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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랠리가 드러낸 한국 증시의 ‘아킬레스건’

道雨 2024. 11. 13. 12:51

트럼프 랠리가 드러낸 한국 증시의 ‘아킬레스건’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종목이 하락 주도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는 연일 최저가

상장사 60% 이상 3분기 실적 기대 이하

강달러로 환율 급등…자금 이탈 부추겨

코인 시장서도 ‘김치 프리미엄’ 사라져

금투세 폐지·기업가치 제고 정책 무기력

 

 

미국 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더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한국 상장 기업들의 실적과 미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증시에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조해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와 수출을 늘린 게 트럼프 당선으로 악재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트럼프 랠리가 한국 기업과 증시의 약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 트럼프 모자를 쓴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랠리로 미국 3대 지수 연일 최고치 기록

 

미국 우선주의와 친시장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등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11일(현지시간)에도 이들 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도 강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12일(현지시간) 106을 돌파하며, 6개월여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반해 한국 증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지지부진하다. 환율도 들썩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코스피는 트럼프 당선 후 일주일 만에 7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12일에는 장 중 한때 2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간판 종목들이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을 견인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에 대한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소식에, 52주째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 추이. 연합뉴스

 

 

 

국내 상장사 실적 부진에 대외 악재까지 겹쳐

 

국내 투자 심리가 약해진 것은 자금의 흐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국내로 유입되는 돈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많았다. 지난달에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41억 7000만 달러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 기업들의 기대 이하의 기업 실적과 트럼프 당선이 겹치며, 외국인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3곳 중 1곳은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았다.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낸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에 지난 7일 기준 연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65곳이다. 이 가운데 102곳(61.82%)의 3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전망치보다 낮거나 적자 전환, 또는 적자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10% 이상 밑도는 상장사도 57곳에 달했다. 조사 대상 상장사의 34% 이상이 충격적인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증시를 견인할 기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이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가 대선 공약을 그대로 실행해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 한국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돼 있다.

대미 수출만 급감하는 게 아니다.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수출 실적 자체가 감소한다. 수출이 줄어 실적이 나빠지면,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매력도는 더 떨어진다.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겪었던 일이다. 이때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국내 주가 지수를 떨어뜨렸다.

 

* 트럼프 당선과 주요 기업 주가 흐름. 연합뉴스

 

 

 

국내외 투자자 일제히 한국 증시에서 이탈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로 몰려가는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013억 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값어치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트럼프 랠리에 올라타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고 테슬라 등을 매수한 결과로 보인다.

 

심지어 코인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비트코인 투자를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낸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2일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9만 달러를 돌파했다. 곧 10만 달러를 넘어설 기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낮은 이례적인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 지표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이 지표는 국내외 거래소에서 코인 가격 차이를 나타낸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뜻이다.

 

* 비트코인 가격 추이. 연합뉴스

 

 

 

코스피 수익률 G20 국가 주요 지수 중 꼴찌

 

한국 증시가 허약하다는 사실은 주요 20개국(G20) 주요 지표와 비교해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주요국 증시가 급락했던 직전일인 8월 2일 이후부터 지난 8일까지 G20 국가의 주요 지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7.8%로 러시아(-19.83%), 튀르키예(-17.15%)에 이어 세 번째로 낙폭이 컸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고 튀르키예는 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 증시의 수익률이 사실상 G20 국가 중 꼴찌라는 뜻이다. 참고로 수익률이 높은 국가는 미국(9.66%)과 캐나다(9.34%), 독일(6.47%), 일본(3.6%), 이탈리아(3.0%), 호주(2.5%) 순이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차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며 밸류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주식시장이 어렵다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했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 하락과 대외 악재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증시 부양 측면에서 중대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밸류업 정책이라며 대기업 세금을 깎아주려 하고, 야당도 부자 감세에 동조하고 있다. 증시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진짜 목적은 딴 곳에 있다. 이렇게 정부와 정치권이 헛발질만 하는 사이에 한국 증시를 활성화할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