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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경찰서 '역대급 마약 수사' 막전막후

道雨 2024. 8. 19. 12:47

영등포경찰서 '역대급 마약 수사' 막전막후

 

 

 

 

 

백해룡 경정의 국회 증언을 계기로 터져나온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흔히 '경찰판 채 해병 사건'이라고 부른다.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을 '채 해병 사망 사건'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듯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역시 '세관 마약 수사'를 빼고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백 경정은 "사건 자체가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면서 "사건을 먼저 알아야 그 외압이 무슨 의미인지, 수사팀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경찰 사상 역대급 마약 수사로 평가받는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의 수사 막전막후를 추적했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다.

이 기사는 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 자료와 자체 취재에 기반하고 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출처를 명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다만 여기에 기술된 문장은 모두 근거가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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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중국 국적 20대 여성의 자수였다.

지난해(2023년) 7월 말, 이 여성은 마약을 끊을 수 있게 도와달라며, 영등포경찰서에 필로폰 매매 일당을 제보했다. 탐문 및 잠복을 통해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주만인 8월 11일, 약을 판매한 중국인 조직원 2명을 검거하고, 필로폰 21g을 압수하는 성과를 올린다.

고무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총경. 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은 8월 14일 백해룡 형사2과장(경정, 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꾸려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을 지시한다.

김 서장은 약 한 달 뒤인 9월 20일 "용산에서 사건 내용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지만, 최초 수사 당시에는 이렇게 적극적이었다. 마약 압수 현장에서 경찰서장이 직접 진두지휘 하기도 했다.

중국 총책 검거와 쓰러지는 형사

수사는 순풍을 탔다. 중국 조직을 추적한 수사팀은 8월 18일 마약 유통책을 검거하며 필로폰 541g을 압수했다. 닷새 뒤인 23일 이틀 잠복 끝에 중국 총책 검거에 성공했고, 필로폰 압수량은 단위가 바뀌었다(5.4kg 압수).

중국 총책의 검거는 첫 번째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검거로 중국 조직-말레이시아 조직-한국 조직이 연계된 전체 그림을 파악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조직이 국내로 필로폰을 들여오고, 한국 조직과 말레이시아 조직이 유통하는 구조였다.

도망치는 중국 총책을 끝까지 쫓아가 검거에 성공한 형사가, 당일 집으로 돌아가다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는 수사팀으로 하여금 전의를 불태우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김찬수 서장은 "내가 어디로 가든 (쓰러진) OOO 형사는 끝까지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9월 5일 수사팀은 말레이시아 조직원 A와 B를 검거한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나흘 뒤인 9일 A와 B의 주소지로 말레이시아에서 국제화물로 보낸 나무도마 156개가 도착하는데, 이 안에 필로폰 20kg이 숨겨져 있었다. A와 B가 검거됐다는 걸 모른 채, 이 필로폰을 받으러 오겠다고 한국 조직과 중국 조직이 연락해 온다. 또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은 무려 필로폰 100kg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도마로 위장해 선적 대기중이라고 연락한다. 일망타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수사팀은 유치장에 있던 A·B와 함께 잠복에 들어간다.

수사팀에 직접 전화한 말레이시아 총책의 비아냥


하지만 위장 수사는 실패했다. 검거 사실이 새나갔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조직원은 나타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은 선적이 임박한 필로폰 100kg을 급히 거둬들였다. 이후 이 총책은 검거된 자신의 조직원 휴대폰으로 전화해, 백해룡 경정에게 이렇게 비아냥댔다.

"(한국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을 돌려주면 내가 직접 한국으로 들어가 자수하겠다."

