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놔두면 ‘자유통일당 2중대’ 된다
지난 2일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장인홍 더불어민주당 후보(득표율 56.03%)가 당선됐다.
두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후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이강산 후보(32.03%)다. 자유통일당 후보로는 개별 지역구 역대 최다 득표율이다. 선거비 전액 국비 보전 기준인 15%를 훌쩍 넘어, 국민 세금으로 자유통일당 선거운동을 지원한 셈이 됐다.
자유통일당의 이런 성과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문헌일 전 구청장은, 17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낸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당규에 따라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이에 보수 표가 쏠리면서 자유통일당 후보가 이런 과다 득표를 얻은 것이다.
자유통일당 대변인 출신인 이강산 후보는 “12월3일은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이라고 외쳤고, 후보 펼침막에는 ‘종북좌파 척결’이라고 썼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원 유세를 했다.
다른 보수 후보는 물론 무소속 후보도 없었기에 자유통일당 득표를 그대로 자유통일당 지지로 해석할 순 없으나, 구로구민 30% 이상이 자유통일당을 국민의힘 대안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이후, 국민의힘은 4일과 6일 잇따라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결론은 “대선 승리”였다. 명분은 ‘이재명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다’이다.
예상됐던 일이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이라기보단 ‘이권 추구 결사체’에 가깝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치유의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며 “마지막 꿈을 향해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 올라간다”고 했다.
지금 어디 ‘경사’ 났나.
친윤계 강경파 의원들은 ‘탄핵 찬성’ 입장이었던 김상욱·조경태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지금 탈당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지난해 12월3일 국회에 들어간 12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은 순수한 ‘윤석열 계엄 옹호’, 최소 ‘계엄 방관 정당’이 된다. 지도부는 ‘통합’을 외치나, 이 역시 이유는 오로지 ‘대선 승리’ 때문이다.
어차피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 못 이긴다. 이겨서도 안 된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여당이 절대 이겨서는 안 되는 대선이 3번 있었다. 1987년, 1997년, 2017년이다. 그리고 이번이 4번째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일으켜 탄핵당했다. 그래서 3년 만에 대선이 또 치러진다. 이러고도 어떻게 국민들께 또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가.
한동훈 전 대표도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15일 비상대책위원장이었을 때 “형사처벌이라든가 선거법 위반 같은 것, 그런 귀책으로 재보궐이 이루어지게 된 경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은 구로구청장보다 더 위중한 자리 아닌가.
‘탄핵은 헌재 결정 사항이며, 내란죄 형사처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할 텐가.
져야 할 선거를 이기면 역사가 꼬인다.
1987년 선거에서 쿠데타 후예인 민주정의당이 이기면서 결국 3당 합당으로 이어졌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이번 대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당 소속 대통령이 잇따라 임기를 다 못 채우고 탄핵당했다.
이번 ‘12·3 내란’ 이후엔 줄곧 ‘내란 세력’을 옹호하며 ‘국민’ 반대편에 섰다. 그리고 전광훈 극우 집회 연단에 올랐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만일 이 상태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긴다면, 앞으로 국민의힘 경선은 자유통일당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치유의 시간 하루’가 아니라, ‘참회와 성찰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
2017년 박근혜 탄핵에서 그런 시간을 제대로 갖지 않은 결과가 2025년 윤석열 탄핵이다. 일반인 윤석열은 탄핵 결정 이후에도 한남동 관저에 그대로 머물며 국민 세금으로 공짜밥을 먹고 있다. 나중에라도 퇴거 지연에 따른 관저 사용료를 날수를 계산해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지지층만을 향해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말인가.
국민들이 윤석열로부터 나라를 지켜냈다. 그런데도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 무뢰를 향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사랑 정당’으로 남고 싶은가.
당을 궤멸시키고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윤석열을 왜 아직 짝사랑하는가.
제대로 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려면, 이제 ‘보수’라는 이름을 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건강한 보수 정당이 필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아니다.
권태호
논설위원실장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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