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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정치인과 고위관리들이 오키나와 미 해병대기지 이전협상 과정에서 몰래 미국 쪽에 정보를 주고 대처 방법까지 조언해준 사실이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공개로 드러나 일본 사회 안팎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위키리크스 한국 관련 외교전문은 한국의 정치인과 관리들은 물론 여론형성층의 친미활동이 일본 쪽보다 한술 더 뜬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08년 1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의 보고 전문에 따르면, 대통령 인수위에서 활동하던 최시중 현 방송통신위원장과 현인택 현 통일부 장관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그해 4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에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이미 약속한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들은 더 구체적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이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준비된 정책이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전에 보낸 미 대사관 전문은, 이 대통령이 남북문제 등에서 단순히 워싱턴 의도대로 움직이진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 신경을 쓰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문제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까지 해놨다.
친미 활동의 본진은 통상교섭본부다. 쇠고기 협상 때 정부를 설득해 미국 주장을 수용하도록 했고,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추진이 미국 제약회사 이익을 해친다며 반발하던 미국 정부 입장이 관철되도록 “필사적으로”(like hell) 싸웠다고,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토로했다. 싸운 대상이 한국 정부일 테니, 통상교섭본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기관인가.
미국 정부에 대북 강경책을 주문한 2008년 12월 김태효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은 <한겨레>와 <엠비시>를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2~3개밖에 남지 않은 언론으로 꼽았다.
2009년 1월 두 대학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등, 국내정치 사정을 시시콜콜 미 대사에게 보고했다. 전문들은 외교분야에서도 한국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강요당하거나 코치를 받고 있는 현실을 재확인했다.
물론 이런 전문에는 미국 쪽의 뜻에 따라 굴절된 부분이나 자의적인 판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 속에 투영된 우리 정치인이나 관리, 교수 등 여론주도층의 모습은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사대주의자로 비친다. ‘해방’된 지 66년이나 지났다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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