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공정사회(公正社會)

道雨 2010. 12. 3. 15:24

 

 

 

                                        공정사회(公正社會)

 

 

 

공정(公正)이란 공평하면서도 올바른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공평하면서도 정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정사회란 공평한 것 또는 정당한 것 한 가지만으로는 안되고, 공평함과 정당함을 아울러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공평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공평보다는 상대적인 공평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절대적인 공평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선거에서 1인1표의 평등선거나 법정 연령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는 보통선거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상대적인 공평이 필요한 경우는 주로 경제적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하루 밥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1만원은, 수백억을 가진 부자들의 100만원 보다 더 가치가 있다. 이른바 상대적이고 심리적이며 주관적인 가치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상대적인 공평에도 익숙해져 있다.

(비록 그 기준점이 너무 낮기는하지만) 소득이 매우 적은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면제해주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낮은 세율,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세율을 높이는 누진세를 적용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들(대체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대체로 부자들)에게는 원가 이상의 요금체계에다 누진요금제를 적용한다.

마을에서 자체로 사업을 벌일 때도 가구마다 일정한 금액을 거출하기도 하지만, 잘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그 보다 더 많은 금액을 거출하거나 또는 자발적으로 찬조하기도 한다.

그만큼 여러 분야에서 상대적인 공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절대적) 공평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상대적으로) 공평하지 못한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다고 생각된다.

한 예로 값 싼 국산차를 타는 사람이 비싼 외제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내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가 있다.

똑같은 사고를 내는 경우인데도 물어주는 비용에 있어서는 10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10배라는 배상금액의 차이도 차이지만, 가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자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100배 이상의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전혀 공평하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등이 공평하지 못한 사회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듯이, 공평함은 권력이나 경제력에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공평함이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이는 절대적 공평함이 되어서는 부족하며, 경우에 따라 상대적인 공평함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신자유주의 체제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는 상대적인 공평함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공정사회에서 공평함과 함께 또 요구되는 것이 정당성이다.

정당성이란 올바름을 일컫는다. 공평하게 처리된 일이라고 해서 모두가 올바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집 아이가 내 아이를 때려 팔을 부러지게 만들었다고 하여, 똑같이 그 아이의 팔을 부러뜨린다면 이는 공평(?)할진 모르지만,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내 차가 부서지고 불에 탔다고 하여, 일부러 상대방의 차를 불태워버린다면 이 또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한 동네에 사는 빈털터리와 만석군 부자가 시비가 붙은 끝에, 공평하게(?) 두 집 모두 불살라버렸다면 이 또한 올바른 행동이 아닐 것이다.

 

정당성의 판단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법적인 정당성, 사회 관습에 따른 정당성, 도덕적인 정당성, 양심적인 정당성 등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정당성이 모두 일치하면 좋겠지만, 서로 다른 경우에는 혼란이 따르게 되고,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가치관, 경험 등에 미루어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각각 달라지게 된다.

특히 법적인 정당성과 도덕적인 정당성 간에 괴리가 없도록 정치인(입법기관)들이 노력해야 하겠지만,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될 경우에는 도덕적인 정당성에 더 우선적인 가치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어렵지가 않다.

공평하게 그리고 정당하게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며 잣대가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으며, 두 눈은 가리고 있다. 눈을 가린 이유는 사람에 따라 차별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

아니 공정하려고 애쓰기라도 하고 있는가?

 

공정사회가 이루어지길 기다리고 또 기대하건만 작금의 세태를 볼 때 오히려 공정사회로 부터 자꾸만 멀어져 가고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 '대물'이란 드라마에서 하도야 검사가 검찰청사의 디케상 앞에서 울부짖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