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의 ‘큰 그림’과 VIP
‘유능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은 판을 크게 읽는 능력이 있었다.
지방의 작은 컨설팅 업체가 여당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들에 이어 대통령 부부까지 쥐락펴락하게 된 배경이다.
명씨가 기획했다고 스스로 밝힌 창원국가산업단지의 큰 그림도 따로 있었던 것일까?
단순히 지인들을 동원해 땅을 사서 차익을 노리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스타파는 명씨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에 특혜를 주는 데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물증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출처는 명씨의 피시(PC)를 포렌식한 검찰의 수사 기록이다.
현대로템의 한 임원은 2023년 3월20일 명씨에게 ‘이엠유(EMU)-320 136량 재공고 결과’라는 제목의 낙찰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7100억원짜리 신규 고속철 136량을 현대로템이 수주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임원은 “본부장님! 맘 써 주시고 지원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나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인사했고, 명씨는 “상무님 축하드립니다. 파이팅”이라고 답했다. 수주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뉘앙스다.
‘본부장’은 명씨가 김영선 의원실에서 갖고 있었던 직책인 총괄본부장을 말한다.
김영선 의원실 4급 보좌관 이아무개씨가 명씨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는, 명씨가 한화의 주력 상품인 케이(K)-9 자주포와 K-21 장갑차 구매 및 성능 개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황이 담겨 있다.
이 보좌관은 명씨에게 “특히 K-9 자주포는 방위청에서 브이아이피(VIP) 관심 사항으로, 우선순위 반영했다”고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챙겼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화다. 실제로 한화가 요청한 4개 사업 가운데 3개가 채택돼, 525억73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가장 이상한 건 K-21 장갑차 4차 양산 계약이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120대를 7093억원에 납품하는데, 2024년 1차 사업비로 450억원이 책정됐다.
그런데 K-21은 도입 초기에 강을 건너다 침몰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등 성능에 문제가 있어, 2016년 이후 구매를 중단했던 기종이어서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검찰 수사 기록에는, 명씨가 창원산단에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한 정황이 보인다.
창원산단에 이들 기업이 들어오는 대가로 정부 입찰을 도와준 것일까?
관련 기업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조 단위 국책사업에 비선 실세 명씨와 대통령을 뜻하는 브이아이피까지 등장하므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특검이 할 일이 추가됐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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