비록 위장 수사는 잘 안됐지만,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의 성과는 눈부셨다. 이후로도 계속 수사를 진행한 수사팀은 총 24명을 검거했고(14명 구속), 밀반입 확인된 필로폰 양이 97kg, 그중 압수한 양이 27.8kg에 달했다. 이는 경찰 역사상 두 번째 규모였다. 또한 필로폰 100kg 국내 밀반입을 막은 것도 중요한 성과였다. 수사팀이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처럼 마약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9월 13일 김찬수 서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중요한 시점에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어 훌륭하다"면서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최고 수장의 이런 치하와 달리, 이즈음부터 수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문제는 한국 조직... 검거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

▲  2023년 10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서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조직 쪽은 총책을 검거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 말레이시아 조직 쪽은 총책은 못 잡았지만, 조직원을 검거하고 대량 반입을 막아내는 등 역시 성과가 있었다. 국외에 있는 총책은 국제공조수사가 필요한 문제였다. 9월 11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후세인 경찰청장과 치안 총수회담을 연다.

문제는 한국 조직이었다.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조직원 A와 B의 검거는 두 번째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검거 당시 경찰이 파악한 마약 반입 경로는 나무도마로 위장한 국제화물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화물편뿐 아니라 인편으로도 마약을 들여왔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해 1월 27일 두 사람을 포함해 6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4kg을 반입할 때는, 한국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진술까지 했다. 두 사람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큰 틀에서 서로 일치했다.

A가 봤다는 한국 조직 총책은 '검정색 벤틀리 승용차를 탄 잘생긴 30대 남성'이었다. 대략적이나마 세관 직원-한국 총책-말레이시아 총책 사이 커넥션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을 수사하면 한국 총책을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의 진술을 믿을 수 있을까?

한국 조직을 잡기 위해 한국 세관을 파고들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것이 맞을까?

 

 

 


이병한(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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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전 기사 : 백해룡 경정은 왜 인천공항세관을 주목했나 (https://omn.kr/29sya) 에서 이어집니다

 

 

마약 공범 세명이 "세관 직원" 말하고, 두명은 같은 인물 찍었다

 

 

[추적 -영등포경찰서 '역대급 마약 수사' 막전막후 ②] 문제의 날, 2023년 1월 27일

 

 

검거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A와 B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서로 일치했다.

2023년 1월 27일 오전 7시33분. 승객 232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672편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환승객 14명을 제외한 218명이 제2터미널 입국장으로 들어왔다. 여기엔 A(37세. 여)와 B(45세. 여), C(46세. 남)를 비롯해 마약 유통책 6명이 있었다. 이들은 필로폰을 몸에 부착하고 있었다. 총 24kg에 달하는 양이었다.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과 서울 명동

비행기 탑승 약 세 시간 전, 쿠알라룸푸르 공항 인근 가옥에서,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과 부하들은 유통책 6명의 종아리와 허벅지, 배 등에 비닐봉지에 소분한 필로폰을 1인당 4kg씩 부착했다. 이때 사용된 박스테이프가 1인당 4통에 달했다. 유통책 6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총책은 필로폰을 부착한 A와 B의 전신사진을 찍었고, 미리 준비한 겨울 패딩과 신발을 착용하고 캐리어를 들게 한 후 또 전신사진을 찍었다.

B가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물었다. 총책은 "이것을 한국 보스에게 보내주면, 다시 세관에게 보내주고,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들을 찾을 것이다. 너희가 알 바 아니다. 세관 직원들이 먼저 너희들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총책의 말대로 될까? 자칫 잡히는 거 아닐까?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입국심사대를 지나, 세관구역 직전 로비에서 유통책 4명이 모여 불안하게 서성였다. "CUSTOMS(세관 직원)" 복장을 한 남자 2명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면서 다가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중 한명이 C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C는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세관 직원 복장의 남자는 뒤를 가리켰다. 그쪽 구석에 아직 만나지 못한 유통책 2명이 서 있었다.

이렇게 다시 모인 6명은 세관 직원 복장 두 남자를 따라갔다. 그중 5명은 다른 승객들이 유도되는 통로가 아닌 4번과 5번 세관 검색대를 통해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B는 허벅지 압착으로 피가 흘러나와 잘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졌다. 세관 직원들은 그런 B도 세관신고서 접수장소를 통해 빼냈다. 이 과정에 작은 돌발상황도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유통책 6명은 택시 3대에 나눠 탔다.

