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의 ‘나 혼자 산다’ 책략

道雨 2025. 3. 6. 09:24

윤석열의 ‘나 혼자 산다’ 책략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유를 묻자 “(본인이) 살기 위해 됐다”고 주장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삶을 최종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인 대통령을 자기 생존을 위해 했다니, 이럴 수도 있나 싶었다. 그동안의 행태들을 볼 때,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내밀한 대화를 해온 인물이 아니던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이 발언을 다시 떠올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펴낸 책을 보면, 지난해 12월10일께 윤 대통령은 자진사퇴 요구에 이런 입장이었다고 한다.

‘결국 탄핵으로 가겠지만 당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몇번이고 탄핵을 계속 부결시켜달라.’

이때는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직후였다.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고 경제와 외교 불안이 가중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위만 챙기겠다는 속셈이었다.

 

그의 속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경호처의 관저 봉쇄로 1차 체포영장 집행(1월3일)이 무산되며, 공권력 간 초유의 충돌 사태가 우려되는 시점이었던 7일, 그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해라.’

 

이렇듯 윤 대통령의 자기중심주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을 지켜주는 경호원과 정당한 공무 집행을 하려는 경찰이 어떻게 되든, 국민들이 두 진영으로 갈라지든 말든, 경제와 외교가 어떻게 되든 별 상관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오직 자신(그리고 아내)만 생존하면 된다는 심보였다.

 

 

탄핵심판 최후진술은 그의 민낯을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의도적 거짓말과 확증편향, 그리고 선동으로 채워진 최후진술은 살아남기 위한 교활한 책략이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게 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만천하에 드러난 범죄 행위마저 자신이 짜낸 ‘대안 서사’에 억지로 끼워맞췄다. 자신은 털끝만큼도 잘못한 게 없으며, 모든 게 야당·노동단체 등 반국가세력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공작이라는 것이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을 더 빨리 믿는다. 충분히 반복하면 조만간 믿게 된다’는,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선동 교본을 떠올리게 한다.

 

더 섬뜩한 것은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을 방증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그는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청년 등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또다시 시민들을 선동했다. 다수 시민이 겪을 고통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다만, 그는 계엄 선포가 왜 12월3일이었는지에 대해선 침묵했다. 하필 하루 전 명씨의 ‘황금폰 공개’ 폭탄선언이 나오고,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표결을 한주 앞두고 친한계에서 찬성 시사 발언이 나오던 때였다. ‘정권의 성역’ 김건희 여사에 대한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내란 사태를 겪으며 권력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사상가 엘리아스 카네티는 권력의 본질을 꿰뚫은 저서 ‘군중과 권력’에서, ‘살아남는 자가 권력자’라며 이렇게 말한다.

“권력의 아주 오랜 구조, 즉 권력의 심장부는 바로 권력자가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그는 1920~30년대 불안과 동요가 들끓고, 결국 나치즘과 파시즘이 발호했던 독일·오스트리아 등에서 청년기를 보낸 뒤, 평생을 군중과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바쳤다.

그의 통찰력에 기대면 윤 대통령의 행동들도 상당 부분 설명이 된다.

 

그는 자기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정적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 했다. 친위쿠데타가 성공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이라도 벌어졌다면, 얼마나 많은 이가 희생당했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는 최후진술 뒤에도 변호인을 통해 선동을 그치지 않고 있다. 마치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닥치는 대로 건물과 숲을 파괴하는 괴물을 연상케 한다.

 

그는 짧은 기간임에도 이미 정치·경제·외교·역사·의료·과학·검찰·군대 등,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을 망가뜨릴 만큼 망가뜨렸다.

이제 그만 자신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거짓 선동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이런 민주주의 파괴자를 감싸고도는 여당의 행태다.

일부 의원이 ‘헌법재판소를 쳐부수자’는 망발을 해도 지도부는 내버려둔다. 그게 제 무덤을 파는 행위인 줄도 모른다.

무책임하고 아둔한 국민의힘 지도부 때문에 한국 민주주의는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