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두물머리의 기도

道雨 2010. 5. 15. 12:34

 

 

 

                              두물머리의 기도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주교협의회가 4대강 개발사업에 사실상 반대하는 문건을 낸 뒤로, 교회에서는 개발의 문제점 알리기와 생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4대강 살리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는 이미 살얼음 덮인 2월부터 윤종일 신부를 비롯한 수도자 사제들이 개발 저지를 위한 행동에 들어가 팔당 두물머리에서 날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잇기 단식기도를 올리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4대강 개발사업 저지 행동은 가볍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대운하 때부터 이미 충분한 경청과 생태적 신학적 검토와 논의 과정이 있었다.

 

필자도 그런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대운하를 포기하고 수자원 활용 사업을 하는 것이라니 대운하 규모의 몇 분의 1 정도로 줄여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정욱 교수가 제시한 비교자료는 너무나 놀라웠다. 강을 파헤치는 깊이나 넓이, 보 건설 등이 이건 전혀, 조금도 손대지 않고 대운하 설계를 100% 채용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업의 언어 프레임만 바꾼 것이다.

이럴 수가 있는가? 이건 국민에 대한 기만이고 음모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들어설 때 보수 정책이 강화될 것임은 모든 국민의 예상이었다. 진보 정부 10년 정책들에 혹시라도 지나침이 있었다면 보완되는 것이 국익에도 유익할 것이다.

국민의 선택과 권력을 받았으니 자기 철학을 가지고 민주적 규칙에 입각하여 국익의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생각들을 수용·설득·통합하여 현실화시키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전혀 솔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불감증 상태인 듯하다. 이렇게 국민을 기만하고서도 그것이 국가를 위한 신념이라니 정말 두렵기만 하다.

 

우리 국민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통치권에 대한 전권에 아주 너그럽다. 그렇지만 바뀌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경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취임 후 2년 반 동안 거의 모든 일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된다면 경계를 넘은 것이다.

 

지성과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강압했던 통치권자들의 종말이 어떠했던가.

반대해도 강행할 것은 사실이지만, 강행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복구하게 될 것 또한 사실이다. 되돌아와야 할 길을 십자가를 메고 끌려가야 하는 굽이굽이 강줄기가 처연하기만 하다. 우리는 지금 어느 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물러날 때 좋은 평가를 받아 성공하기를 바란다. 정치에서 사업에서 성공하는 길은 하느님과 동업하는 것이다.

하늘의 뜻은 민심으로 보는 것인데 백성의 마음을 읽으려면 자신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자신과 측근의 생각은 가까운 것이고, 하급 벼슬아치나 변방 백성의 생각은 멀다.

민심이 천심이다. 사람이 사람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민심을 따르지 않은 정치는 필패다.

 

어찌 국민 스스로 이런 시절을 만들었을까?

대통령이 마음 한번 바꾸면 간단할 일이건만, 참 감당하기 벅차다.

두물머리 사제들의 기도는 강심에 담긴 천심을 흠숭하는 재계이다. 강심을 학대하는 무지에의 성찰이며, 무지한 자의 정수리에 지혜의 은사를 간구하는 안수의 손길이다. 동시에 향후 2년 반의 시간에 대한 무사고의 기원이기도 하다.

사제들은 용산참사 현장의 단식에 이어 몸도 추스르지 못한 상태로 또다시 생명의 강가에 참회의 자리를 깔고 있다.

 

청하오니,

열리소서 천심이여!

말하소서 강심이여!

일어서소서 민심이여!

 

<박기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