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금치산자? | |
심신상실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법원의 금치산 선고제가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을 금치산자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은 2012년 4월에 환수하기로 한 전작권을 3년7개월 더 연장하는 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합의했다. ‘합의’했다기보다 ‘진상’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관련한 이면거래 의혹까지 나올 만큼 굴욕적이다.
전시 군사주권을 외국에 넘긴 나라는 유엔 가입국 192개 중에 우리가 유일하다. 박정희 정권 시기(1971년) 미국 관리가 말한 대로 “유모가 평생 같이 있어 주길” 바라는 유치한 유아적 발상이고 대처다. 국내총생산(GDP) 100억달러도 안 되는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주권의 환수를 주저하는 이 정부와 이를 떠받드는 보수세력의 본질은 ‘사대주의’ 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금치산’ 현상은 도처에서 나타난다.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 조사결과 발표의 아귀 맞지 않는 의혹을 유엔에 제기한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가스통을 휴대하고 몰려가 난동을 부린 보수단체의 행태는 자유당 시절 땃벌떼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성실하게 사업하는 민간인이 대통령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총리실 직원들이 ‘영포회 완장’을 차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작살냈다.
이 정부에서 ‘고소영’이 요직을 독점하면서 공직사회는 ‘소리 없는 분노’가 퍼졌다. 특정 지역 출신은 지검장에 한 명도,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61명 중 단 1명도 두지 않는 차별정책은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조선 말기 노론정권이 모든 지역·계층 인물을 배제하고 특정 성씨의 세도정치를 하다가 망국을 불러왔다.
서울 양천경찰서의 시민들 고문은 이 정권이 갈 데까지 가고 있구나 하는 개탄과 분노를 갖게 한다. 박종철 등 민주인사들의 생명을 앗아간 5공의 저승사자가 다시 나타났다. 유신·5공 회귀현상은 도처에서 빈발한다. 국민을 금치산자로 만드는 패역이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는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의 셈법이고,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의 구속과 시민단체들에 대한 ‘불참 각서’ 요구, 그리고 정부 보조금을 같은 ‘패거리’에게만 집중지원한 것은 자유당 정권이 반공청년단 등에만 지원했던 일과 비슷하다. 공직이 ‘사익추구동맹’이 되고 국민 세금이 이들의 쌈짓돈으로 전용됐다.
정부는 지금 정권 홍보의 대가로 조중동에 지상파 방송을 주고자 각종 특혜 방법을 짜내고 있다. 시청료를 대폭 인상하여, 한국방송(KBS2)의 광고방송을 중단하고, 이를 저들 방송에 돌리려는 발상이다. 공영방송의 ‘땡이방송’도 모자라 지상파방송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몰아주겠다는 것은 5공의 언론통폐합 조처를 넘어선다.
이들의 ‘용비어천가’,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북풍뉴스’에도 깨어 있는 국민은 진실을 원했다.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이 이를 웅변한다. 6·2 선거의 가장 큰 성과라면 긴 세월 여론을 좌지우지해온 보수신문의 영향력을 국민이 극복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진영과 내각을 교체하고 있다. 집권 중반기에 말기현상을 드러내는 국정현안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사를 공정하게 하고 ‘마사지’되지 않은 여론을 들어야 한다. “바벨탑 이후의 가장 어리석은 토목공사”로 낙인된 4대강 공사를 포기하고 22조의 예산을 청년실업과 민생에 돌려야 한다.
국민을 금치산자로 묶으려는 ‘바람 잡는 그물’을 버려야 한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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