오전 10시경 미리 예약해두었던 서울 명동의 호텔에 도착한 6명은, 1301호실에서 몸에 부착한 필로폰을 떼어냈다. 한 명이 몸에 붙은 테이프를 떼는 도중 피를 많이 흘려 약국을 찾다가 호텔 앞 편의점에 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필로폰을 모두 풀어헤쳐 총 4묶음으로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총책이 위쳇을 통해 근처 위치와 차량번호를 찍어주며, 벤틀리를 탄 한국 보스에게 전해주라고 지시했다. A와 다른 한명이 필로폰을 들고 갔다. 골목에 검정색 벤틀리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옆머리를 올려친 잘생긴 30대 젊은 남자와 미모의 20대 여자가 타고 있었다. 트렁크가 열렸고, 필로폰 24kg이 무사히 실렸다.


급변한 수사 환경...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이상은 A와 B가 털어놓은 2023년 1월 27일의 큰 줄거리다. 수사팀은 고민에 빠졌다. A와 B의 진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우선 명동 행적부터 검증해보기로 했다.

9월 9일 두명을 데리고 명동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결론은, 꽤 신빙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천공항 행적을 검증해볼 차례였다. 9월 22~24일 사흘에 걸쳐 인천공항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진술과 상황이 상당부분 들어맞았다. 더 나아가 A는 세관 직원들의 얼굴을 보고 세 명을 지목했다. 그는 "목숨 걸고 마약을 매고 왔는데, 입국을 도와준 세관 직원들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9월 11일 세관 연루 가능성을 상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수사팀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9월 20일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은 "용산에서 사건 내용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22일로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10월 6일로 브리핑이 잡히자, 그 전날(5일) 서울경찰청에 의해 보도자료에서 세관 내용이 모두 빠졌다. 그날 오전 강상문 서울경찰청 형사과장(현 영등포경찰서장)은 "지휘부에서 마약수사대로 사건 이관을 검토하라는 말씀이 있었는데, 내가 이관을 막고 있었다"면서, 이관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지휘라인이 아니었던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현 수원남부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제얼굴에 침뱉는 것' 등 발언을 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또다른 공범의 등장

▲  2023년 2월 김해공항세관에서 배와 허벅지에 필로폰 약 7kg을 밀수하던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C 일당 세명이 적발된 모습이다.

 

 

 


그 즈음, 수사팀은 A와 B의 진술에 등장하는 유통책 C가 이미 검거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C는 1월 27일 사건 한 달 뒤인 2월 27일에도 다른 조직원 2명과 함께 필로폰 7.2kg을 몸에 부착한 채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다가, 현장에서 세관에 체포된 상황이었다. A, B의 진술과 같은 수법이었다.

C는 8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8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했던 혐의에는 2월 27일 김해공항 밀반입만 있을 뿐, 1월 27일 인천공항 밀반입은 없다.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C를 조사했다. 1월 27일 건도 실토했다. 그의 진술에도 세관 직원의 도움이 등장했다.

수사팀은 C와도 인천공항 현장검증을 나갔다. 그 역시 상황을 동일하게 재현했고, 세관 직원 두 명을 지목했다. 앞서 A가 지목한 세 명과 동일 인물이었다. 미리 현장검증영장을 발부받은 수사팀은 이 과정을 모두 녹화했다.

공범 세 명이 같은 진술을 하고, 두 명은 동일한 인물을 집어내는 상황. 더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사팀 상황은 이미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언론 브리핑은 10월 10일로 다시 연기됐다. 10월 6일 아침 인천공항세관 통관2국장과 감사과장이 찾아와 "관세청장이 지시해서 인천공항세관장은 서울경찰청장을 만나러 갔고, 우리들은 과장님을 만나러 왔다"면서 브리핑에서 세관 언급을 안하면 안되느냐고 했고, 백해룡 경정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답한다.

