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정 운영의 기본도 못 갖춘 ‘정전 정부’

道雨 2011. 9. 20. 12:38

 

 

 

     국정 운영의 기본도 못 갖춘 ‘정전 정부’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력수급 관리체계의 심각한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가장 한심한 것은 전력수급 조절을 책임지는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이 아직도 사고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순환정전 당시 보고된 예비전력량이 사실상 지경부의 묵인 아래 ‘조작’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엊그제 기자회견에 이어 어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력거래소의 허위보고를 지적했다.

지경부의 설명으로는 15일 오후 순환정전에 돌입했을 때 실제 예비전력은 24만㎾(예비율 0.35%)에 불과했다. 순환정전을 하지 않았다면 전국이 동시에 ‘블랙아웃’(광역 대정전) 상태에 빠지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거래소가 지경부에 보고한 예비전력은 148만㎾였다.

 

거래소 쪽은 지경부에 보고하는 예비전력은 중앙급전시스템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조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계산된 예비전력’과 실제 가용전력 사이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이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이 대기상태로 가동해야 할 발전설비를 원료비를 아끼려고 전혀 가동하지 않은 탓으로 돌린다.

결국 지경부는 전력거래소를, 거래소는 한전 발전자회사들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경부나 전력거래소가 공급능력에 얼마만큼의 허수가 있는지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경부는 발전원가 이하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발전회사들한테는 대기설비의 가동 중단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즉 전력 공급능력 조작은 지경부의 묵인에 따른 관행이었던 셈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정 운영의 기본 능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전을 찾아가 지경부와 거래소, 한전 등을 싸잡아 강하게 질타했다.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최 장관과 지경부에 사태 수습을 맡길 수는 없다.

 

민관합동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감사원을 통해 원인 규명과 전력수급체계의 전면적 개혁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