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바보야, 문제는 계엄령이 아니라 국지전이야

道雨 2024. 9. 5. 15:19

바보야, 문제는 계엄령이 아니라 국지전이야

 

 

계엄령 준비설의 본질은 국지전 대비

국지전→계엄령→한일ACSA 시나리오

핵전쟁 위험성을 무시한 무모한 발상

실패할 경우 윤 정권 몰락 앞당길 것

 

최근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설에 대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발단은 지난 8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김용현 경호처장 국방장관 임명과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 “이런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라는 의혹 제기이다.

 

그 뒤 9월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크게 확산되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근거를 대라면서, 사실이 아닐 경우 ‘국기문란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대통령실은 야당에서 계속 계엄 추진설을 제기할 경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탄핵 대비용인가, 국지전 등 북풍 조성 염두에 둔 건가

 

헌법 제77조는 계엄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77조 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제77조 3항: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야권의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에 대해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실시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20%대로서, 윤석열 정부가 이미 국정동력을 상실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와 대규모 퇴진운동에 대비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정치적 해석이다.(“2024년 ‘계엄령 설’, 8년 전 박근혜 탄핵국면 데자뷔” 김성진 ‘시민언론 민들레’ 2024. 8.26)

 

아직 탄핵이나 퇴진운동이 본격화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가 계엄령 준비 의심을 받게 된 것은 군·경에 대한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행정부 곳곳을 검찰인맥으로 채웠고, 군과 경찰에는 충암고 인맥을 심어놓았다. 국방부장관(후보), 군사보안·방첩·군사정보·수사를 담당하는 국군방첩사령관, 통신감청을 담당하는 국방부 휘하의 777사령관, 그리고 경찰청의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의 장관도 모두 충암고 출신이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김민석 의원은, 탄핵과 퇴진운동 대비와 같은 정치적 요인보다는, ‘국지전’과 ‘북풍의 조성’이라는 안보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헌법 제77조는 계엄 선포의 조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민석 의원을 말대로 북한과 국지전이 벌어지면,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게 된다.

 

 

빈번한 군사훈련, 높아지는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

 

실제로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대북 강경론자들을 군 요직에 앉혔다. 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 타격을 내세웠던 대북강경파 김관진 전 국방장관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위원장 대통령)에 임명했고, ‘즉, 강, 끝’(‘즉각적으로 강력하고 끝까지’)을 내세우며 북한군을 회복불능 수준으로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신원식을 국방장관에 이어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했다.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도 인사청문회에서 ‘즉·강·끝’ 원칙을 되풀이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펼치는 것은 단지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도발이 증가되었거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대북 강경론자 기용과 함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구실로 「9.19군사합의서」 일부를 먼저 효력정지시켜 북한의 전면폐기를 유도했다.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을 제거함으로써 언제 군사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윤 정부는 안전판 제거와 함께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빈번하게 실시하고 있다. 금년 들어 8월 말까지 실시된 한미, 한미일 훈련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70회 이상이다. 한미 '핵억제 핵작전 지침' 합의와 함께 핵전쟁 훈련도 시작됐다.

또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살포를 방조하고,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함으로써, 남북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자유의 방패(FS), 을지 프리덤 쉴드(UFS) 등 연합군사연습을 통해, 평양점령과 참수작전, 북한정권의 붕괴와 안정화 작전을 목표로 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북 억제력 차원을 넘어선 과도한 군사훈련은 ‘안보딜레마’를 초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을 불러, 오히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아르헨 간 ‘포클랜드 전쟁’ 연상시키는 국지전 아이디어

 