몇시간 뒤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이 수사팀을 찾아와 "지휘부에서 영등포 사건을 마약수사대로 이관 검토 끝냈다"고 말한다. 그날 오후 폭력계장은 전화로 "이첩 지시 떨어졌다, 지방청 형사과장님이 흘러가는 대로 따르라고 말씀하셨다"고 통보했고, 백 경정은 "따르겠다"고 답한다.

백 경정은 수사팀에 이첩 사실을 알리면서 "저항하는 모습 보이지 말라, 모든 수사 중단하라"고 전달한다. 이제 수사팀은 해체 수순.

예정된 10월 10일 언론 브리핑. 세관 관련 내용이 모두 빠진 보도자료로 브리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백 경정은 기어이 "세관 구역 통과 과정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한다.

▲  2023년 10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서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 "마약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

관세청은 A, B, C 진술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일 관세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마약운반책들이 '세관직원이 도와주었다'고 허위진술을 하는 것은 마약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마약운반책의 진술 번복, 진술과 근무상황과의 큰 차이, 마스크 착용근무 및 마약 밀수 조직의 전형적인 수법 등을 고려할 때 혐의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관세청은 "수사기관 간의 자중지란은 마약조직들이 바라는 바"라며 "마약운반책들의 진술만으로 마약단속 직원들을 확정범처럼 취급한다면, 앞으로 관세청의 국경단계 마약단속 체계는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청은 "마약운반책은 앞으로도 세관직원 명단을 입수해서 같은 수법을 쓸 것이며, 궁극적으로 마약운반책들이 직원들에 대한 징계·좌천권을 쥐게 되는 결과까지 우려된다"면서 "우리청이 징계와 인사조치에 신중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핵심 피의자인 세관 직원을 직위 해제 조치했다가 한 달 만에 복귀시켰다. 이 직원은 자신의 휴대폰과 다른 사람 휴대폰 두개를 수차례 초기화해서 사설 포렌식 업체에 복구를 맡겼다가,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은 후 휴대폰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 세 번째 기사는 8월 19일 공개됩니다.)

[부록] 이 기사의 등장인물

- 백해룡 경정 :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마약수사전담팀의 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어 혁혁한 공을 세운다. 세관 직원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다가 각종 압력을 받아 현재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된 상태다.

- A(37. 여) :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그해 9월 5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검거된다. 공항 세관 직원의 조력을 실토할 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세명을 찍는다.

- B(45. 여) : A와 함께 2023년 9월 5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검거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역시 그해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밀수에 가담했는데, 잘 걷지 못한 자신을 세관 직원이 다른 통로로 빼냈다고 진술한다.

- C(46. 남) :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필로폰 밀수에 참여하고, 한달 뒤인 2월 27일 김해공항 인편 밀수에 또 가담하다가 검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이후 경찰 조사에서 세관 직원의 조력을 받았다고 실토하고 세관 직원 두 명을 찍는다.

-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 : 최초 마약수사전담팀의 구성을 지시했다. 초기에는 수사 성과에 고무되어 적극적이었으나, 수사가 세관으로 확대되자 소극적으로 바뀐다. 백 경정에게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주인공.

- 강상문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의 서울청 지휘라인에 있는 인물이다.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모두 뺄 것을 지시하며, 그 과정에서 사건 이첩 가능성을 언급한다.

-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 수사의 지휘라인이 아닌데도 전혀 일면식이 없는 백 경정에게 전화해서 압력으로 느껴질만한 발언을 한다. 소위 '멋진 해병' 단톡방의 이종호 블랙펄인테스트먼트 대표의 발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 서울경찰청 폭력계장 : 지휘부의 뜻이라며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사건 이첩을 구두로 통보한다.

