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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양심선언’과 공익신고자보호법

道雨 2025. 2. 27. 10:01

내란 ‘양심선언’과 공익신고자보호법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명령을 폭로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익신고자’로 인정됐다.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변호사 조력 지원, 형사책임 감면 등 신고자 보호 조처가 취해진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고, 이는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진술이 됐다.

 

곽 전 사령관에 대한 공익신고자 인정은 ‘이례적’이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 대상을 법에 정해진 491개 법률을 위반한 행위에 국한하고 있다. 문제는 내란죄(형법 제87조)가 규정된 형법이 여기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권익위는 공익신고 대상인 군형법(반란 신고)을 적용해 그를 가까스로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 침해 신고를 폭넓게 인정하기 위한 취지로, 2011년 제정됐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법이 부패 행위 신고자 보호 제도를 명시했지만, 공공 부문의 부패로 한정해, 실제 국민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안전·건강·환경 등 민간 부문의 신고자에 대한 보호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공익 침해 행위 신고 범위를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공익신고자보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도입 당시 180개에 그쳤던 공익신고 대상 법률은, 현재 491개로 확대된 상태다. 다만 전체 법률(5968건)에 견주면 8%에 그치는 수준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보호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은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특히 형법이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배임·횡령죄 등과 같은 주요 기업 범죄에 대한 내부고발자 보호 조처가 마땅치 않다. 또한 행정 환경과 민간 영역 모두 고도화·다변화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공익 침해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고 대상 법률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신고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위법·위헌적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내란의 전모를 밝혀내려면,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내부 제보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급자의 위법하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진실을 알리는 것은 공직자의 책무이기도 하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이들의 버팀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