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제 입에는 확성기 대고, 언론에는 재갈 물리는가

道雨 2011. 1. 26. 15:23

 

 

 

제 입에는 확성기 대고, 언론에는 재갈 물리는가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 군과 정부 당국의 대처가 단단히 잘못됐다.

기밀 누설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전공을 홍보하는 데 골몰하면서, 제 뜻과 다르게 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선 상식 밖의 제재를 가하고 나섰다.

 

군당국은 작전 직후 작전 경과를 유례없이 상세하게 언론에 설명했다.

가령 군당국은 최영함이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특정 주파수인 초단파(VHF) 상선검색망으로 호출해 작전이 시작된다는 내용을 한국어로 알렸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영함이 삼호주얼리호를 쫓아가면서 포를 계속 쏴서 언제 구조작전이 시작될지 알 수 없도록 기만작전을 폈다는 내용도 친절하게 설명했다.

모두 해적들한테 알려져선 안 될 작전 기밀들이다. 오죽하면 그제 국방위원회 간담회에서 여야 국방위원들이 군의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 정도였다.

 

군의 행위는 우리의 전술을 모두에게 노출하는 것이다.

다음에 비슷한 작전을 하게 될 경우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이런 행위가 해적들을 자극해, 납치돼 억류중인 금미305호 선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연합작전을 폈던 다른 나라 군대한테도 부담을 줄 것이다.

전공을 홍보할 욕심이 앞선 나머지, 기밀을 유지하면서 또다른 상황에 대처한다는 군의 기본 임무를 망각해버린 것이다.

 

 

군당국은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실패 상황을 보도했던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 등에 대해 보도유예(엠바고) 요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부처 전체에 대한 취재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어제 청와대는 이 방침을 실행한다면서 두 매체의 출입기자 등록까지 취소했다.

당시 보도유예 요청에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처럼 언론기관으로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수준의 제재를 하는 것은 분명히 지나치다.

과거 관례를 봐도 비슷한 경우에 일정 기간 해당 출입처 취재를 제한하는 정도 이상의 제재를 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 군당국은 스스로 기밀 누설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언론한테만 일방적으로 보도유예를 요구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제재를 한다면 그 정당성을 누가 인정하겠는가.

 

정부의 이런 처사는 결국 제 뜻과 다르게 보도한 언론매체에 보복 차원에서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2011. 1. 26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