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정치적인, 진정 정치적인 조선일보

道雨 2010. 5. 14. 12:28

 

 

 

       정치적인, 진정 정치적인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촛불 2년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전국을 뒤흔들었던 촛불, 이제 반성하자는 취지다. 화답하듯이 대통령도 나서서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질타했다.

자기 성숙을 위해 반성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나 대통령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촛불 이후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반성은 보수언론이나 대통령이 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검역조건 완화로 사회를 혼란에 몰아넣고, 이웃국가들의 대미협상 결과에 따라 재협상할 수 있다고 해놓고 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참여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검역조건 완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다 정권이 바뀌자 말을 바꾼 보수언론. 이들이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

 

거꾸로 반성을 요구하다 보니 조선일보가 무리수를 두었다.

지면을 가득 채운 기사에 인용된 당사자들이 인터뷰 당시 밝힌 자신들의 의사와 다른 내용의 기사가 나갔다고 연이어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 제목 왜곡하기, 기사 채색하기, 내용 비틀기 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제목 왜곡의 전형은 김성훈 전 장관 관련 기사다. 본문에는 그가 미국에서 쇠퇴하는 맥도날드 대신 신선육(20개월령)을 사용하는 ‘초식 햄버거’를 먹었다는 언급을 인용하면서도, 제목은 햄버거 먹으며 미국여행이라 붙였다. 독자들은 그가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면서 바로 그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다녔다 오해하지 않을까?

 

채색형 기사의 전형은 촛불소녀 건이다. 정은진양은 자신이 발언한 내용 앞에 ‘잘못된 정보로 확신이 굳어진’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줄 몰랐다고 했다. 이 소녀는 잘못된 것이라는 근거도 제시받지 않은 채 자신의 소신을 근거 없는 맹신이라 공격한 언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선일보는 또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미국 쇠고기 자체가 위험하다고 한 게 아니라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통상조건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줄곧 지적한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우희종 교수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검역조건 완화를 문제시한 것은 바로 광우병과 관련하여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우 교수가 동전의 앞면 없이 뒷면이 있음을 주장했다고 전하는 식의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선일보의 기사들은 언론이 지켜야 할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 경향성을 인정받는 신문 매체라 하더라도 기사는 최소한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사실 왜곡과 비틀기를 하는 조선일보 그리고 화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국격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진정한 반성이란 ‘사실’에 근거해서 옳고 그름을 따져 보는 것이다. 몇 사람의 생각으로 진실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2008년에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는 것이 진정한 반성의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조선일보 기사 속에 드러나 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촛불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지금 지방선거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당시 촛불도 정치적인 것이었다고 채색하고 싶은 모양이다.

물론 촛불은 꺼진 것이 아니다. 명박산성으로 인해 소통의 벽을 느꼈던 많은 촛불들이 헌법이 보장한 주권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이를 두려워해 사실을 비틀어서라도 촛불에 드러났던 민심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야말로 정말 정치적인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시점 조선일보 기자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언론자유를 잃지 않기 위해서 파업까지 하는 다른 언론노동자들이 있는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