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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기댄 일자리 정책의 파탄

道雨 2010. 4. 2. 12:58

 

 

      대기업에 기댄 일자리 정책의 파탄

 

 

재벌에 기댄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
금융위기를 맞아 정부가 대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며 고용 확대를 주문했지만 성과는 보잘것없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30대 기업이 늘린 고용 인원은 겨우 2667명이었다. 대기업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각종 규제 완화 혜택만 고스란히 챙기고 고용 확대 약속은 나몰라라 한 셈이다.

 

이런 결과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고용 여력이 점차 줄고 있는 대기업에 아무리 고용 확대 주문을 해봤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면 대기업들이 자진해서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익을 좇는 기업 속성상 정부가 요청한다고 필요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뻔한 사실을 모르고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대기업에 매달렸던 이 정부가 한심할 뿐이다.

 

고용 확대 약속을 안 지킨 대기업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재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행태는 고질적이다. 전경련은 정부가 투자나 고용 확대를 주문하면 이에 화답하듯이 대국민 약속을 남발한다. 그러면서 반대급부로 출총제 폐지 등 재계의 민원 사항을 조건으로 내걸어 이를 관철시킨다. 그러고는 그만이다. 챙길 것만 챙기고 약속은 내팽개치는 행태를 계속하는 한 재벌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친재벌 정책으로 대기업들만 최대의 수혜를 누렸다. 지난해 금융위기 와중에도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금융위기 분위기를 틈타 직원들의 임금까지 삭감했으니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투자 확대나 고용 증대 등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구실은 안 하면서 자사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대기업들에 국민 부담이 수반되는 정책적 배려를 계속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면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통계를 봐도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취업자는 계속 줄지만 중소형 사업장 취업자는 늘어났다. 정부는 별 효과도 없는 재벌 위주의 보여주기식 일자리 정책은 당장 그만두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를 하나라도 늘려갈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10. 4. 2 한겨레신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