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민도 국회도 다 잡겠다는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道雨 2011. 3. 1. 11:34

 

 

 

 국민도 국회도 다 잡겠다는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한겨레2011. 3. 1 사설

 

국방부가
군사기밀 보호 의무 주체를 예비역과 공무원, 민간인 등으로 사실상 확대하는 내용으로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군당국이 비공개로 국회에 설명한 군사정보가 간혹 언론에 보도되자, 그것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군당국이 군사기밀 개념을 편의적으로 확대적용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기밀 개념은 국민의 알권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미국 대법원은 <뉴욕 타임스> 신문이 국방부의 베트남전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한 사건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언론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1971년 판결했다. 이 판결은 민주국가의 일반적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군당국자들이 공사석에서 거론하는 ‘군사기밀 누설’ 사례들에서는 이렇다 할 안보 위협 요소를 찾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정기국회 무렵 K-21 전투장갑차, K-11 소총, K-1 전차 등의 부실 정비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그렇다.

이들 사안은 국방부가 비공개로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간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공개됨으로써 안보가 침해되었다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되레 공론화됨으로써 정비 부실과 방산 비리를 막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을 것이다.

 

거꾸로 군당국은 불과 얼마 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을 상세히 설명하다가 국방위원들한테 질책을 당했다. 작전 성과를 홍보하는 데 정신이 팔려 군사기밀을 스스로 노출한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는 지나친 비밀주의를 드러냈다. 그 결과 많은 국민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를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군사기밀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 이전에, 군당국의 그릇된 군사기밀 인식을 바로잡는 게 순서일 것이다.

 

게다가 군사기밀보호법은 1~7년 이하 징역 등 강도 높은 처벌조항이 딸린 법이다. 그런 사안을 국회 심의를 거쳐 법을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 행정부 차원에서 시행령만으로 손질하겠다는 발상도 터무니없다.

국회의원들이 국방부한테서 보고받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려면 국방부 허가를 받도록 한 것도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릇된 국방부의 발상을 국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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