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이 비공개로 무엇보다 군당국이 군사기밀 개념을 편의적으로 확대적용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기밀 개념은 국민의 알권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 대법원은 <뉴욕 타임스> 신문이 국방부의 베트남전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한 사건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언론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1971년 판결했다. 이 판결은 민주국가의 일반적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군당국자들이 공사석에서 거론하는 ‘군사기밀 누설’ 사례들에서는 이렇다 할 안보 위협 요소를 찾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정기국회 무렵 K-21 전투장갑차, K-11 소총, K-1 전차 등의 부실 정비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그렇다.
이들 사안은 국방부가 비공개로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간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공개됨으로써 안보가 침해되었다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되레 공론화됨으로써 정비 부실과 방산 비리를 막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을 것이다.
거꾸로 군당국은 불과 얼마 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을 상세히 설명하다가 국방위원들한테 질책을 당했다. 작전 성과를 홍보하는 데 정신이 팔려 군사기밀을 스스로 노출한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는 지나친 비밀주의를 드러냈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를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군사기밀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 이전에, 군당국의 그릇된 군사기밀 인식을 바로잡는 게 순서일 것이다.
게다가 군사기밀보호법은 1~7년 이하 징역 등 강도 높은 처벌조항이 딸린 법이다. 그런 사안을 국회 심의를 거쳐 법을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 행정부 차원에서 시행령만으로 손질하겠다는 발상도 터무니없다.
국회의원들이 국방부한테서 보고받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려면 국방부 허가를 받도록 한 것도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릇된 국방부의 발상을 국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도 국회도 다 잡겠다는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2011. 3. 1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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