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PD수첩' 무죄 판결 받고도 공개 사과한 MBC의 굴종적 행태

道雨 2011. 9. 7. 15:15

 

 

 

 

무죄 받고도 공개 사과한 MBC의 굴종적 행태
 

 

 

<문화방송>(MBC)이 어제 주요 일간신문에 대국민 사과 광고를 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2008년 4월의 ‘피디수첩’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간과한 사실이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나 사과드린다는 내용이다.

문화방송은 밤 9시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서도 사과 방송을 했다.

 

재판 결과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시청자라면 피디수첩이 유죄 판결이라도 받은 것으로 오해할 법하다. 하지만 피디수첩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피디수첩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자명하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런 감시와 비판은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보도의 일부 잘못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식을 외면한 채 정치권력과 검찰, 보수언론 등은 피디수첩에 재갈을 물리려고 끊임없이 헐뜯고 공격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3년4개월 동안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공방을 벌여야 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 당사자는 정부와 검찰, 그리고 수구언론이다.

그런데도 엉뚱하게 문화방송은 사실과 다른 일부 보도 내용을 이유로 사과를 하고,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제2, 제3의 피디수첩을 만들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으로 들린다. 문화방송 내부에선 피디수첩 제작진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고 한다.

 

문화방송이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을 기본 책무로 삼는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발표해야 할 성명은 따로 있었다. 비판 언론을 끊임없이 탄압하는 정치권력과 검찰 등을 질타하고 언론자유 수호 의지를 천명하는 성명이다.

그런 가운데 사소한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 책임 있는 언론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면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과문 어디에서도 정치권력이나 검찰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문화방송의 사과는 정권과 가까운 김재철 사장이 언론의 책무를 포기하고 정권 코드 맞추기에 발벗고 나선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 사장은 언론자유에 역행하는 ‘반성문’을 쓴 것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더이상 공영방송의 최고 책임자 자리를 지키고 있어선 안 된다.


 

 

 

 

 

            PD수첩’ 무죄판결 뒤 할 일
 

 

미디어 전망대

 

 

»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대법원이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이를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 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죄 결정은 기쁜 일이지만 마냥 환호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검찰의 표적수사와 기소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온갖 고초를 겪은 것은 <피디수첩> 제작진만이 아니다. 큰 상처와 생채기가 난 것은 성역 없는 감시와 비판 정신이다.

검찰의 기소는 <피디수첩> 제작진이 아니라 정권의 부당한 정책, 불통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려던 수많은 피디와 제작진 그리고 기자들에 대한 수사이자 기소였다.

언론의 비판 정신에 대한 기소이며 국민의 국정 감시와 비판권에 대한 기소이기도 했다.

 

공권력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프로그램에 표적수사를 하면서 언론인들의 자기검열이 늘어났다. 여전히 용기있는 언론인들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치열한 비판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심약한 사람들은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디수첩> 제작진을 탄압하고 기소까지 몰고간 자들은 내심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을지 모른다.

나중에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공권력으로 겁박하여 언론인들이 감히 정권에 비판의 날을 들이댈 엄두를 못 내게 하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노림수였기 때문이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부당한 해임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기소에서 그들은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법원에서는 정 전 사장의 해임은 부당하고 인터넷 논객은 무죄라고 판결했지만. 그러는 사이 공영방송은 낙하산 사장이 들어서서 정권의 나팔수가 되었고, 인터넷 토론방에서 비판적 담론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토론은 사라졌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주요 임무이며 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피디수첩>에 대한 음해성 왜곡 보도를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외면하고,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트집 삼아 문화방송사와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맞장구쳐서 문화방송 경영진은 허위 방송을 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 그들은 <피디수첩>이 허위 방송으로 국민을 오도하고 선동하였다고 끝까지 우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대법원 판결은 내려졌다.

이제는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탄압과 수사를 통해 언론의 감시와 비판 정신을 옥죄는 데 앞장섰거나 들러리를 섰던 사람들과 집단이 누구인지 밝히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누가 주도했는지 그리고 부추겼는지에 대해서도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검찰수사는 누구에 의해 어떠한 의도로 기획되고 추진되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지닌 언론과 언론인에 대해서는 언론의 비판 정신을 부인하며 자기부정 행위를 한 언론인도 낱낱이 가려야 할 것이다.

온갖 이론과 논리를 갖다 붙이면서 <피디수첩> 제작진의 비판정신을 부정한 학자들도 책임을 면할 길 없다.

