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캐나다는 광우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미국은 발생 숫자가 적다고 말할 수 있다.
2년 전 항의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재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던 것이 미국의 광우병 발생 여부가 아니었다. 그로 인해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 지위가 변경될 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캐나다의 광우병 발생 상황은 더이상 논거가 되지 않는다.
발생 여부를 떠나 미국과 캐나다는 동등한 광우병 통제국이다. 더욱이 광우병 통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 해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지위가 변경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세계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통제와 관리에 성공한 사례는 오직 유럽연합(EU)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우병 통제에서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유럽연합의 과학기준과 정책이다. 그 기준을 따를 때 광우병이란 결코 두려워할 필요 없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통제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가 광우병에 유효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미국의 기준과 정책으로 수입개방을 결정하면서 한국에서의 광우병 논의는 더이상 자연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 문제로 변질된다.
당시 정부는 검역에서 가장 중요한 ‘잠재적 위험성’과 이에 따른 사전예방 원칙을 유독 광우병에서만 부정했다. 오히려 이를 지적하는 정당한 주장에 대해 위험을 과장하는 선동세력이라 비난했다.
정부 스스로 검역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잠재적 위험’을 부정하고 광우병 발병 숫자나 확률을 따졌다. ‘사실적 위험’만을 주장한 것으로서 역사적으로 매우 부끄러운 사례를 남겼다.
이런 여론몰이로 인해 유럽연합은커녕 캐나다보다도 부실한 도축체계의 미국 쇠고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피디수첩’이 지금도 재판정 피고석에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수입하는 쪽의 잠재적 위험을 다룬 방송이 왜곡 과장된 것이고, 여당 의원들의 말처럼 정부 전복의 의도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신종플루 유행 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백신을 수입한 질병관리본부나 방역 목적으로 건강한 동물들을 죽인 구제역 방역팀 모두 정부 전복 세력이다. 이들의 비용을 댄 정부야말로 불순세력이다.
지금도 광우병 발생 숫자와 확률이나 따지는 이들이라면 속칭 소아마비라는 질병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 발생이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폴리오 백신 접종을 거부해야 한다. 보건당국의 위험성 과장이자 사실 왜곡이니까.
최근 미국 상원은 한국 시장의 쇠고기 전면수입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허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체결한 멕시코조차 지난해 말 미국으로부터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으로 타결했다. 이에 대해 미 상원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얼마나 한국 정부의 비과학적 주장을 악용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얼마나 미국에 바보처럼 보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요즘 캐나다로부터의 수입압력이 거세다. 잘못 끼운 첫 단추 미국과의 형평성 때문에 수입을 재개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당장 어느 정도 개방하느냐보다는 촛불사태 이후 일본, 홍콩, 대만,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등 여러 국제상황에 근거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그렇다면 지금 재판정에 피고로 서서 반성해야 할 이는 누구인가?
당시 통상관만이 아니라 국가수반임에도 불구하고 안 사먹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과 함께 국민 대상의 거짓 사과를 했던 그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피고석에 서서 반성 좀 하세요
»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은 금치산자? (0) | 2010.07.09 |
---|---|
승정원과 청와대 (0) | 2010.07.07 |
봉공수법(奉公守法) (0) | 2010.07.01 |
공기 없이 살 수는 없다 (0) | 2010.07.01 |
대통령의 소신 (0) | 2010.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