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포함 “초기 투자자 엑시트 시켜줬다”
2012년말 이후 작성 추정 옥중 편지
“2년간 한 일이라고는…” 역할 밝혀
김건희·최은순 등 초기투자자 참여
주가 하락에 손실 따르자 주가 조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차 주포’(2010년 10월21일 이후 실행자)가 옥중 편지를 통해, 자신의 역할이 결과적으로 김건희 여사가 포함된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EXIT·투자금과 수익 회수)를 위한 일이었다고 밝힌 내용이 확인됐다.
초기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가조작 주포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을 나누기로 약정하며 주가조작 정황을 인지했을 정황이 짙어, ‘김 여사가 이를 몰랐다’는 검찰 결론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겨레가 27일 입수한 ‘2차 주포’ 김씨의 편지에는 “2년간 한 일이라고는 그 ××(권 전 회장) 자유롭게 해준 것밖에 없네”라며 “다르앤코와 우회 등록할 때 그 ××가 각서 쓰고 끌어들였던 투자자들 엑시트(Exit) 시켜준 것밖에 없어”라고 적었다.
김씨의 옥중편지는 증권사 이사 신분으로 상장사 투자와 관련해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2012년 12월 이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당시 김씨의 구속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김씨의 편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가 이뤄지기 7~8년 전에 작성된 것이어서, 수사 상황에 영향을 받아 왜곡됐을 가능성도 없다.
김씨가 편지에서 언급한 “다르앤코 우회등록”은 비상장사였던 도이치모터스가 상장사인 ‘다르앤코’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한 것을 의미한다. 권 전 회장은 2008년 10월 다르앤코 쪽에서 주식 290만주를 145억원에 사들여 대주주가 됐는데, 주식매수 대금 중 40억원은 자기 자금으로, 나머지는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자기 자금 40억원의 출처는 2007년 12월 진행한 도이치모터스 10만주 유상증자로 마련한 50억원이었고, 이때 김 여사는 2억원, 최씨는 3억원을 투자했다.
검찰 역시 2021년 9월 수사보고서에 “다르앤코 주식 매입대금을 마련을 위한 도이치모터스의 5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요 주주는 김건희, 최은순, 김○○, 양○○ 등”이었다며 김 여사를 직접 지목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인 2009년 1월30일 9000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주가는 초기투자자들의 손익분기점인 2818원을 밑도는 1000원대까지 하락했다.
김씨의 옥중편지는 자신이 초기투자자들의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졌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시세조종을 통해 부양해줬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법원 역시 이런 점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상장) 1년도 채 되지 않아 초기투자자들의 손익분기점이나 유상증자시 실권주 공모가를 훨씬 밑도는 1000원대까지 하락”하였다며 “(다액·소액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런 압박이 권 전 회장의 주가조작 동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떨어진 2010년 초께, 다른 초기투자자에게는 증권계좌를 주포에게 맡기라고 설득하면서, 원금보장이나 주포와 수익 배분 등 주가조작을 알아차릴 수 있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시세조종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만 있어도 주가조작의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권 전 회장은 2010년 초 과거 유상증자에 참여한 김 여사와 양씨, 김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1차 주포인 이아무개씨를 소개했다.
검찰이 확보한 과거 경찰 내사 단계에서 이씨의 자필 진술서에는, 권 전 회장이 세 사람에게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수익이 날 경우 30~40%를 지급해주는 조건으로 이씨에게 계좌를 맡기라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이 확보한 양씨의 자필 진술서에도 “(권 전 회장이) 이○○(1차 주포)이란 사람이 있는데, 주식을 맡기면 잘 관리를 해줄 것”이라며, 권 전 회장이 “수수(료)율도 이 대표가 50:50으로 하자는 것을 70:30으로 주주 입장에서 깎았으니 만나 보자”라고 했다고 적혀있다.
김씨 역시 2021년 9월15일 검찰 조사에서 “권오수가 증권계좌를 이씨에게 위탁하면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고 (이씨가) 진술했는데, 그런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했다. 이어 “위와 같은 상황이 사실”이라며 “이씨가 계좌를 위탁하면 수수료를 얼마를 달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씨는 이후 김 여사 관련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씨의 초기 진술서에는) 김건희, 권오수를 처음 만날 때 30~40% 수익을 챙겨주겠다고 했다고 되어있다”면서도 “(이씨를 다시 조사하니) 권오수가 김건희가 없는 자리에서 수익이 나면 30~40%를 챙겨주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권 전 회장도) 수익 중 일부를 (이씨에게) 줘야 한다고 김건희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라며, 김 여사가 수익 배분 등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수익 배분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고, 수익이 나면 이씨에게 10% 정도의 수수료를 줄 생각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권 전 회장이 다른 주요 투자자에게는 이야기한 원금 보장과 수익 배분을, 김 여사에게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 도이치 2차 주포 김씨 옥중편지(2012~2013년 추정) 일부
“우기(우리기술)로 신뢰 쌓은 많은 사람들 다 끌어들여 도(이치모터스)를 붙잡고 2년간 한 일이라고는 그 ×× 자유롭게 해준 것밖에 없네… 이○○(1차 주포)도, 양○○도 그리고 초장기 ○○ Fund 들어갈 때 다르엔코와 우회등록할 때 그 ××가 각서 쓰고 끌어들였던 투자자들 Exit 시켜준 것밖에 없어. 내가 그 ××한테 뭐 원했던 것도 없고, 다만 그 ×× 아가에서 구라친 것만… 그 중에서 하나만 이루어졌어도 됩니. 그 ××장이 ××, ××쟁이 ×× 한 이야기 중에 이루어진 게 뭐가 있냐? Dealer M&A? Copart? 블랙스톤? 오펜하이머? DAFS? DGB? 난 정말 욕심 없었다. 그 ×× 주식 팔면 그 돈으로 ○○○ 증자 넣고 그림 한번 그려보려 한 것이지… 안 그랬음 블랙스톤 공시 나오던 날 내가 다 깠을 거… ○○에 영감쟁이 살 때 내가 다 깠을 거… 그런데 목표가 그게 아니었기에 꼬이고 꼬인 거야.”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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