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력 사유화한 '부부 공범'
윤 대통령 육성 공개로 확인된 부부 '공천 개입', 헌법과 법률 위반 ...김 여사 지시하면 이행하는 권력 관계 확인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육성 공개는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김건희 여사 발언이 먼저 나오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현직 대통령의 '공천 개입'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판례는 검사 윤석열에 의해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제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것처럼 스스로의 '업보'를 감당할 일만 남았다.
온 국민에게 생생히 전달된 윤 대통령 육성 녹음 파일에서 더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실질적인 권력 실세가 누구인지 명료해졌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통령이 '원톱'이지만, 현재 우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게 확연해졌다.
명씨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재보궐 공천 발표 8일 전인 2022년 5월 2일 '선물'이라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사실을 전해줬다.
"김영선이 (공천) 좀 해줘라"고 한 윤 대통령 육성은 그보다 일주일이 늦은 5월 9일이다. 시점상으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당에 얘기하기도 전에 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명씨에게 알린 셈이다. 김 여사가 사실상 지시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이행한 것이 된다.
'명 선생님 요청을 왜 늦게 처리했느냐'는 김 여사 타박에, 윤 대통령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명씨가 전한 대목은, 권력의 상하관계를 더욱 명확히 알려준다.
막연히 소문으로만 떠돌던 'V1' 'V0' 등의 실체는, 연일 쏟아지는 명씨 녹취록으로 실황중계되다시피하고 있다.
또다른 의혹인 여론조사 불법 활용에서도 김 여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궁금하다며 명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부탁한 것도 이상하지만, 명씨가 81차례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쓴 비용을 김 여사에게 받으러 간다고 말한 것은 무얼 의미하나.
대선 경선과 본선, 보궐선거, 총선 등 모든 선거마다 전체 판세를 지켜보며 여론조사를 기획하고 관리한 당사자는 김 여사일 가능성이 있다.
명씨 녹취록 통해 확인된 'V1' 'V0' 의 실체
1조 4천억원이 들어가는 창원국가산단 선정 과정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명씨가 '김 여사 부탁용'으로 쓸 창원국가산단 관련 보고서 작성을 강혜경씨에게 지시한 건 2022년 11월이다. 넉달 뒤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했다. 전후 맥락으로 보면, 명씨의 요청을 받은 김 여사가 이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해 성사시켰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실은, 김 여사가 국정과 당무, 이권 등 모든 분야를 주물렀다는 것이다. 공천이든, 여론조사든 김 여사가 결정하고 지시하면 윤 대통령이 따르는 시스템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마포대교 시찰 때 보여준 김 여사의 행동은 단순한 '대통령 놀이'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미 권력의 서열은 대통령과 김 여사 두 사람 사이에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의 권력욕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는 말에서 싹이 보였다. "우리 남편은 내가 다 챙겨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했었다. 당시엔 활동성 강한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자신감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현재의 아수라장을 예고한 발언이었다.
자신의 네트워크와 수완으로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권력을 향유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했고, 취임초엔 측근그룹에 '대선 승리의 숨은 일등공신은 내 와이프'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 말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권력을 나눠주겠다는 뜻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니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법조계 선배들에게 "내가 집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권력 분배에 대해 묵시적 합의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 김 여사는 권력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고 여겼고, 윤 대통령은 이를 인정한 셈이다.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국정농단에 해당하고,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탄핵의 대상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엄중한 사태에 어떻게 책임을 질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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