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번엔 시정연설 불참, 오만·불통의 극치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아직 결정이 안 됐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에) 나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3일까지도 국회의장실에 윤 대통령 참석 여부와 경호 협조 등에 관한 연락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결정이 안 된 게 아니라 실은 불참하기로 다 정해놓고도, 여론 비판을 무디게 하려고 막판까지 고민하는 척하며 간을 보는 것임을 누가 모르겠나.
시정연설은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에 앞서, 대통령이 직접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2013년 이후 대통령이 직접 매년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 관례가 정착돼 11년간 이어져왔다.
윤 대통령 취임 이래 과거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 관행과 관례를 무시하고 무너뜨린 게 한둘이 아니다. 지난 9월 초에도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해,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속된 대통령 참석 관례를 깼다.
이제 시정연설마저 불참하면, 개원식과 시정연설에 모두 불참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게 된다.
역사는 이를 불명예로 기록할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지난 개원식 때와 똑같이 야당이 피켓 시위를 하거나 탄핵·퇴진 구호 등을 외칠 수 있다는 점을 불참 사유로 들고 있다. 직접 화급히 챙겨야 할 국정 현안이 돌출한 것도 아니고, 고작 면전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나올까 두렵고 싫어서라는 것이다.
이게 과연 행정부 수반으로서 내년도 예산 677조원이 어디에 쓰일지 국회와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대통령의 책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된다고 보는 것인가.
역대 모든 대통령이 야당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국회에 나와 국정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왜 윤 대통령만 예외가 돼야 하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19%(한국갤럽)로 드러난 민심의 경고에도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도 계속 15%, 13% 내외였고, 유럽의 정상들도 20%를 넘기는 정상들이 많지 않다”(정진석 비서실장)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정작 기시다 전 총리가 낮은 지지율에 떠밀려 퇴진했다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는다.
11년 만의 시정연설 불참도 이런 오만과 불통의 연장선일 것이다.
민심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마저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런 자세와 태도로 정상적 국정 수행이 가능한지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2024. 11. 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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