그렇다면, 남북한의 국지전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계엄령 선포로 야당과 시민단체의 언론·출판·집회·결사 자유를 통제해, 국정 장악력을 높여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와 함께, 북한 군부에게 타격을 가해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흔들려는 안보전략적 측면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 및 한미일 군사훈련이 실시될 경우, 북한군도 전력을 증강하거나 군사훈련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칫 남북한이 국지전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만약 2010년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남북한 군사충돌이 재발할 경우, 현재 우리 군은 상부 보고 없이 현장지휘관의 판단으로 ‘즉·강·끝’ 원점(26포 연대와 해안포부대)은 물론, 지원세력(북한군 제33사단), 지휘세력(북한군 제4군단)까지 궤멸적 타격을 입힌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국지전에서 우리 군이 북한 군부에 궤멸적 타격을 입힌 채 승리한다면, 북한체제를 지탱해 온 군부의 위신과 영향력을 급속히 실추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북한 군부의 위신과 영향력이 약화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기반 역시 취약해지고, 김정은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군부세력이 쿠데타나 군사반란을 일으켜 북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평양점령과 북한정권 붕괴를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포클랜드 전쟁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경제위기와 부정부패로 반정부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분쟁 중이던 영국령 포클랜드를 점령했다. 하지만 영국은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 아르헨티나군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이 사태로 군사적, 정치적 타격을 입은 아르헨티나 군부가 정권을 잃게 되었다.

 

 

최종 목적은 ‘즉·강·끝’아닌 한일 ACSA 추진 아닐까?

 

하지만 남북 간의 국지전이 확대되어 전면전, 더 나아가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의 동의 없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 타격이나 즉·강·끝 원칙을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도는 소규모 남북군사충돌을 빌미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일본과의 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및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참여를 추진하려는 노림수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한일 상호접근협정(RAA·일본명 원활화협정)까지 체결된다면, 한일 관계는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다.

 

얼마 전 김선호 국방차관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일 ACSA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3시간여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15년 10월 한민구 국방장관이, 일본 자위대가 북한 영토에 들어갈 땐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자, 나카타니(中谷) 방위상이 “대한민국의 유효지배 영역은 휴전선 이남”이라며,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부정하는 바람에 ACSA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유엔사 전력제공국(Sending State)에 참전국이 아닌 독일군과 일본 자위대를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다.

한국전쟁 당시 의료지원국이던 독일(당시 서독)은 전력회원국에 정식 가입하였다. 2020년 유엔사 측이 참전국도 아닌 독일과 일본에게 전력제공국으로 들어오라고 요청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만약 일본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이 된다면, 일본자위대는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이 추진하는 한일 ACSA와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참여가 이뤄진다면, 다음 단계는 이른바 RAA를 한국과도 체결하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호주, 영국, 필리핀 등 3개국과 체결했고, 프랑스와도 추진 중이다.

RAA는 자위대와 상호왕래, 공동훈련의 절차 및 부대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것으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버금가는 것이다.(“일본군, 옛점령지 필리핀 이제 합법 진입...한반도도 ‘곧’” 이유 ‘시민언론 민들레’ 2024.7.9)

 

 

국지전, 한일 ACSA 추진은 윤 정권 몰락 재촉할 것

 

현재 유포되고 있는 계엄령 준비설을 뒷받침할 최대 근거는, 윤 대통령의 탄핵 추진이나 퇴진운동이라기보다, 북한과의 국지전 가능성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계엄령 하에서 한일 ACSA 체결과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화와 같은 한일 군사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데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국지전을 치를 만한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군이 아무리 북한군보다 재래식 전력이 앞서도, 현재와 같은 국론분열적인 윤 대통령의 리더십으로는 국지전 승리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오히려 윤 정권의 국정 장악력이 더욱 취약해져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이 작동되는 있는 판에, 전면전, 더 나아가 핵전쟁으로 확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으로 불거진 남북한 군사충돌 위기 상황에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전쟁위기 조장 ‘2017 트럼프’ 뺴닮은 ‘2024 윤석열’” 조성렬 ‘시민언론 민들레’ 2024.1.18) 하지만 악화된 한중관계와 대만사태를 둘러싼 중·미 대립으로, 중국의 중재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계엄령이 준비되고 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군 인사와 대북·대일 정책을 볼 때, 그런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 계엄 의혹설은 윤석열 정권이 자초한 것이다. 괴담 선동이라고 야당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오해받을 짓 하지 말고, 불통·아집 인사를 철회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하면 될 일이다.

 

 

 

 

조성렬의 전략노트mindle@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