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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창군기념 군사퍼레이드…전국 동시다발 시위 예고

道雨 2025. 6. 12. 11:53

미, 창군기념 군사퍼레이드…전국 동시다발 시위 예고

 

 

 

트럼프 "시위자 누구든 매우 엄청난 무력 직면"

79살 생일과 겹쳐…시위 주최 쪽 "왕국 아니다"

라이시 "비겁 트럼프, 취약층 상대로 내전"

입사이스 "LA 사태, 법 집행 아닌 권력 과시"

 

"시위는 우리나라를 증오하는 것이며 시위자는 누구든 매우 엄청난 무력(very heavy force)에 직면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인 포트 브래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본인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인 오는 14일 워싱턴D.C.에 진행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때 시위하면, 초강경 진압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인 포트 브래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6. 10 [EPA=연합뉴스]

 

 

 

트럼프 "시위자 누구든 엄청난 무력 직면"
경고에도 14일 미 전역서 '노 킹스' 시위

 

트럼프의 경고에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될 14일에 맞춰, '왕들은 없다. 전국적 저항의 날'(NO KINGS Nationwide Day of Defiance)이란 항의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델라웨어'에 따르면, 이 전국적 시위는 진보 운동단체인 '인디비저블'(Indivisible)이 풀뿌리 시민 연대조직인 '50501 운동'과 공조해 준비하고 있다. '50501'은 "50건의 시위, 50개 주, 1일"을 말하며, 한 날에 50개 주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뜻을 담았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발표문을 통해 "트럼프는 본인 생일을 위해 거리에 탱크들을 동원하고, TV를 통해 위세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육군의 창설일에 대해 "미국민이 왕에게 맞서고자 처음 조직했던 날을 기념한다. 트럼프는 그런 유산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을 기념하기 위해 그것을 가로채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이 나라는 왕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는 트럼프에게 자신을 위해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쓰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6월 14일 왕좌는 없다, 왕관도 없다, 왕들은 없다는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함께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일 워싱턴D.C를 비롯해 미 전역에서 1600건이 넘는 "노 킹스" 시위를 벌일 계획을 잡고 있다.

 

* 미국 육군 창설일인 14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워싱턴D.C. 지역. 2025. 06. 09 [NBC4 워싱턴 켑처]

 

 

 

미 육군 창설일인 14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트럼프 79세 생일과 겹치면서 거센 반발 불러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 공원인 내셔널 몰에서 진행될 이번 군사 퍼레이드엔 M1A2 에이브럼스 전차 24대,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량 24대, 4대의 M109 자주포(팔라딘) 등과 아파치, 블랙호크, 시누크 등 미 육군 소속 항공기 50대가 동원된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때의 B-17 폭격기, P-51 머스탱 전투기 등이 내셔널 몰 상공을 비행한다.

약 6500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비용은 최소 3000만 달러(약 410억 원)로 추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 있을 연단은 백악관 남쪽의 컨스티튜션 애비뉴에 설치됐으며, 행사 당일 오후 6시쯤 군사 퍼레이드가 이곳을 지나갈 예정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에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좀처럼 벌이지 않는다. 군대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군의 정치 중립성을 유지하겠다는 문화적 배경과 연관되어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정권의 권위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자주 활용한다.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행사를 자제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창식. '국군의날 100억짜리 군사 퍼레이드, 도대체 왜?' 2024년 9월 23일. 시민언론 민들레)

 

군사 퍼레이드 계획이 5월 초에 이미 발표됐다는 점에서, 강압적 불법 이민자 단속과 그에 따른 항의 시위, 주방위군에 이은 해병대 신속 투입과 시위대와 충돌 위기 등,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전개되는 작금의 사태를 트럼프는 사전에 계산에 넣었다고 봐야 한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당국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9일로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2025. 06. 09 [AFP=연합뉴스]

 

 

 

불법 이민자 추방 반대 시위 미 전역 확산
해병대, 시위 현장엔 아직…통행금지 선포

 

10일로 닷새째 이어진 LA 도심 시위의 강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트럼프 이민정책 규탄 시위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주 시애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주 댈러스와 오스틴, 일리노이주 시카고, 켄터키주 루이빌, 조지아주 애틀랜타, 테네시주 멤피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뉴욕주의 뉴욕 등으로 항의 시위가 확산됐다.

