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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거대한 전환…6·3 대선의 역사적 의미

道雨 2025. 5. 14. 09:22

한반도의 거대한 전환…6·3 대선의 역사적 의미

 

 

 

 2025년 6월3일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역사적인 선거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환’이 예상되는 해에 펼쳐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방 이후 80년간 한반도를 짓눌러온 냉전 체제가 해체되는 시기에 치러지는 첫 선거다. 6·3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한반도 탈냉전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를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게 된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을 기형적 냉전국가로 고착시킨 강고한 구질서를 혁파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가 체제를 세우는 일이 그의 손에 달렸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은 우선 ‘냉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적 사명을 떠맡지 않을 수 없다.

2025년은, 지난 연말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의 제목처럼, “트럼프-김정은 제2막이 세계를 뒤흔드는” 해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반도 냉전 체제의 해체가 시작될 것이다.

종전 선언, 평화 협정, 북-미 수교로 이어지는 냉전 해체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출판된 책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예상하듯이, 올가을 도널드 트럼프의 평양 방문과 연이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 참석이 이뤄진다면, 지난 80년간 한반도를 옭아매온 냉전의 족쇄를 풀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6·3 대선으로 탄생할 한국의 대통령은, 트럼프, 시진핑, 이시바 시게루 등 역내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아펙의 호스트로서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거에 국제적 정치인으로 부상할 것이다.

신임 대통령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냉전 시대에 관성화된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창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교의 케이(K)-이니셔티브를 보여야 한다.

 

 

나아가 새 정부는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뿌리부터 흔들린 한국의 민주주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의 정치 지형을 ‘수구보수 과두지배’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진보-보수 경쟁’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

 

윤석열 내란 사태와 그에 이은 국민의힘 소란 사태는, 이 정당이 수구보수 정당이 아니라 수구파시스트 정당임을 자백한 것이다. 이런 반민주적 정당이 거대 양당 체제의 한축을 담당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쿠데타를 자행한 자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정당이 ‘최악의 경우라도’ 다시 제1야당이 되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새로 탄생하는 정부는 ‘중도보수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함으로써, 오른쪽으로는 수구파시스트 정당을 정치 무대에서 퇴장시키고, 왼쪽으로는 합리적인 진보 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이 나라의 정치 지형을 좌우가 균형을 이루는 정상 형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새 정부는 또한 적극적으로 사회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교육개혁이다. 윤석열 내란 사태와 의사 파업 사태는, 한국 교육이 길러낸 최고의 엘리트들이 파시스트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드러내주었다. 서울 법대 ‘내란과’ 출신의 법조인들과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의사들은 한국 교육의 ‘파탄’을 상징한다.

한국 교실에서 12년 교육을 받으면, 특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일수록,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파시스트가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새 정부는 교육혁명을 통해 ‘사활을 건 전쟁터’에서 파시스트를 양산하는 극단적 경쟁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대전환의 시대에 치러지는 2025년 대선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집권이 유력해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한반도 탈냉전의 새로운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여, 국제적으로는 담대한 균형외교를 펼치고, 국내적으로는 과감한 사회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이 시대적 과제를 이번에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 ‘문재인 트라우마’ 위에 ‘이재명 트라우마’가 겹친다면, 민주당의 운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요컨대, 6·3 대선은 냉전 기생 세력과 탈냉전 평화 세력의 대결이고, 파시즘 세력과 민주 세력의 대결이며, 수구 세력과 개혁 세력의 대결이다.

탈냉전, 민주, 개혁 세력이 압승하여, 한반도의 평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한국 사회의 개혁을 기필코 이루어야 한다.

 

다가올 대선은 영구 평화를 정착시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개혁을 감행하는 ‘용기와 비전의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대선 이후 펼쳐질 한반도의 거대한 전환을 상상하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나날이다.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