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위한 광고 확대는 결국 국민부담 | |
매체시장에 신문과 방송을 함께 가진 포식자를 집어넣은 정부는 그들의 먹거리를 마련해주려는 궁리로 바쁘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업무보고를 통해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2010년 8조1000억원에서 2015년 13조8000억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74%인 광고비를 5년 안에 1.0%로 높여 5조원 이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광고계 임원들을 모아놓고 “광고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커지고 국가 경쟁력도 강화된다”고 했다고 한다.
정부나 매체사들은 광고주들만 잘 설득하거나 그들의 이익만 챙겨주면 광고비가 늘어난다고 믿는 듯하다. 광고주가 어느 매체에 얼마의 광고비를 지불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이 광고비의 주인이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광고비는 주요 광고주인 기업경영진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을 강 살리기라고 우기는 정부 광고비도 정부나 공무원들이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꼬박꼬박 내는 세금인 것처럼 말이다. 담뱃세도 담배회사가 국세청에 내지만 결국 흡연자의 돈을 대신 납부해주는 데 불과하다.
광고비는 상품 가격에 떠넘겨져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광고주는 소비자들이 내는 광고비를 매체사에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방통위 계획대로 2015년까지 연간 광고비를 5조원 정도 늘린다고 보자. 그러면 한 가구가 새로 부담해야 할 광고비용은 1년에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현재 내는 수신료 연 3만원의 열배 이상이다. 우리는 광고만 조금 봐주면 재미있는 드라마나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프로그램들을 거저 볼 수 있으니 공짜라고 여길지 모른다. 또 광고를 보고도 상품을 안 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얼핏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보면 광고비는 어차피 누군가가 내야 한다. 바로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이다. 기업들은 광고를 보고도 상품을 사지 않을 사람까지 계산하여 상품값을 결정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것도 안 사고 소비를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광고를 보지 않은 제품마저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았는데 상품에 들어 있는 광고비를 자신도 모르게 내야 하니 알고 보면 오히려 억울할 법도 하다.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광고 안 하는 상품만 골라서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광고비란 것이 정부가 억지로 성장시키겠다고 해서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온갖 무리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 의약품 등의 광고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우리가 내는 광고비를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당연한 권리이다. 우리의 세금으로 마련된 나라 살림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꼼꼼히 감시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금은 형식적으로나마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기라도 한다. 광고비 배분을 결정하는 광고제도와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매체간의 이익 다툼과 정부의 정략적 의도만 보인다.
정부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매체산업과 여론 지형을 바꿔놓기 위해 광고제도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광고비의 주인인 국민과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도전이고 약탈이다.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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