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무엇이 두려워 또 광장을 틀어막는가

道雨 2010. 5. 14. 12:33

* 2010. 5. 14 한겨레신문 사설

 

 

 

   무엇이 두려워 또 광장을 틀어막는가

 

 

 

정부의 집회방해 행위가 부쩍 늘었다.

경찰서울시 등은 시민단체가 여는 집회는 아예 불허하거나, 허가를 한 뒤에도 괜한 트집을 잡아 훼방 놓기 일쑤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겐 경찰의 소환장이 무더기로 날아와 발목을 잡는다. 그동안에도 이런 일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 눈에 띄게 심해졌다.

 

정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며칠 전 서울시는 15일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릴 5·18 30돌 추모행사에서 사진전 등은 가능하지만 정작 분향과 추모는 안 된다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3월 말에 이미 사용허가를 다 받은 행사인데도 느닷없이 말을 바꾼 것이다.

애초 허가대로라면 19일까지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객을 받도록 돼 있다. 이 경우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까지 추모 분위기가 이어질 것을 정부는 두려워한 듯하다. 얼마 안 남은 선거에서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했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 이유 때문에 법률로 인정된 국가적 추모행사를 방해할 수는 없다. 광장을 틀어막고 국민의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일이 당연시될 수는 더더욱 없다.

 

경찰의 무더기 소환장 발부에도 불순한 목적이 있어 보인다.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받은 출석요구서는 이미 수십장이라고 한다. 6·2 지방선거의 쟁점인 4대강 사업 반대나 친환경 무상급식 관련 집회·기자회견 등에 참석했다는 혐의의 소환장도 있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몇년 전 일을 빌미삼은 출석요구서도 있다. 지난 1월 용산참사 희생자 장례식에서 운구를 맡은 이들에게까지 도로교통방해 혐의의 소환장이 나왔다.

해묵은 일까지 꼬투리를 잡는 데는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을 조직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미리 옥죄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불리한 선거쟁점의 확산을 막으려는 계산도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의심을 면하기엔 경찰의 행태가 지나치게 공교롭다.

 

검찰은 아예 경찰의 집회 폭력진압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시민들이 당시의 경찰 간부들을 고소한 사건마다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경찰 폭력을 방조하고 장려하면 집회의 자유는 실질적인 위협을 받게 되고, 사람들은 입을 닫게 된다.

지금 경찰·검찰·행정기관이 노리는 게 바로 이런 암흑시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