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고?

道雨 2010. 5. 14. 12:21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고?

 

 

 

광고 문구나 유행어는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의 집단적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1970년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노래는 절대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포착했고, 그리하여 유신독재의 폭압성을 덮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아이엠에프 경제위기의 여파가 계속되던 2002년, 한 신용카드 광고 “다들 부자 되세요”는 경제위기와 불황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의 욕망에 불을 질러 ‘대박’을 터뜨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와 “다들 부자 되세요”로 상징되는 철학의 신봉자이자 구현자이다. 그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김밥, 풀빵 장사를 하며 공부를 했다. 상경해서는 청소부와 일당 노동자로 돈을 벌며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재벌 회사의 사장이 되어 엄청난 재산을 모았고, 마침내 최고 권력까지 손에 쥐었다.

 

필자는 50여년간 하루에 네 시간만 자며 연간 휴가도 3∼4일만 간다는 이 대통령의 성실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누구든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는 신념을 내면화하고, 성공하지 못한 자는 개인적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사회문제 해결도 제도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일로 바라본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대통령의 시각은 정부의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

 

예컨대 이 대통령은 실업의 원인은 구직자들의 눈이 높아서 생긴 문제라고 보고, 중소기업 취직으로 눈을 낮추면 문제가 풀린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고수하기에, 대기업의 시장독과점,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침탈,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거래 강요 등 반시장적 불법행위를 근절하여 중소기업을 매력적 일자리로 만들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시이오(CEO) 대통령’으로서 기업에 부담을 주기 싫은 것인지, 청년실업 대책을 위하여 벨기에가 시행한 ‘로제타 플랜’을 도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잡 셰어링’ 정책은 전시용 이벤트 차원에서 또는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으로만 실시되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 대응전략 회의’는 낙태 단속과 처벌 강화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낙태를 하는 매년 100만 이상의 여성을 단지 태아의 생명을 경시하는 ‘범죄인’으로 취급하고 단속과 처벌을 세게 하면 낙태가 줄어들 것인가. 출산 후 해고를 방지하고, 출산 및 육아를 위한 휴가와 ‘유연근무’를 보장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와 타이, 스리랑카 등의 나라에서도 출생 후 의무교육 졸업 연령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않다. 현재 미혼모 지원 예산은 성매매여성 자립지원 예산보다 훨씬 적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온 사회에 관철되고, 자산·소득·교육의 양극화는 극도로 심화되면서, 개인의 노력을 통하여 계층상승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은 극도로 낮아졌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구조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 줄이고 죽어라고 일해도 ‘부자 아빠’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부자의 탄생’을 보게 되는 일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것임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서민들은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의 구호 “나만 아니면 돼!”를 되뇌며, 자신에게 불행과 고통이 덮치지 않기만을 염원할 뿐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개인의 성실과 노력이 아니다. 한국의 보통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성실하며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변화이며, 그것을 하는 것이 국가와 국가지도자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

 

 

 

 

 * 로제타 플랜(Rosetta Plan)

2000년 벨기에 정부가 도입한 강력한 청년실업자 의무고용제도.

종업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고용 인원의 3%에 해당하는 청년 노동자를 추가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 기준을 지킨 사용자에게는 고용 첫해에 사회보장 부담금을 감면해준 반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했다.

 

 

 

** 잡 셰어링(job­sharing : 일자리 나누기)

일자리 나누기(job­sharing, 잡 셰어링)은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낮추고, 그 남는 임금과 시간으로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정책 또는 회사의 경영방침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