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감세냐, 감세 철회냐

道雨 2011. 6. 20. 15:14

 

 

 

                감세냐, 감세 철회냐
 

 

[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대표 격인 감세정책이 드디어 철회될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추가감세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옳은 결정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소득세, 법인세 감세는 ‘작은 정부’와 감세는 무조건 옳다고 보는 맹목적 사고방식이 낳은 작품이다.

잘못된 이념이 나쁜 결과를 가져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부자 감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부자 감세 때문에 매년 20조원 가까운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낭비적 사업에 총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장 기조로 가져가는 바람에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국가 부채가 3년간 309조원에서 392조원으로 급증했다.

 

비슷한 전례를 미국의 레이건 정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 소위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만들고 키운 것이 바로 레이건 정부다.

레이건의 감세는 당시 보수적 경제학자 아서 래퍼가 주장했던 소위 ‘래퍼곡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래퍼는 당시 미국의 세율은 너무 높아 노동과 저축을 저해하고 있으므로 감세를 하면 노동, 저축, 경제활동의 인센티브가 높아져서 경제성장도 촉진되고 세수도 오히려 더 많이 걷힌다고 주장했다.

래퍼가 이 가설을 워싱턴의 어느 식당에서 국회의원에게 설명할 때 종이가 없어서 식탁 위의 종이 냅킨에 그림을 그려 설명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다.

 

레이건의 감세는 부자들의 소득이 먼저 올라가면 나중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소위 낙수(trickle-down)효과와 래퍼곡선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었는데, 결과는 전혀 빗나갔다.

낙수효과는 없이 부자들만 크게 득을 봐서 빈부격차는 커졌고, 경제 회복에도 실패했다. 세수는 감소한 반면 정부 지출을 제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했고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레이건 집권 전 200년간 누적된 미국 국가부채가 1조달러였는데, 레이건 집권 초기 4년 만에 국가부채가 1조8000억달러로 거의 두배가 되었으니 레이건 감세 정책의 폐해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레이건 감세 정책의 책임자로 활약했던 30대 중반의 예산관리청장 데이비드 스토크먼이 4년 뒤 레이건의 감세 정책에 항의하며 사임까지 했겠는가.

그는 재임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산관리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항상 숫자를 갖고 이야기하지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솔직히 실토하기도 했다.

 

미국의 감세는 192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세 차례 모두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추진됐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잘못된 부자 감세가 경제와 민생을 3년이나 할퀴고 난 뒤 이제 와서 철회한다고 하니 국민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