 

엄중한 책임을 물어여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세력들은 기회가 되면 똑같은 짓을 되풀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PD수첩’ 법원이 죄 없다는데… 정권 눈치보는 MBC

 
   ㆍ노조 “제작진 확인사살”… 시민단체 “자해 수준”

‘대법원이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했다. 책임을 통감한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제작진에 죄가 없다는 최종 판결이 나왔는데도 MBC 사측은 자사 메인 뉴스와 신문 광고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시청자들은 “MBC가 정권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MBC는 지난 5일 사고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날 <뉴스데스크>의 톱과 두 번째 뉴스 역시 사과에 할애했다. 「뉴스데스크」는 톱뉴스 ‘PD수첩 책임 통감…재발 방지 약속’에서 “대법원은 2008년 4월29일 「PD수첩」의 보도 중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것은 ‘허위’라고 판결했다”며 “MBC는 오늘 사고를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실보도를 해야 할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 시작 직전 사고를 자막으로 내보낸 데 이어 똑같은 내용을 한 차례 더 방송한 것이다.

 

MBC는 5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6일 4개 종합일간지에도 사과광고(사진 아래)를 게재했다. | MBC 화면

 

「뉴스데스크」는 두 번째 뉴스 ‘PD수첩 의미와 파장…자유 누리되 책임져야’에서도 2008년 촛불집회와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을 요약한 뒤 “언론이 세상을 조금씩 치유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대법원은 그 역할의 위축을 우려했다. 하지만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며 “언론의 자유는 누리되, 책임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경고, 숙명적인 과제다”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 취지에 대한 상세한 보도는 없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언론 자유에 대한 원칙적인 인식을 피력한 사법부의 판결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었다”며 “「PD수첩」을 ‘확인사살’하고 그 대가로 권력으로부터 무엇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로 무죄가 인정된 조능희 PD는 자신의 트위터에 “후배와 한잔하고 들어오니 집사람이 묻습니다. 그 힘들었던 재판에 이겼는데 왜 졌다고 방송해? 저는 그냥 껄껄껄 웃었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착잡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시민사회에서도 MBC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PD수첩」 무죄 판결로 불편해진 정권의 심기를 MBC가 자해적인 보도로 달래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MBC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 취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무죄인데 왜 사과를 하나. 더 당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더 이상 MBC 뉴스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뉴스 제작진은 깊이 반성하기 바란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대법원이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는데 사과방송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상황이냐”며 “언론이 권력의 눈치만 보는 곳이라면 이미 그건 언론이 아니라 장사치”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과장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MBC가 사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 

 

광우병 보도 사과방송을 보면서 담당 변호사로서 내 눈을 의심했다
대법원은 해당 보도의 허위 여부를 직접 판단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 김형태 변호사
법조계 한구석에 이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재판에 이겼는데도 의뢰인인 <문화방송>(MBC)은 그 결과를 싹 무시하고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민형사 1·2·3심을 통해 여러 판사·검사·변호사들이 각자 자신의 논리를 동원해가며 재판에 매달렸는데 이번 사과방송 하나로 모두 의미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대법원 13인 전원합의체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정정·반론을 요구한 ‘피디수첩’의 7개 보도 중

△ 소의 특정위험물질이 7가지라는 보도는 분류기준에 따라 2가지일 수도 있으니 농수산식품부에 반론기회를 주어라

△ 한국인은 유전자 MM형이 94%여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니 정정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형사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문화방송은 대법원이 내린 결론이 무색하게 이렇게 사과했다.

 

“대법원은 최종판결에서 1.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과 2.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3.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로 결론 내렸습니다. … 기획의도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됩니다. …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은 언론사의 책무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문화방송을 대리해서 소송을 담당해온 변호사 입장에서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상대방이 할 이야기이지 내 의뢰인인 문화방송이 할 이야기인가.

 

대법원은 사과문이 주장하듯 다우너 소의 광우병 위험성이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관한 보도를 ‘허위’로 결론 내렸다는 식으로, 직접 판단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형사재판 1심에서는 모두 진실이라 판결했고, 민사재판 2심은 허위이지만 후속보도를 통해 일부 번역 실수 등이나 상황 변화를 정정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 2심은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관련 공무원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각 문화방송의 손을 들어주었다.

 

승소한 문화방송으로선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가 없었고 따라서 2심의 허위 여부 판단에 대해 다툴 방법이 없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한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우너 소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고, 이런 이유로 미국도 최근 다우너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했다.

아레사 빈슨 역시 방송 시점에서는 미국에서도 인간광우병 의심 보도를 했다. 피디수첩 보도는 형사재판 1심이 판결하였듯이 전혀 허위가 아니다.

 

백보를 양보해 법으론 이겼어도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보도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기능과 관련해선, 악의적이고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흠결을 따지지 말라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알아야만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대해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거다.

 

대법원은 다른 사안에서는 또 이렇게 역설한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도록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 왜냐하면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이나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무릇 표현의 자유에는 그것의 생존에 필요한 숨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대법원은 이번 사과방송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나에게 사건을 맡긴 문화방송과 이번 사과로 대법원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 문화방송은 서로 다른 존재인가.

 

< 김형태,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