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술·담배에 '죄악세(Sin tax)' 도입할 듯

道雨 2010. 5. 19. 16:36

 

 

 

MB, 6.2선거 후 술·담배에 '죄악세(Sin tax)' 도입할 듯

 

     - ‘부자 감세’를 ‘서민 증세’로 메워

[폴리뉴스 정찬 기자 ]

이명박 정부가 6.2지방선거 이후 술, 담배에 대폭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으로 죄악세(Sin tax)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재정건전화 도모이다.

이른바 ‘부자감세’로 인한 매년 20조원의 세수감소분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은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직접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최하고 재정건전화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재정건전화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성장을 위한 재정지출은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앞으로 재정건전성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성장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개의 과제를 제시했을 뿐이다.

이처럼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알맹이 없는 회의로 전락한 데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세금과 관련된 대책을 발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이번 재정전략회의 때 ‘지속 가능한 재정 건전성을 위한 향후 5년간 재정전략(가칭)’이란 제목으로, 술, 담배 등 외부불경제 상품에 대한 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죄악세(Sin Tax) 도입과 함께, 비과세감면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세제개편방안을 이 대통령에 보고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이들 외부불경제 품목에 대한 세율 인상을 추진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중도서민’행보에 밀려 보류됐으며, 이번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눈치 때문에 미뤄진 것이다.

그러나 국가재정전략회의 다음날인 1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는 8월 마련될 금년도 세제개편안에 담뱃세ㆍ주세 인상안을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며, “담뱃세ㆍ주세 인상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주문했다.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4월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윤증현 장관이 만나, ‘올해 세제개편은 증세 기조로 간다’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담뱃세와 주세 인상 및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서도 드러난다.

 

부자감세로 매년 20조원의 세수 감소...5년에 100조원

정부가 재정적자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금까지의 다소 방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재정건전화를 적극적인 정책과제를 설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발생한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분명한 원인 진단이 결여된 채, 서민들에게 재정적자의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재정건전화를 도모한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만에 관리대상수지 기준 재정적자가 60조 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재정적자가 200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참여정부 5년 동안 17조 원 재정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경우 재정파탄에 가깝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재정적자 급증의 원인을 단순히 지난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탓으로 돌리고 구체적인 원인진단은 회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 누증의 구조적 원인은 먼저 세수기반이 약화된 데다 재정지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중 최대 논란거리는 세수기반 약화다. 이는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된 소득세, 법인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 때문이다. 이른바 ‘부자감세’이다. 이로 인한 세수 감소금액은 매년 20조원이나 된다.

법인세율 인하의 혜택은, 총 법인기업 중 상위 0.8%의 대기업에게만 75.4%가 쏠리는 반면, 매년 추산되는 세수감소분은 약 10조원에 이른다.

소득세율 인하도 우리 국민의 소득 상위자 10%에게 감세효과의 78%가 부여되며, 세수감소분만 6조원이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상속세 완화로 매년 3조원의 세수가 감소된다.

이를 이명박 정부 5년 임기동안으로 환산하면 100조원에 가깝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건전화 대책 수립시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가 5월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 “재정전략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된 무분별한 부자감세의 원상회복과 각종 조세특례조항의 일몰 적용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가장 손쉽게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소위 죄악세를 도입해 술과 담배, 도박 등에 세금을 증세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6.2선거만 끝나면 여론몰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술과 담배에만 죄악세로 약 10조원의 세금 더 걷을 듯

여기서 문제는 술과 담배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담배상품의 가격은 2500원이지만, 여기에 이미 1566.6원의 세금이 붙어있다. 대략 상품가격의 63%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경작농민안정화기금 15원, 폐기물 부담금 7원과 10%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07년 기준 약 44억 갑의 담배가 판매돼 담배에 붙은 세금만 6조6천억원이다. 흡연자 기준 1명이 연 약 50만원의 세금을 담배를 구매하면서 낸 것이다. 여기에 정부 계획대로 죄악세를 도입할 경우 세수를 최소 5조원에서 8조원까지 증대시킬 수 있다.

주류의 경우 탁주를 제외하고, 현재에도 출고가격의 53%(주세+교육세+부가세)가 세금이다. 이중 주세 수입만 지난 2007년 종합부동산세 2조4천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술에도 죄악세가 도입될 경우 최소한 3조원에서 5조원의 세수증대효과가 있다.

정부는 술, 담배에 대한 죄악세 도입만으로 약 10조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부자감세로 인한 부족세수분 중 50% 수준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재정부는 흡연과 음주, 도박의 폐해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을 홍보하며 이들 죄악세 도입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

 

부자감세 철회 없는 죄악세 도입...국민 반발 부를 수도

정부가 밝혔듯이 흡연과 음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고 당연하다. 이에 지금까지 여러 번에 걸친 담뱃세 인상시 이러한 논리들을 국민들은 수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대한 반발심리가 커, 과연 정부의 의지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담배와 술의 주 소비층이 서민층이다. 결국 부자들에게 감세로 혜택을 주고 이를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뺀다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증세방안은 빈익빈부익부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소득하위 10%가 총소득의 1.83%를 담배와 술 소비에 쓰여졌고, 하위 40%까지는 자신의 연봉의 1% 이상을 술과 담배 소비에 썼다. 반면 상위 10%의 소비비중은 0.38%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현행 세금구조상, 담배와 술에 대한 죄악세 도입은 중서민에게 더 큰 부담만 지우게 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란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죄악세 도입이, 이들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체적인 재정지출 명분 없이, 지금처럼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을 땜방식으로 메우기 위한 죄악세 도입에 대해서는 강한 반발만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사태로, 한 국가의 부도가 외환유동성 위기 뿐 아니라 재정적자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보여줬다.

이에 정부가 국가재정 건전화를 정책과제로 설정한 것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집권 1-2년차에 밀어붙였던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은 채, 서민들을 비롯한 일반국민에게 세금의 부담을 증가시키려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대책은, 자칫하면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낳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