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더이상 유예 말고 예정대로 내년 시행해야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아예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공개 토론회를 연 뒤 당론을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금투세의 애초 취지를 상기한다면, 금투세는 더 이상 유예 없이 시행돼야 한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팔아 얻은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애초 2020년 여야 합의로 법이 통과된 뒤 2023년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2025년 1월로 한차례 유예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폐지 방침을 밝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주식 등을 팔아 소득이 발생해도 극히 일부 대주주가 아니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등에는 모두 세금이 부과되는데, 금융투자소득만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더라도 양도차익 5천만원까지는 면세가 되기 때문에, 실제 과세 대상자는 전체 주식투자자의 1% 안팎인 ‘슈퍼개미’들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여당을 비롯한 금투세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금투세를 피하기 위해 큰손들이 대거 이탈해 주가가 폭락하면 결국 1400만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이 모두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들이 외국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국내 증시 가치는 세금이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 주주환원 정책 등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정말 해야 할 일은, 한국 증시가 진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공포마케팅에 휩쓸려 부화뇌동해선 안 될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해온 민주당의 기조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투세 면제 구간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과세 대상자가 크게 줄어 자칫 법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없지 않으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 정치적 부담이 된다면 부득이 과세 기준을 완화해 시행한 뒤 향후 정상화해나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내년 금투세 시행은 조세 형평성, 정책의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허물어서는 안 될 마지노선이다.
[ 2024. 9. 2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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