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美서 팔린 조선백자…되찾을 길은?

道雨 2008. 12. 30. 14:20

 

 

 

신동립의 잡기노트

       - 美서 팔린 조선백자…되찾을 길은?

 


【서울=뉴시스】

1800년 전후 작품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청화(靑華) 백자가 12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18만4000달러에 팔렸다. 당시 환율로 60억원에 가까운 거액이다. 전화 응찰자가 경쟁자 11명을 제치고 높이 40㎝짜리 청화자기의 새 주인이 됐다. '아시아인 바이어'라고만 알려졌을뿐 그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보스턴의 어느 미국인 여성이 수십년간 보관하고 있다가 8월 로스앤젤레스 지역 갤러리의 감정을 거쳐 출품한 경매물건이었다. 19세기부터 대대로 내려온 가보였다. 그녀의 조상이 1890년대 극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손에 넣은 도자기다.

조선백자 자체의 예술성도 탁월하다. 하지만 이 조선백자는 표면의 그림 덕분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염이 난 산신령이 태양과 구름, 소나무 아래 앉은 채 자신의 메신저인 호랑이 꼬리를 끌어당기고 있는 모습을 붓으로 그려 넣었다. 이 장면에서 구름과 해는 낯설지 않다. 사슴, 까치 따위와 함께 도자기화의 단골소재다. 그러나 산신은 아니다. 도자기에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청화백자의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사인(落款)은 없다. 그럼에도 단원(檀園) 김홍도(1745~1810?)를 떠올리는 추리안들이 있다. 매우 친숙한 '무동(舞童)' '씨름' '서당' 등 풍속화들이 김홍도 작품의 전부는 아니다. 신선도 잘 그렸다. 대작 '군선도(群仙圖)'에는 신이 19종이나 들어있다.

김홍도가 도자에 그림을 그렸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안 그렸다는 증거도 없다. 임금의 초상화, 후불 탱화, '무예도보통지'중 삽화, 그리고 극사실적인 의궤 등 그의 작업영역에는 경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낙관을 빠뜨린 이유도 상상 가능하다. 누군가의 강요 또는 청탁에 의해 마지못해 그렸을 지도 모른다. 저명 한국화가에게 치마를 보내 난을 치게 한 뒤 서명이 없다며 돌려보낸 과거의 대통령 부인쯤 되는 세력이 시킨 일일 수도 있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가타부타 하지 않는다. 그들과 별개로 이 청화백자 겉을 장식한 그림이 김홍도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있다. 고미술이나 백자 관련 학자수준은 못된다. 그래도 국악으로 치면 귀 명창의 경지에 오른 안목들이다.

경매 전 청화백자의 추정가는 20만~30만달러였다. 낙찰가가 20배나 치솟은 데는 이들 프로급 아마추어의 눈썰미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2차원 '단원풍속도첩'이 보물 제527호라면, 이 3D 그릇은 국보급이라고 못을 박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진귀한 '조선 다이너스티 코리안 블루 & 화이트 포설린 자'를 품에 안은 재력가는 일본인 S로 확인됐다.

간송(澗松) 전형필은 더 이상 없다. 문화재와 미술품을 극진히 사랑하는 재벌그룹 총수가 나설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강탈당한 문화재가 아니므로 환수운동도 우습다. 세계가 눈독 들인 마스터피스의 조국행이 기대난망인 현 시점이다. reap@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13호(1월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