 

 

 

 

[ 이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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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경정은 왜 남부지검검사 직무배제를 요청했나

 

[추적- 영등포경찰서 '역대급 마약 수사' 막전막후 ③] 그 검사의 이상한 기각

 

▲  2023년 10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대회의실에서 수백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대량 밀반입해 일부 유통한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히고 나무 도마를 이용한 마약 은닉 수법을 공개하고 있다.

 
 

 

 
2023년 10월 10일 브리핑 이후, 세관 연루 의혹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걸까. 10월 6일 사건 이첩을 구두로 통보했던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은 10월 11일 저녁, 이첩 공문을 보내는 대신, '마약 유통 조직 사건 서울청 이관 필요성 검토'라는 문서를 보내왔다. 기존 이첩 지시를 주워담는 내용이었다.

백 경정은 사실상 해체된 수사팀을 다시 꾸렸다. 이때부터 그는 옷 벗을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전화통화를 녹음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하지만 이제 경찰이 아니라 검찰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언론 브리핑 날, 서울 남부지검에서 있었던 일

10일 브리핑 직후, 이 때까지 수사팀과 호흡을 맞춰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6부 검사로부터, '대검에서 엄청 깨졌다'면서,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로 남부지검에 대대적인 인사이동과 사무분장이 생겼다. 이전까지 이 사건을 담당하던 2차장(허정) 산하 형사6부(부장 이준동)가 7명에서 5명으로 축소되고, 마약 사건 업무 자체가 1차장(박성민) 산하 형사3부(부장 서원익)로 이관됐다. 차장과 부장 모두 바뀌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잘 나오던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10월 18일 ▲ 세관 피의자 및 직계가족 계좌 압수수색영장 ▲ 휴대폰 압수를 포함한 현장검증영장 ▲ 공항 CCTV 관련 영장을 신청했다. 남부지검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팀은 26일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번엔 뒤에 두개는 나왔지만, 계좌 영장은 여전히 막혔다.
영장 집행 결과 CCTV는 이미 보존 기한이 지난 뒤였고, 세관 피의자의 휴대폰은 그 사이 수차례 초기화로 인해 소위 '깡통폰'이 된 후였다.

강제수사가 막히니 수사는 속도가 나지 않은 채 해가 바뀌었다. 2024년 2월 2일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이 용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령나고, 보도자료에서 세관 내용을 빼며 '사건 이첩'을 언급했던 강상문 서울청 형사과장이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왔다.

4월 12일 수사팀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남부지검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기각 결정문이 지금까지와 달리 한 페이지에 걸쳐서 꽤 상세했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인데, 누구지?'

기각한 검사는 2월에 새로 형사3부로 발령난 E 검사였다. 수사팀은 보강을 통해 같은 영장을 신청했다. E 검사는 또 반려했다.

그러자 수사팀은 6월 11일 남부지검에 E 검사의 직무배제(회피)를 요청한다.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고 해서 경찰이 검사 회피를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사팀은 왜 그랬을까? 여기에는 숨겨진 배경이 있다.


그 검사는 1년 전 공범을 체포했었다


상황은 2023년 2월 5일 인천공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또다른 유통책 D는, 역시 몸에 필로폰 4kg을 부착한 채 국내로 들어오다 세관에 적발된다. D의 몸에서 필로폰이 나오자, 세관은 관할인 인천지방검찰청에 연락해 긴급 체포했다. 이때 출동한 검사가 E 검사였다.

E 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압수한 D의 휴대폰 위쳇을 통해, 그날 공항을 빠져나간 공범이 더 있음을 확인한 E 검사는,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통해 공범 색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월 20일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는 각종 정보를 분석하여, 마약 운반책 12명을 특정한 보고서를 인천지검에 제출한다.

