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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재정적자…정부 허리띠 죄라"는 윤똑똑이들

道雨 2025. 5. 16. 11:03

"역대급 재정적자…정부 허리띠 죄라"는 윤똑똑이들

 

 

 

1분기 나라 살림 61.3조 적자…역대 두 번째

경기 침체 대응하려면 추가 재정 투입 불가피

2차 추경으로 성장률 높이면 재정 악화도 개선

지금은 건전재정보다 침체된 경기 회복이 먼저

 

 

 

 

기획재정부가 올해 1분기 재정 동향을 15일 공개했다.

3월 말 기준 총수입은 159조 9000억 원, 총지출은 210조 원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약 50조 원 적자다. 정부의 재정 상태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를 봐야 한다.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는 11조 3000억 원 흑자를 냈다.

결국 관리재정수지는 1분기 61조 3000억 원의 적자를 보게 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75조 3000억 원 적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정부는 최근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전략 산업 지원 등을 위해,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이 추경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현재 부처별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여전히 추경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긴 ‘건전재정’ 논리를 반복하며, 퍼주기 추경 남발은 안 된다는 것이다.

 

 

나라 살림 적자지만 법인세·소득세는 증가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건전성만 고집하다가는 더 큰 실책을 범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이 멈춰 재정이 더 망가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는 고물가, 고금리에 내수 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졌는데도 소비 진작에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 등 부자 감세로 세수 펑크가 발생하자,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 지출을 줄였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는 등 벼랑 끝에 몰렸다.

 

재정적자 규모가 역대 두 번째로 크다지만, 내용을 보면 작년보다는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재부의 월간 재정 동향 5월호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총수입은 1년 전보다 12조 5000억 원 증가했다. 국세 수입이 93조 3000억 원으로 8조 4000억 원 늘었다. 근로자 수 증가와 성과급 지급 확대 등에 힘입어 소득세가 2조 8000억 원 늘었고, 법인세도 12월 결산법인의 실적개선과 이자·배당소득 증가 덕에 6조 5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소비 침체 영향으로 1조 5000억 원 감소했다. 세외수입은 11조 3000억 원으로 3조 9000억 원, 기금 수입은 55조 3000억 원으로 2000억 원 각각 늘었다.

 

3월 말 기준 총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조 2000억 원 줄었으나, 정부가 예산을 조기 집행하며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1차 추경 요인이 최종적으로 반영되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 관리재정수지 추이. 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 이어 KDI도 "올해 성장률 0%대"

 

올해 1분기부터 재정이 대규모 적자를 보이자, 정부가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재정만 생각하기에는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급박하다. 특히 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장기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가 최소 20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3개월 전 전망치는 1.6%였으니 반토막이 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중에도 0%대 전망치를 제시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월 전망 당시에는 관세 인상이 이렇게 빨리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소비심리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고, 건설 부분에도 공사 지연 등 차질이 발생했다.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KDI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재정지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재정지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하락과 세입 여건 악화,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등 건전재정을 지켜야 할 여러 이유를 들었다.

 

* 주요 기관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연합뉴스

 

 

 

내수 불황에 관세전쟁으로 수출마저 줄어

 

그러나 2차 추경을 절대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상당히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더 안 좋은 방향으로 나가면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KDI는 부연 설명으로 2차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우리 경제는 이미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 발 관세 폭탄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수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은 벌써 눈에 띄게 줄었다. 상장을 견인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수출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내수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수출마저 줄면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지고 성장률 하락 추세도 더 빨라질 게 분명하다.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 소비 여력이 없고, 기업은 실적 악화로 투자할 형편이 안 된다. 이럴 때 정부마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성장은 멈추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적기에 재정을 풀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2차 추경 편성 논의를 바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 4월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 추이. 연합뉴스

 

 

 

모건스탠리·민주당 “20조 이상 2차 추경 필요”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국 정부가 올해 3분기에 최대 35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1차 추경만으로는 올해 성장률을 0.01%포인트 올리는 데 불과하니, 더 큰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그 규모가 20조 원에서 35조 원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성장률을 0.22%포인트에서 0.31%포인트 정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진성준 정책본부장도 지난 12일, 올해 하반기 추경 편성과 관련해 20조 원은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부 증액이 반영되긴 했지만, 국회에서 최근 통과된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가지고는 최소한의 경기 방어도 안 된다”며 “(2차 추경으로 마련한) 20조 원은 무엇보다 민생 회복과 소비 진작에 쓰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