 

이날 LA에선 시내 공연장과 호텔 등이 있는 'LA 라이브' 일대와 연방 구금센터 등이 있는 '시빅센터' 일대 등에서 집회 행진과 시위가 이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낮에는 수천 명이 시청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트럼프 이민정책을 규탄했고, 연방 구금센터 앞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구금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저녁 무렵 시위 인파가 줄어들면서 경찰은 시위대를 도로에서 밀어내며 해산을 시도했고, 시위대가 반발하자 공포탄과 고무탄 등을 발사하기도 했다.

 

LA 경찰은 도심 전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했고, 민주당 소속 캐런 배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심 주요 시위 지역에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동했다. 트럼프가 LA에 배치한 해병대는 아직 시위 현장에 투입되지는 않은 상태다.

 

*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 당국의 강압적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방위군 병력이 연방 빌딩 바깥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2025. 0610 [AFP=연합뉴스]

 

 

 

"미국민이 왕에 맞서고자 처음 조직한 날"
시위 단체들, 미 육군 창설일 의미 부여

 

전날 미 국방부는 LA의 질서 회복을 위해 해병대 700명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이민자 단속 지원을 위해 추가로 2000명의 주방위군을 LA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미 배치된 주방위군 2000명을 포함해 LA 주둔 전체 병력은 47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트럼프는 이날 포트 브래그 연설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평화·공공질서·국가 주권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도시가 외국의 적에 의해 침공 당하고 정복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만에 LA는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며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에서 국제범죄조직과 범죄 네트워크가 통제하는 쓰레기 더미가 됐다"며 "우리는 폭력을 진압하고 법과 질서를 즉시 회복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트 브래그는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본부이며, 그린베레와 공수사단 등 고도로 훈련된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 당국의 강압적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폭죽을 터뜨리자 경찰관들이 지하도 아래로 몸을 숨기고 있다. 2025. 06. 08 [EPA=연합뉴스] 

 

 

 

라이시 "비겁 트럼프, 취약층 상대로 내전"
입사이스 "LA 사태 법 집행 아닌 권력 과시"

 

주방위군과 해병대 동원과 관련해,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골드먼 정책대학원 교수는 10일 페북 글에서 "군사력 과시 자체가 (트럼프의) 목적이다. 그에게 권력의 모습을 부여하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했다. 라이시는 "모든 폭력배처럼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비겁하다. 중국, 하버드, 대법원, 일론 머스크, 연방 법원에 굴욕을 당한 트럼프는...캘리포니아에서 미국의 취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내전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1세대 로스쿨 학생인 아흐마드 입사이스는 9일 자 알자지라 기고에서 "미국의 권위를 위협하는 광범위한 반란은 없다. LA에는 적군이 없으며, 단지 자신들의 공동체를 위한 존엄성을 요구하는 분노하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연방 권한의 합법적인 집행이 아니라, 법 적용으로 위장한 즉흥적인 조치이며, 선언, 과시, 힘으로 대체되는 헌법 질서의 느린 침식이다"라며,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사이스는 "LA와 다른 도시들에서 벌어지는 일은, 법 집행이 아니라, 권력의 과시, 즉 저항은 압도적 힘에 직면해 진압될 것임을 과시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라고 짚었다. 트럼프의 이번 행보를 '연성 쿠데타'(soft coups)로 규정한 그는 "이러한 선례가 유지된다면, 연방 군대는 저항에 대한 표준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표를 주지 않은 도시들은 점령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법을 따르지 않고 군대를 배치할 수 있고,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한다면, 법은 그 힘을 잃는다. 그것은 자체 원칙들을 포기한 시스템을 덮는 허울, 즉 연극이 된다"고 개탄했다.

입사이스는 '포위된 나라'(State of Siege)란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