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검찰의 국회의원 후원회 사무실 일제 압수수색 관련 자료

道雨 2010. 11. 8. 12:43

 

 

 

     공정성과 형평성 잃은 검찰의 압수수색
한겨레
 
불법행위를 파헤치는 것은 검찰 등 수사기관고유 권한이자 의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법을 어겼다면 소속 정당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대원칙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부패 척결이라는 목적 하나로 모든 게 합리화될 수는 없다. 검찰이 최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여러모로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은 증거 수집을 위한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하는 게 옳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취임사에서 “명예와 배려를 소중하게 여기는 신사다운 수사” “의사가 환부만 도려내듯 정교하게 하는 수사”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에서 ‘신사다움’이나 ‘정교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지적했듯이 증거를 인멸하기 힘든 자료다.

압수수색이 파문을 빚자 수사 주체인 서울북부지검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청해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가 있어서 압수수색을 한 것이 아니고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해명은 도리어 의구심만 증폭시킨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우선 압수수색부터 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해당 의원들의 정치생명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검찰 설명대로 범죄 혐의도 불분명한 정치인들에 대해 압수수색부터 했다면 검찰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후원회 통장뿐 아니라 지역위원회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복제해 가고, 일부 의원의 사무국장 부인 통장과 부모 집까지 뒤졌다고 한다. 특히 검찰이 복제해 간 하드디스크에는 당원과 대의원 명부, 각종 보고서 등 정당의 각종 기밀자료가 들어 있다고 야당 쪽은 반발한다. 검찰로서는 정당의 내밀한 활동 내역을 손금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를 손에 넣은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이 이번 수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혐의를 찾아내 ‘별건 수사’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압수수색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검찰의 공정성과 형평성 상실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검찰 성상납 의혹 사건 등에서는 이런 날쌔고 과감한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 대포폰’ 사건의 경우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책하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대포폰 수사 문제로 궁지에 몰린 검찰이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는 얄팍한 꾀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패 척결에 성역이 있을 수는 없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도덕적 불감증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이 사회 일각의 정치혐오증에 편승해 마구잡이식 수사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검찰의 더욱 신중하고도 세심한 수사 자세를 요구한다.

 

<2010. 11. 8  사설>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의원 무게
한겨레
» 김효순 대기자
 
 
민주화운동이 이룬 성과의 최대 수혜자는 검찰과 수구언론이다. 역설적이지만,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거나 민주화를 늦추는 데 힘을 보탠 두 집단이 확대된 활동영역에서 마구 힘을 발휘한다.
 
권위주의 통치 시대에 검찰은 정권의 하수인이었다. 그 시절에 검찰 고위 간부를 지냈던 인사가 스스로 사냥개였다고 고백하니 외부 사람이 가타부타 덧붙일 것도 없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권력을 남용하던 여러 기관들의 위세가 툭 꺾이자 검찰의 위상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검찰 공화국’의 탄생이다.

 

 

요즘 검찰의 칼질이 예사스럽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 이후 주춤했던 대형 기획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몇 기업 상대로 비자금 수사가 벌어지더니 별로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불법로비 사건으로 불이 붙었다.

 

지난주 현역 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에 대해 일제히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정변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근자에 없었던 일이다.

김황식 총리가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썼으니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말살 음모라고 방방 뜨는 것도 조건반사적 침소봉대로 폄하하기도 어렵다.

 

검찰의 시도는 시기적으로 대담하다. 정기국회 회기 중 대정부질문이 벌어진 날, 그것도 현 정권이 국운 상승의 대형 이벤트로 추어올리고 있는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조금이라도 검찰의 생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일제 압수수색에 따른 파장이나 정치권 반발을 검찰이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기관이라고 자부한다.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를 독점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회고록이나 저서를 보면 조직에 대한 무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표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엘리트집단이라는 낯뜨거운 표현도 등장한다.

 

그런 최고의 검찰이 정치권의 조직적 반발을 다 고려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면 드디어 성역 없는 구악청산에 나선 걸까?

국회의원이 입법 과정에서 로비를 받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회계처리가 불투명했다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압수수색을 당한 의원의 거의 절반이 여당 소속이니 야당 의원을 표적 삼아 수사를 벌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간 검찰이 보인 행태를 보면 뭔가 환골탈태하려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수사 부실이다.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국가기관의 자료를 조직적으로 폐기하고 그런 과정에서 인질 유괴범 또는 사기범들이나 쓸 대포폰을 사용했다면 이것은 정말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권좌에서 떨어진 것은 증거를 은폐하고 거짓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총리실과 청와대 직원이 대포폰을 주고받으며 범행 증거를 지우려 한 행위는 의원들의 불법 로비자금 수수 혐의보다 훨씬 중대하다.

청목회 로비 사건이야 혐의가 전부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의원들의 불투명한 자금수수 추태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대포폰 의혹은 국가기관의 범죄를 은폐한 국가 범죄가 된다.

 

이번 파문을 보면서 청와대 행정관이 그렇게 높은 자리인 줄 처음 알았다. 검찰은 이 행정관을 청사로 소환하지 않고 외부에서 만나 해명을 들었다고 한다. 칼을 뽑다가 그냥 거둬들인 것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관련자들 대부분이 특정 지역 출신으로 얽혀 있다. 그 뒤에는 대통령의 친형이 보일 듯 말 듯 하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뱃심 있는 검찰이라면 이럴 때 청와대 일제 압수수색을 한번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있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무죄추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법관의 자세라면, 합리적 의심이 생기면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 검사의 자세가 아닌가?

 

 

<김효순 대기자hyoskim@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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