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한-미 FTA 비준 안된다

道雨 2011. 8. 12. 17:46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한-미 FTA 비준 안된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이 원천적인 불평등 조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의회가 심의중인 이행법률안에서 협정의 법적 지위가 우리와 다름이 확인된 것이다.

 

협정에 대해 우리나라는 국내 법률에 우선하는 지위를 부여한 반면, 미국은 연방 법률은 물론 각 주의 법률보다 아래의 지위에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불평등한 협정은 폐기되거나 재협상을 통해 수정돼야 한다.

 

 

국제 조약의 권리와 의무는 조약 당사국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나라마다 달리 적용되면 평등한 조약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곳곳에 불평등 조항을 담고 있다.

 

우선 전문에서부터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넣어 차별 대우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의 투자자는 미국의 연방 법률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한국은 협정으로 약속한 미국 투자자의 권리를 국내 법률로 규제할 경우 협정 위반이 된다.

 

금융거래와 서비스시장, 공공조달시장 접근에서도 차별을 두고 있다. 미국은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권한을 대부분 각 주의 정부에서 쥐고 있는데, 협정은 50개 미국 주 정부의 규제 권한을 포괄적으로 허용한다.

가령 주 정부가 한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도 자체 법적 근거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협정에서 ‘불합치’(유보) 항목으로 열거한 사안이 아니면 정부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 심지어 법원까지도 미국 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대외 통상조약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으면 특별법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협정이 발효되면 이와 충돌하는 현행 국내 법률 조항은 모두 무효가 된다. 앞으로도 협정과 충돌하는 법률이나 제도를 도입하면 미국 투자자가 소송을 걸 수 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는 벌써 협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 등의 개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협정이 국회 입법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8월 임시국회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비준동의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그 전에 협정의 심한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이대로 협정을 통과시키면 주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한-미FTA’ 위에 미국법

 

한국선 충돌우려 조례까지 개정했는데, 미국은 상·하원 비공식심사 마친 이행법안
“국내법과 충돌땐 효력 없다” 못박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이 미국 법률과 충돌하는 경우 법적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는 한-미 에프티에이가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거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에 우선하는 국내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균형을 상실한 불평등한 협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박주선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7일 미국 상·하원에서 비공식심사를 마친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엔, “양자(미국 법과 협정)가 저촉·충돌하는 경우 미국 법이 우선하며, 협정의 어느 규정이나 그러한 조항의 적용이 미국 법과 상충할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행법안의 내용은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맺은 통상협정이 기존 연방법이나 주법과 충돌하는 경우, 국내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협정의 어떤 규정도 미국 내에서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못박은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헌법 제6조에 따라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이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조약이 국내법과 상충될 경우엔 법 적용의 일반 원칙인 ‘신법 우선의 법칙’과 ‘특별법 우선의 원칙’으로 조약이 우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조약은 특별법이므로 국내법이 신법이라 하더라도 협정이 더 우선한다는 견해를 줄곧 밝혀왔다.

 

실제로 정부는 아직 국회 비준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는데도 한-미 에프티에이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정책에 줄줄이 제동을 걸고 있다.

4대강 공사로 공급 과잉에 이른 굴삭기(굴착기)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국회가 추진중인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법’에 난색을 표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한-미 두 나라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국회가 비준동의할 때 ‘국내법 우선 원칙’이란 조건부 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민주당)도 “두 나라 간 불평등을 국회가 바로잡도록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법이 협정에 우선한다는 조항은 미국-모로코, 미국-호주, 미국-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이행법에도 포함돼 있지만, 이는 국내적 효력만 있을 뿐 미국의 국제법적 의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협정 위반이 발생하면 우리는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미국을 추궁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