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국가의 정당한 정책도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앞에 맥없이 '무릎'

道雨 2011. 11. 2. 11:52

 

 

 

  국가의 정당한 정책도 ISD앞에 맥없이 ‘무릎’
- 다른 나라는 거의 안거는 소송, 미국은 건다


멕시코, 1억9180만달러 배상
   - 자당산업 보호 위한 소비세에, 미국 액상과당 기업들이 제소
아르헨, 1억6500만달러 배상
   - 30년간 수도 운영권 딴 미 기업, 부실관리로 권리 박탈되자 제소
캐나다, 담뱃갑 규제안 철회
   - '순한맛' 표기금지 도입 추진에, 필립모리스가 항의서 보내 저지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우리나라가 1967년부터 맺은 81개의 투자협정에서 도입한 제도로서 한국인의 국외 투자 보호를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상대국을 제소하거나, 외국 투자자에게 제소당한 적은 한번도 없다. 미국이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주로 이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 말까지 알려진 국제 중재사건 390건 가운데 미국 투자자가 신청한 사건이 108건,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것이 15건으로 전체의 31.5%(123건)다.
특히 1994년 미국·캐나다·멕시코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 발효되면서 중재사건이 급증했고, 그 실체가 드러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4년 1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나프타의 깨진 약속'이라는 기고문에서, "새로운 종류의 '권리장전'이 북미 전체에 걸쳐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환경, 보건, 안전을 위한 각종 규제들이 공격을 받아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까지 배상액을 합치면 130억달러가 넘는다"고 평가했다.

멕시코는 조세정책이 문제가 됐다.
멕시코 정부는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인 자당이 아니라 다른 감미료를 사용한 탄산음료에 소비세 20%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입산 액상과당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은 자국의 자당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처였다.
그러나 액상과당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 3곳이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고 멕시코 정부를 중재절차에 회부했고 중재심판부는 1억918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2006년 7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아르헨티나 투자협정 탓에 미국 기업 아주리에 1억6500만달러를 물어줘야 했다.

아주리는 미국 회사 엔론에서 분사한 기업인데, 1999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의 수도를 30년간 운영할 권리를 따냈다. 그때부터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고, 이듬해에는 독성 박테리아까지 쏟아졌다. 지방정부가 2001년 운영권 협약을 종결하자 아주리는 중재절차를 신청해 배상금을 받아냈다.

이러한 중재심판의 특징은 행정소송처럼 국가정책의 정당성이나 동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의 어떤 조처로 인해 투자자의 자산 가치가 감소했고, 이것이 협정 위반이라면 배상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다.

미국 기업인 메탈클래드가 쓰레기 폐기장 설치 허가를 취소한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낸 중재신청에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2000년에 내놓은 결정문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액의 배상금만이 아니다. 중재심판으로 가지 않고도 국가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

2001년 12월 캐나다 정부가 담뱃갑에 '순한 맛'이라고 표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자 미국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가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며 항의서를 보냈다. 캐나다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따른 배상금 부담을 계산해본 뒤 규제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우리 정부도 4대강 공사로 공급 과잉이 된 굴삭기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정책을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포기한 바 있다.

정은주 기자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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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로 ‘칼대는 법률’ 한국23개, 미국4개…“미국법 이식”
 

 

한-미FTA가 몰고올 제도적 파장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단체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주역이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은 한-미 협정을 일러 “미국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실제로 한쪽의 의무만 규정한 조항(shall)의 경우, 우리 쪽 의무규정 수가 미국의 8배나 된다.

한-미 협정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자동차법에서부터 우편법, 의약법, 저작권법, 공정거래법, 행정절차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23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미국이 바꾸는 법률은 관세법·무역법 등 4개뿐이다.

특히 ‘래칫조항’(ratchet·역진방지) 탓에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수는 있어도, 뒤로 후퇴하는 방향으로는 되돌릴 수는 없다.

 

 

 

 

 

 

중대형 차 세율 매해 단계적 인하
5년간 세수 3조8천억원 줄어들 듯

개별소비세·자동차세 조정될듯

 

 

 

우리나라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체계를 고칠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우리 쪽 조세체계를 변경하는 데 합의해 조세주권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관련 세제다.

우선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그간 우리 정부가 배기량 2000㏄ 초과 차량에 대해 10%씩 부과하던 개별소비세는 1000~2000㏄ 차량과 동일한 5%로 해마다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2009년 7월 이런 내용을 담은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수입차의 70% 이상이 배기량 2000㏄를 초과하므로, 혜택은 미국 업체에 돌아간다. 대신 우리 입장에선 세수가 줄어들고 국내 자동차 시장이 중대형차 위주로 재편되는 문제가 생긴다.

