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탁구 라켓의 나이테

道雨 2011. 1. 4. 17:10

 

 

 

 

                탁구 라켓의 나이테

 

 

 

탁구 라켓의 주 재료는 나무이며, 그 위에 부드러운 재질의 라바(공을 치는 부분에 붙이는 고무 같은 부분)를 붙여서 사용한다. 그리고 손잡이 부분과 뒷면 일부분에 코르크 재질이 붙어있다.

라바는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쓸 수가 있고, 일정기간 사용하면 교체해서 사용하지만, 라켓 자체는 자신의 손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하게 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라켓은 지금부터 약 1년 반쯤 전에 집사람이 내 생일 선물이라고 사준 것이다.

같은 탁구장에서 함께 탁구를 치는 어떤 회원이 내 라켓을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머리에 두드려도 보고하더니 꽤 괜찮은(좋다는 뜻이겠다) 것이라고 한다.

그걸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물었더니, 두드렸을 때 소리가 맑고, 또한 나이테가 촘촘하다고 한다. 그런데 왼손잡이에게 더 적당할 것 같다고 한다.

 

(에구,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다른 사람으로 부터도 소리가 좋다는 말은 들었었으나, 그 때까지 나는 라켓에 나이테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래서 라켓을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고, 나이테를 살펴보게 되었다.

 

과연 나이테가 있었다.

손잡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왼쪽은 촘촘하고 오른쪽은 왼쪽에 비해 약간 성기게 되어 간격이 넓었다.

 

 

 

 

그런데 내 라켓의 재료로 쓰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테를 세어보니 100개가 넘는다. 100년 이상 된 나무라는 뜻인 것이다. 

"야, 이 손바닥만 한게 100살이 넘었다니... "

 

절로 감탄의 마음이 우러나온다. 그리고 라켓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약간의 경외심이라고나 할까?

 

 

그러는 한편 예전에 보았던 글귀가 얼핏 머리를 스쳤다.

 

'무릎 꿇고 있는 나무'

 

로키산맥의 고지대에 사는 어떤 나무는 거센 바람과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오랜 세월이 지나도  크게 자라질 못하고, 이리 뒤틀리고 저리 기울어져 무릎 꿇고 있는 형상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명품 악기는 바로 이 무릎 꿇고 있는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 그 글(무릎 꿇고 있는 나무)을 읽었을 때, 나이테에 대한 생각은 하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탁구 라켓의 나이테에 대해 들었을 때, 그것이 바로 이 무릎 꿇고 있는 나무와 상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테는 바로 그 나무의 생장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생장환경이 좋을 때 그 나무는 부쩍부쩍 성장하게 되니 나이테의 간격이 넓어지고, 생장환경이 나쁠 때는 성장이 더디게 되어 그 만큼 나이테의 간격이 조밀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테의 간격이 조밀한 만큼 나무는 더욱 단단해지게 된다.

 

나이테가 촘촘한 나무, 즉 생장환경이 좋지 못했던 나무가 오히려 명품을 만든다는 이치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온실에서 자란 꽃보다 들판이나 산에서 야생으로 피어난 꽃들이 훨씬 더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살아 있을 때의 생명력 뿐만 아니라, 죽은(베어지고 난) 이후의 쓰임새에서도 고난을 겪어낸 나무들이 훨씬 더 훌륭한 악기가 되고 도구(라켓)가 되는 것이다.

 

 

사람도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하지 않던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갖추고 자라는 것 보다는, 부족함을 알고, 불편함을 느끼고, 또 주변을 보고 부딪히고 이해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훗날 더 바람직한 삶으로 이끌어줄 바탕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 왱이콩나물국밥집   (0) 2011.02.07
웃음보다 눈물이 좋다  (0) 2011.01.24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탁구대회 참여기  (0) 2010.12.03
공정사회(公正社會)  (0) 2010.12.03
소신보다 중요한 사람  (0) 20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