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에 <소설 동의보감>에서 팔의(八醫 : 여덟 종류의 의원)에 대해 적어 놓은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이 팔의론에 대한 원문의 출전이 어느 곳인가 찾아보았다.
** 조선왕조실록(세조 9년)에 실려있는 글이다...
여기에서 8종류의 의원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기실 쓸만한 의원은 심의(心醫)와 식의(食醫)뿐이다. 모름지기 마음을 조절하고, 음식으로써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질병에 대해 주로 약에 의존하려고 하는 현대 의학의 실상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팔의론(八醫論)
-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의 '의약론' 중에서
임금이 《의약론(醫藥論)》을 지어서 한계희(韓繼禧)·노사신(盧思愼)과 아종(兒宗) 등에게 보이고, 임원준(任元濬)에게 명하여 주해(註解)를 내어서 인쇄 반포(頒布)하게 하였다. 그 논(論)에 이르기를, |
“무릇 병(病)을 치료하고, 약(藥)을 사용하여 길흉(吉凶)을 바꾸고, 조화(造化)를 부리고, 화복(禍福)을 정(定)하는 것은, 다만 그 차고 더운 것을 분변(分辨)하여 처방 치료하는 데 있을 따름이요, 그 성(盛)하고 쇠(衰)함을 틈타서 일찍 도모하는 데 있을 따름이니, 8종(種)의 의원(醫員)도 그것을 엿보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이 처음으로 병(病)을 얻으면 기운이 오히려 성(盛)하여 약의 효력이 발생하기가 쉽고, 또한 독한 약을 쓸 수도 있을 것이나, 몸이 노곤(勞困)하게 되면 약의 효력도 발생하지 못하고 또한 독한 약도 쓸 수도 없을 것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하고 쇠한 때를 틈타서 일찍 도모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몸이 차면 반드시 열기(熱氣)가 있고 몸이 더우면 반드시 한기(寒氣)가 있는 법이나, 몸의 안팎과 중간에 한열(寒熱)의 많고 적음을 분변하기가 어려우므로, 묘한 곳을 깊이 진맥하는 자가 아니면 분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주리(酒痢)의 병으로 설사(泄瀉)를 하는 경우와 같은 때에 냉(冷)하다 하여 열약(熱藥)을 먹으면 주리(酒痢)가 그치지 아니하고 다른 증세를 나타내니, 만약 얼음 물을 마신다면 많이 마실수록 더욱 좋은 것이다. 이것으로써 열(熱)이 극하면 냉(冷)이 생기고, 냉(冷)이 지극하면 열(熱)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열(寒熱)을 분변하여 처방 치료한다.’고 하는 것이다.
창진(瘡疹)과 상한(傷寒)의 약제(藥劑)도 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대저 약을 쓰는 것은 이와 같을 따름이니, 만약 기운이 다하고 마음이 상(喪)하여 인리(人理)가 이미 기울어졌을 때에는 약(藥)을 쓰지 않는 것만 같지 못한 것이다.
무엇을 8종(種)의 의원(醫員)이라고 하는가 하면, 둘째가 식의(食醫)요, 세째가 약의(藥醫)요, 네째가 혼의(昏醫)요, 다섯째가 광의(狂醫)요, 여섯째가 망의(妄醫)요, 일곱째가 사의(詐醫)요, 여덟째가 살의(殺醫)이다.
심의(心醫)라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도록 가르쳐서, 병자(病者)가 그 마음을 움직이지 말게 하여, 위태할 때에도 진실로 큰 해(害)가 없게 하고, 반드시 그 원하는 것을 곡진히 따르는 자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자와 더불어 술을 같이 마시고 깨어나지 않은 자가 있다면 이것은 심의(心醫)가 아니다.
식의(食醫)라는 것은 입[口]으로 달게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니, 입이 달면 기운이 편안하고, 입이 쓰면 몸이 괴로와지는 것이다. 음식에도 차고 더운 것이 있어서 처방 치료할 수가 있는데, 어찌 쓰고 시다거나 마른 풀이나 썩은 뿌리라고 핑계하겠는가? 지나치게 먹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 자가 있는데, 이것은 식의(食醫)가 아니다.
약의(藥醫)라는 것은 다만 약방문(藥方文)을 따라 약을 쓸 줄만 알고, 비록 위급하고 곤란한 때에 이르러서도 복약(服藥)을 권하기를 그치지 아니하는 자이다.
혼의(昏醫)라는 것은 위태한 때에 임하여 먼저 당혹하고, 급할 때를 당하여 문득 망연하여 혼혼(昏昏)하기가 실성(失性)한 것 같아서, 조치할 바를 알지 못하므로, 일을 보더라도 무슨 일인지를 알지 못하고 말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하며, 우두커니 앉아서 잠자코 자기가 해야 할 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이다.
광의(狂醫)라는 것은 자상히 살피지 아니하고, 갑자기 열약(烈藥)과 침폄(針砭) 등을 쓰기를 또한 꺼리지 아니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귀신을 만나도 공격하여 이길 수 있다.’고 하나, 만약 무당의 제사(祭祀)를 만나면 문득 들어가서 술에 취하여 춤을 추는 자이다.
망의(妄醫)라는 것은 목숨을 건질 약(藥)이 없거나 혹은 병자와 같이 의논하지 않아야 마땅한데도 가서 참여하기를 마지 않는 자이다.
사의(詐醫)라는 것은 마음으로는 의원(議員)이 되려고 하나 의술(醫術)을 잘못 행하고, 사실 온전히 의술을 알지 못하는 자이다.
살의(殺醫)라는 것은 조금 총명한 점이 있어서 스스로 의술(醫術)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나, 세상의 일을 겪어보지 못하여 인도(人道)와 천도(天道)에 통달하지 못하며, 병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도 일찍이 가진 적이 없어서, 병에 이기기를 좋아하는 뜻을 굳게 지키면서 동쪽을 가지고 서쪽을 꺾으며, 말을 먼저 하고 난 뒤에야 마음에 구(求)하는데, 구하여도 얻지 못하면 억지로 부회(附會)하지만 그 의리(義理)에 합당치 않으니, 어찌 아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아직도 미혹(迷惑)한 사람에게는 자랑을 하며, 거만하여 신인(神人)을 소홀히 여기어 종종 직업에 미혹한 짓을 범하니, 지금 당장 나타난 재액(災厄)은 없다고 할지라도 어느 때에 그 행동을 고치겠는가? 이것을 살의(殺醫)라고 하는 것이다. 살의(殺醫)라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그르다고 여기어 능멸하고 거만하게 구는 무리이다. 최하(最下)의 쓸모 없는 사람이니, 마땅히 자기 한 몸은 죽을지언정 다른 사람은 죽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무심(無心)한 의원(醫員)이 있으니, 마음은 생(生)이 되나 근본은 생(生)이 없는 것이다. 생(生)이 없다면 병(病)도 없을 것이요, 병(病)이 없다면 의술(醫術)도 없을 것이요, 의술(醫術)이 없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
하였다. |
***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누구나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원문과 국역된 것이 모두 있으니 편리하다. 잘 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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