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통령의 조문

道雨 2011. 1. 26. 15:16

 

 

 

               대통령의 조문 
 
» 김종구 논설위원

 

중요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국가원수가 어떤 형식과 격식을 갖춰 조문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이 직접 외국에 조문을 간 것은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장례식에 참석한 게 유일하다.

1963년 11월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에는 당선자 신분이었다.

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에도 이해찬 당시 총리가 참석했다.

 

 

대통령이 나라 안에서 일반인의 빈소를 직접 찾는 경우도 흔치 않다. 대부분은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 등을 보내 고인을 추모하는 게 일반적이다.

엊그제 세상을 떠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경우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임태희 비서실장을 보내 조문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대통령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 빈소와, 김덕룡 국민통합특보의 어머니 상가는 직접 찾았다.

김 회장 빈소 방문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청와대는 “고인이 대학 선배인데다 평소에도 친분을 쌓아온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특보는 대선 경선 기간에 이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대학 선배나 선대위원장 모친 상가까지 직접 챙기는 자상한 이 대통령이지만 ‘편이 다르다’ 싶으면 쌀쌀맞기 그지없다.

엊그제 49재를 지낸 리영희 선생 타계 때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 시대의 위대한 지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이 떠나는 자리이니 청와대 참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조화 하나쯤은 체면치레로라도 보낼 법한데 일절 외면했다.

죽음 앞에 대부분은 너그러워지고 겸허해진다는데 이 대통령은 예외인가 보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증. 이 대통령이 리영희 선생의 책이야 읽었을 리 없을 테고, 그럼 박완서 선생의 소설은 한 권이라도 읽은 적이 있을까.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