보고서 제목은 '말레이시아발 마약운반 우범여행자 정보 분석보고'. 이 보고서는 인천지검 수사에 활용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중앙지검 강력부가 2월 27일 김해공항으로 장소를 옮겨 필로폰을 들여오던 유통책 세 명(2편 기사에서 언급된 C 포함)을 현장에서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내용은 C의 1·2심 판결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관의 보고서에 적시된 마약 운반책 가능성이 높은 12명에는, 1월 27일 범행에 가담했던 A, B, C가 포함되어 있었다(1·2편 기사 참고). 이는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의 정보 분석 기간이 D가 잡힌 2월 5일로 한정되지 않고 그 전까지, 문제의 1월 27일 일당 6명이 입국하는 상황까지 거슬러 올라갔음을 의미한다.

수사팀이 신청한 영장은, 보고서를 작성한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의 컴퓨터였다. 상당 기간의 CCTV를 가져와 분석했을 것이고, 그중 문제의 1월 27일도 포함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D를 체포하고, 그의 핸드폰을 통해 공범을 확인했으며, 세관으로부터 우범자 보고서를 받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E 검사는 영장을 계속 반려했다. 반려 사유는 'CCTV 영상이 보관되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소명이 부족하고, 어느 컴퓨터에 해당 영상이 저장되어 있는지 특정이 필요하다'는 것.

불과 일년 전 사실상 같은 사건의 공범 색출을 위해 노력했던 검사가, 일년 후 공교롭게도 남부지검 형사3부로 발령이 나서, 신청 족족 영장을 기각시키는 상황. 이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수사팀의 선택이 E 검사 회피 요청이었다.


남부지검 무대응 "경찰 요청은 법령에 근거 없는 것" ... 길 막힌 백 경정의 선택

검사 회피 요청에 남부지검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요청 자체가 법령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검사가 영장을 기각했다고 경찰이 검사를 업무에서 배제시켜달라고 하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한다고 해서 검사가 판사를 배제시켜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당 검사의 기각 결정문을 봤는데, 언론에 난 것처럼 한두 줄로 되어 있지 않다"면서 "한 페이지 정도에 걸쳐 나름 설득력 있게 사유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E 검사가 인천지검 근무 당시 공범을 체포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7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7월 16일 백해룡 경정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 등 경찰과 관세청 고위 간부 9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7월 18일 백 경정은 지구대장으로 좌천됐고, 19일 경고 통지를 받았다. 경고 사유에는 검사 직무 배제 요청이 포함됐다.

7월 27일 백 경정은 국회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관세청, 경찰, 검찰, 세 기관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오는 20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E 검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E 검사는 진행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부록] 이 기사의 등장인물

- 백해룡 경정 :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마약수사전담팀의 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어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세관 직원으로 수사를 확대하다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된다. 남부지검 E 검사가 인천공항세관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 기각하자, 검사 업무 배제 신청서를 제출한다.

- A(37. 여) :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그해 9월 5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검거된다. 공항 세관 직원의 조력을 실토할 뿐 아니라 얼굴을 보고 세명을 찍는다.

- B(45. 여) : A와 함께 2023년 9월 5일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검거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역시 그해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밀수에 가담했는데, 잘 걷지 못한 자신을 세관 직원이 다른 통로로 빼냈다고 진술한다.

- C(46. 남) :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 인편 필로폰 밀수에 참여하고, 한달 뒤인 2월 27일 김해공항 인편 밀수에 또 가담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유통책. 김해공항에서 우범자 명단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던 서울중앙지검과 세관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다. 그해 말 경찰 조사에서 세관 직원의 조력을 받았다고 실토하고 세관 직원 두 명을 찍는다.

- D : 2023년 2월 5일 공범 두 명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필로폰을 들여오다가, 혼자만 세관과 인천지검에 긴급체포된다. D의 적발 이후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는 CCTV 등 자료를 분석해,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 12명을 특정한 보고서를 인천지검에 제출하는데, 여기에 A, B, C가 포함되어 있다.

- E 검사 : 2023년 2월 5일 D를 체포한 인천지검 소속 검사. 이후 공범 체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인천공항세관으로부터 우범자 분석 보고서를 받아낸다. 그런데 2024년 2월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로 발령난 이후,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요청한 인천공항세관 압수수색 영장을 족족 기각한다.

 

[ 이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