 

한-미 협정으로 자동차세 체계도 바뀐다. 현재 국회엔 승용차 자동차세의 세율 구간을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개별소비세(국세)와 자동차세(지방세) 체계가 변경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3조8189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우편사업 사실상 민영화의 길로
공공보험 더이상 새상품 못내놔

우편법·우체국예금보호법 달라져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제한될 수 있는 공공영역은 우편서비스다. 한-미 협정에 따라 국가가 독점하는 우편사업의 범위를 축소하도록 우편법을 개정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편법이 개정됨으로써 우편사업은 국가 독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국회에 계류중인 우편법 개정안을 보면, 모든 국제서류 배달서비스가 민간에 개방될 뿐만 아니라, 중량이 350g을 넘거나 우편요금이 통상요금의 10배가 넘는 경우에도 민간이 송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민영보험에 길을 터주고자 우체국보험을 강력히 견제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이와 관련해 개정되는 법률이 우체국예금보험법이다. 우선 규제 감독권이 지식경제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로 옮겨져 우체국보험이 민영보험과 동등한 규제를 받도록 했다.

 


무엇보다 현재 우체국보험이 취급하는 상품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변액생명보험, 손해보험, 퇴직보험 등 새로운 상품의 출시는 제한된다.

현재 4000만원인 보험상품 판매 가액 한도도 물가인상률 범위 안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민영보험에는 허용되는 것을 금지한 탓에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영화관 불법녹화 한국만 범죄로
저작권 침해 가처분도 허용 확대

저작권법·특허법등 수정 앞둬

 

 

 

지적재산권과 특허 분야 최강국인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이 분야에서 자국 이익을 분명하게 관철시키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난다. 대미 무역수지에서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는 2005년 20억달러 적자에서 2010년 48억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재권이나 특허권자의 권리도 한층 강화된다.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쪽의 주장만을 듣고 일방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한 탓이다. 앞으로는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주된 가처분 신청 무대로 변할 수 있는 셈이다.

한-미 협정은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강력한 처벌조항을 도입해,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세관원과 검사들이 지적재산권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미국 아메리칸대학이 공개한 ‘지적재산권 보고서’는 최근 미국 의회가 승인한 콜롬비아 및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한-미 협정에서는 ‘영화관에서의 불법녹화를 형사범죄로 규정’, ‘운송중인 물품에 대한 세관에서의 집행 허가’ 등 강력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의약품·특허권 연계…복제약 어렵게
위법기업도 대책 내놓으면 바로 구제

약사법·공정거래법 개정 대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식 제도와 기준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옮겨지는 분야도 많다.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절차와 특허권을 연계하는 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에서 이 제도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다.

 

만약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의약품의 복제약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허가를 받으려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특허권자한테 이를 통지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싼값의 복제약 출시가 늦어져 국내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동의의결제’라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려는 것도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의의결제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기업이 소비자 피해 구제·예방 방안을 제출하면 위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을 면해주는 제도다.

 

자동차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기준도 미국 잣대에 맞춰진다. 우리나라 환경부가 정하게 돼 있는 초저배출 차량 기준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규정집보다 더 엄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미 협정에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미국은 어떤 법 고치나
관세법·무역법등 변경
행정실무 거의 그대로

 

미국 의회를 통과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행정조처성명’ 서문을 보면, 미국의 법률이나 행정실무는 많이 변경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 이유로는 협정의 의무를 미국이 이미 다수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법과 판례가 한-미 협정과 상당히 일치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국이 개정할 법률은 4개뿐이다.

우선 ‘1950년 관세법’에서 5개 조항을 고친다. △원산지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조항(508조), △원산지 증빙서류의 오류를 자진신고해 관세를 납부하거나 △수입자 등 관련자에게 통보한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592조), △상습적으로 생산지를 허위 표기하는 사람에게 특혜관세 대우를 주지 않는 조항(514조), △수입신고 당시에 특혜관세를 신청하지 못한 경우 1년 이내에 사후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조항(520조) 등이 개정됐다.

또 한국산 상품에 대한 물품취급수수료를 면제하기 위해 ‘1985년 통합예산총괄조정법’을, 미국의 정부조달법상의 차별적 구매 요건에서 한국산 상품을 면제하기 위해 ‘1979년 무역협정법’을, 긴급수입제한조처에서 비밀영업정보의 공개 절차를 적용하기 위해 ‘1974년 무역법’을 일부 바꾸기로 했다.

 

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