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미디어렙법은 뭉개고 KBS 수신료만 올리나

道雨 2011. 6. 22. 12:01

 

 

 

   미디어렙법은 뭉개고 KBS 수신료만 올리나

 

 

 

한나라당이 엊그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처리했다.

 

2009년 7월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언론관련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의사봉도 두드리지 않고 인상안을 가결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시급한 민생현안도 아니고 국민 여론마저 부정적인 사안인데도 한나라당은 언론 문제만 나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니 혀를 찰 노릇이다.

 

한나라당의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 처리는 여당 신임 지도부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취임 뒤 “(국회 운영에서) 일방 강행으로 극한까지 가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말해왔고, 야당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야당을 존중하고 두려워하며 걸어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황 대표가 이번 사태에 격노해 뒤늦게 당직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하지만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이번 의회 폭거는 민생 살리기를 놓고 여야 사이에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수신료 인상은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가 타당성을 철저히 따져보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도 충족되지 않은데다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현 정권 출범 이후 한국방송이 자임해온 정권 나팔수 노릇을 보면서 ‘지금 내는 수신료도 아깝다’고 여기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는 형편이다.

한국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확보되고, 경영 효율성에 대한 꼼꼼한 진단이 전제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결코 밀어붙여서는 안 될 사안이다.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보다 오히려 더 시급한 것은 올해 연말 출범하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광고영업과 관련한 미디어렙 법안의 마련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당론 확정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종편에 참여한 보수언론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은 밀어붙이고 미디어렙 법안 처리는 뭉개고 넘어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한나라당이 만약 이런 잔꾀를 부릴 요량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기 바란다.

무리수에 따른 국회 파행 사태와 민생 실종의 책임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에 돌아오며, 여당에서 등 돌린 유권자들을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다.

 

[2011. 6. 22  한겨레 사설]

 

 

 

 

***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 실시한 부자감세 조처로, 이 대통령 재임 5년간 총 96조원, 그리고 그 뒤에도 매년 25조원(이상 2008년 불변가격)의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게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