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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논의 왜곡하는 ‘세금폭탄론’과 ‘빈곤층 피해론’

道雨 2011. 1. 26. 15:01

 

 

 

 복지 논의 왜곡하는 ‘세금폭탄론’과 ‘빈곤층 피해론’

 

야당의 ‘보편적 복지론’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의 위력을 절감한 터라, 이번만큼은 초기부터 논의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수세력이 최근 들고 나온 공격 무기가 이른바 ‘세금폭탄론’과 ‘빈곤층 피해론’이다.

 

한나라당이 꺼내든 세금폭탄론은 복지 확대에 대한 두려움을 퍼뜨리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무상복지는 서민 주머니 털어 부자에게 혜택 주는 것”이라는 안상수 대표의 최근 발언이 이런 속셈을 잘 보여준다. 물가 폭등으로 생활이 날로 빠듯해지는 서민들에게 증세에 대한 반감을 유발해 복지 논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건 한나라당의 말바꾸기에서도 알 수 있다.

애초 한나라당은 야당의 복지 전략을 ‘서민 구미에 맞춘 선심성 공약 남발’을 뜻하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매도한 바 있다. “부자 주머니 털어 서민에게 혜택 주는 것”이라는 암시가 깔린 공세다.

이렇듯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 공세가 먹히지 않자 거꾸로 ‘서민 세금 부담’을 들고 나온 셈이다.

 

물론 복지 확대를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증세 부담은 부유층에게 더 가기 마련이고 이는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

바로 이 때문에도, 부유층을 배제하지 않는 사회 통합적 복지 전략이 불가피하다. 특정 집단을 배제한 복지 확대는 배제된 집단의 저항을 부르는 반면 보편적 복지는 사회 통합을 촉진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복지 논쟁을 왜곡하는 또다른 공세는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 빈곤 아동들이 굶게 된다’는 식의 ‘빈곤층 피해론’이다.

이런 공세는 복지의 의미를 ‘빈곤층에게 혜택을 베푸는 것’으로 축소·왜곡해 복지 논의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려 한다.

현재의 빈곤층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빈곤층 우선 배려’가 보편적 복지론의 대전제인 것도 분명하다.

‘누구한테나 일정 수준의 복지를 보장하자’는 주장을 ‘불우이웃 돕기’식 접근으로 공격해선 건전한 논의를 방해할 뿐이다.

 

장기적 복지 전략을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어떤 세력이든 당파적 이익을 잠시 접어두고 국가 장래를 위한 복지 논의에 진지하게 동참해야 할 것이다.


<2011.1.26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