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800년전 화물선 발굴, 고려 생활사 연구 탄력

道雨 2009. 11. 4. 13:37

 

 

 

   800년전 화물선 발굴, 고려 생활사 연구 탄력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태안 마도에서 800년 전 화물 수취관계를 밝혀줄 고려 죽간(竹簡), 즉 대나무에 글을 적은 것이 처음으로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 수중 발굴조사에서 침몰한 고려시대 선체를 발견해 적재된 여러 종류의 곡물, 도자기, 죽제품 등 1400여점에 이르는 유물을 인양했다고 4일 밝혔다.

선박의 선적·출항일자, 발신지(자), 수신자, 화물의 종류와 수량 등을 기록한 목간(木簡)과 죽간 64점을 수습했다.

 
 
성낙준 소장은 "인양유물과 목간·죽간 내용을 종합하면 1207년 겨울에서 1208년 초에 걸쳐 해남·나주·장흥 일대에서 곡물류와 젓갈류, 도자기 등을 모아 적재한 후 개경에 있는 관직자에게 올려 보내고자 항해하던 중 지금의 마도에서 좌초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발굴된 목간과 죽간에는 정묘(丁卯) 10월, 12월28일, 무진(戊辰) 정월, 2월19일 등의 간지와 날짜가 적혀 있다.

성 소장은 "화물의 선적 일자로 보이고 이에 따라 선박은 무진년 2월19일 이후 출항한 것"이라며 "화물의 발신지는 죽산현(竹山縣·해남), 회진현(會津縣·나주), 수령현(遂寧縣·장흥) 등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목간과 죽간에는 지방 향리인 '장(長)'과 같은 발신자의 직위와 '송춘(宋椿)'과 같은 발신자의 성명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도 발견됐다. 수신자 명단에서는 '대장군(大將軍)', '별장(別將)', '교위(校尉)', '봉어동정(奉御同正)'과 같은 관직명과 '김순영', '권극평', '윤방준', '송수오' 등의 성명이 정확하게 나타난다.

아울러 목간·죽간에는 지방에서 개경으로 보내는 각종 화물명도 적혀 있다. 벼(租·白米), 조(粟), 메밀(木麥), 콩(太), 메주(末醬)와 같은 곡물류와 고등어(古道), 게(解) 등의 젓갈(醢))과 기장, 피와 생선뼈, 멸치젓, 대나무 반, 석탄 등의 화물도 포함돼 있다.

화물별로 '石(섬)', '斗(말)', '缸(항아리)' 등의 도량 단위로 정확한 수량을 표시했으며 수량은 대체로 갖은자(壹·貳·參·肆·伍·拾·卄)로 표시, 정확성을 꾀했다.

성 소장은 "죽간 중에서는 '대장군 김순영택 상 전출 조 일석(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대장군 김순영 댁에 전출 벼 1섬을 올린다·사진)'이라고 적힌 유물이 주목된다"고 특기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김순영은 1199년 장군으로 승진했으며, 1242년에 만들어진 '김중구묘지명(金仲龜墓誌銘)'에서도 신종(재위 1198~1203) 시대에 '장군'을 지낸 사실이 확인됐다.

성 소장은 "이번 죽간 자료를 볼 때, 김순영은 당시 집권자인 최충헌 밑에서 1199년 이후 대장군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이런 김순영의 행적을 고려할 때 죽간이나 목간에 보이는 정묘, 혹은 무진년은 각각 1207년과 1208년에 해당한다. 따라서 '마도 1호선'은 1208년 출항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이번에 인양한 고려청자 중에는 청자 상감 표주박 모양 주전자가 포함됐다. 보물급으로 평가되는 청자다. 승반(承盤·받침접시)과 2개의 투각받침대가 묶음으로 나와 유물의 조합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양된 청자는 강진이나 부안 모두에서 보이는 양식이다.

인양 중인 '마도1호선'은 길이 10.8m, 중앙 폭 3.7m 규모로 남동~북서 방향으로 갯벌에 묻혀 있다. 2개의 돛대구멍이 있으며, 그동안의 수중 발굴 선박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선체구조물도 확인됐다.

성 소장은 "인양이 완료되면 고려 선박구조와 조선 기술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선박과 화물의 성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보다 정밀한 판독과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이번 조사에서 고려시대 죽간을 최초 발견했다"며 "목간과 죽간에는 화물의 발신자와 수신자가 적혀 있어 고려시대의 화물 수취관계를 조사하는데 중요한 자료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씨 무신 정권에서 장군을 지낸 자의 이름도 적혀 있어 마도 1호선의 침몰 연도도 알수 있다"며 "특히 청자 상감 표주박 모양 주전자는 고쳐 청자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연구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청장은 "수량을 도량 단위로 표시한 죽간과 곡물류, 기장, 피와 생선뼈, 멸치젓, 대나무 반, 석탄 등이 출토돼 13세기 초의 생활상을 한눈에 엿볼 수 있게 됐다"고 발굴 성과를 요약했다. "태안 마도는 수중 보고 지역으로 당시의 생활사, 선박사, 화물 수취체계를 밝혀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이 차지하는 수중고고학·역사학적 중요성을 감안, 순차적 조사계획을 통해 수중발굴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