파티를 개최한 형국이다. 세수부족이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75조 원 누적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18조 원 규모의 초부자 감세를 추진한다. 그것도 대부분 상속증여세 감세이다.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세입이 매년 4조 4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를 5년 단위로 확장하면(누적법) 세입감소분은 18조 4000억 원이다. 이 중 상속증여세 감소분이 18조 6000억 원으로 전체 감세효과의 전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어느 정부도 상속증여세 감세만 추진한 적이 없었다.
 

       ▲ 정부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2025~2029) ⓒ 채은동

 

 

 

문제는 치명적 세수결손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2년 연속이다. 지난해 세수결손 56조 원은 역대급이었다. 예산 대비 결손비율 14% 또한 1998년 외환위기와 동급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세금이 작년보다 23조 원 잘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5월 현재 세금은 작년보다 9조 원 덜 걷혔고, 올해 현재 진행된 세수결손만 19조 원이다.

[함의 2] 불평등 가속페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의 원인을 경제성장률(g)을 뛰어넘는 자본소득률(r)로 보았다. 임금노동자는 쥐꼬리(g) 속도로 걸어가는 동안, 1% 자산가는 대박(r) 속도로 달려간다. 결국 쥐꼬리 연봉속도로는 대박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을뿐더러, 복리의 마법 덕에 격차가 점점 벌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는 서울 아파트 1채 보유의 의미를 절감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3월부터 5년 동안 4억 4700만 원 올랐다. 이는 상위 7% 임금노동자의 2017~2021년 세전연봉 합계액 4억 4774만 원의 99.8%에 해당했다.

윤 대통령은 그나마 있는 세금마저 폐지해 1% 자산가에게 날개를 달아주려고 한다. 종부세·금투세·배당소득세는 연간 자산수익률을 낮추고, 상속세는 생애 마지막 관문에서 생애 전체 자산수익률을 낮춘다. 증여세는 가족에게 나누는 자산 중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제도이다.

5개 제도 모두 부자에게 세금을 징수해, 초중고 교육사업과 약자 복지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된다. 정부의 감세정책은 상위 1%의 자본수익률(r)을 높이고, 99%의 가처분소득 증가율(g)을 낮춘다. 이미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 첫해 주거복지예산 5조 원 삭감을 경험했다.

[함의 3] 결국은 99% 대상 소비세 증세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세수결손과 초부자 감세의 끝은 증세다. MB-박근혜 정부가 보여줬다.

MB정부는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에 대한 대규모 감세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악화된 재정을 이어받았고, 2012~2014년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총 22조 원 세수결손 끝에,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리는 소비세 증세를 단행했다. 그 후 세수결손은 없었다.

현 정부의 선택지는 2가지다. 증세를 하거나 빚을 내야 한다. 초부자 감세와 재정건전성이 유이한 조세재정 정책방향인 점, 대통령의 초지일관된 정책자세를 고려하면, 빚보다 증세 가능성이 높다. 증세대상은 과거처럼 소비세를 중심으로 한 99%로 추측된다. 국민 모두의 고통분담을 주장할 것이다.

이미 학계와 공공기관은 소비세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국책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2023년 12월 '부가가치세의 장기 세원 분포 전망'보고서를 통해 부가가치세율 인상안을 제시했다. 한국재정학회는 지난 17일 '재정 안정성 확보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건강위해 제품 소비세제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주세 개편과 담뱃값 인상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1% 증세를 마무리하라

결국 누군가는 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현재 1% 감세정책, 미래 99% 소비세 증세는 재정위기도, 불평등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한번 결정된 세법은 다시 바꾸기 어렵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얽힌 세법을 바로잡는 일이다.

첫째, 상위 1% 감세를 멈춰 세워야 한다. 1% 감세가 진행되면, 세금 부족 심화, 불평등 심화로, 결국 99% 증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대한 대책은 간명하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및 대주주 할당관세는 현행 유지다. 우리나라는 소득세와 보유세 모두 부담이 낮다. 생애주기에 걸쳐 낮은 세금을 부담했으니, 마지막 상속세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소득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 49.5%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50%와 거의 같다. 우리 세제는 조세중립적으로 잘 설계됐다.

여야가 이미 오래전에 합의해서 세법에 명시한 금융투자소득세는, 일부 문제점을 교정하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해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원칙, 글로벌 스탠다드 등 과세 이유가 분명하다. 다만, 주식이 자산 형성의 주요 통로인 점, 과세에 따른 주식 충격 등을 감안하여 세부적인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종합부동산세도 현행 유지다. 2022년 세법 개정으로 인해 종부세 주택분은 크게 줄었다. 1세대 1주택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중과세율 대상자는 10분의 1로 줄었다. 징벌적 과세로 알려졌지만, 1세대 1주택자의 평균 종부세액은 82만 원이다. 서울 양천구 21만 원, 송파구 29만 원, 강동구 36만 원, 광진구 36만 원 등, 1인당 평균세액이 50만 원 미만인 서울 자치구가 10개에 달한다.

둘째, 법인세는 최고세율 적용기업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4단계 초과 누진세 구조이다. 대부분 선진국은 단일세율이기에, 모든 법인은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2023년 법인세를 신고한 103만 개 법인 중 최고세율 24%가 적용된 법인은 0.01% 137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법인에 대해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외국과 우리나라의 최고세율만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최고세율 시작점을 현행 30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낮출 경우 세제도 간소화되고, 윤석열 정부가 단행했던 2022년 법인세율을 높이는 효과도 발생한다.

셋째, 서민, 중산층에 대한 세 부담 조정이다. 상속세는 조세중립적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상속세 과세인원비율은 2019년 2.4%에서 2023년 6.8%로 빠르게 증가했다. 수십 년째 고정된 5억 원 일괄공제를 상향 조정하여 상속세 과세 인원을 조정해야 한다. 대신 이미 제도의 실효성을 다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 이런 정책조합이면, 저액 상속은 비과세되고 고액 상속은 증세될 것이다.

2023년 세수 결손 속에서 전년 대비 세금이 증가한 세금 중 하나가 근로소득세이다. 어려운 세수 여건 속에서도 노동자의 세금 부담은 늘었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에서 제안한 체육시설 이용료 소득공제 적용 확대, 근로장려금 확대,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확대 등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세법 개정은 민주당의 몫이다. 윤석열 정부는 세수 부족을 해결할 의지가 없고, 헌법은 조세 법률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결국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책임지고 1% 증세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증여세 1% 감세만 저지해도, 정부 예산안보다 연간 4조 원의 세입이 늘어날 것이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연간 1조 5000억 원(기재부 추정치) 이상의 세입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대상 확대는 연간 3조 원 이상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렇게 먼저 1%에 대한 증세를 시작한다면, 현재 심각한 세수 결손 문제도 일정 부분 풀릴 것이다.

이제 민주당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