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한-미 FTA, 국내 방송시장도 뒤흔든다

道雨 2011. 11. 2. 14:24

 

 

     한-미 FTA, 국내 방송시장도 뒤흔든다
 

 

비준 통과땐 폭스채널 등 한국법인 설립 가능
국내 제작물 의무편성도 줄어 중소PP 타격
“종편 등 매체환경 급변…방송관련 재협상을”

 

 

국회에서 여야가 격론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통과되면 국내 방송 시장은 개방의 큰 격랑을 맞게 된다.

특히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이 사실상 완전 개방돼 중소 피피들은 종편채널에 이어 존립을 위협하는 또다른 ‘태풍’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의 비준 동의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는 듯 지난달 17일 방송법 시행령과 방송 프로그램 편성 고시에 대한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방통위 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전에 입법 정비사항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입법예고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안이 통과되면 협정 발효시점부터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외국인에게 보도·종합편성·홈쇼핑 채널을 제외한 일반 채널에 대해 간접 투자(한국법인 설립 방식)가 100% 허용된다. 지금은 50%까지로 묶여 있다. 디즈니, 폭스채널 같은 미국의 유력 방송사업자들이 한국법인을 설립해 국내 안방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케이블·위성방송의 1개국(외국) 제작물 편성비율 상한선이 현행 60%에서 80%로 완화된다. 외국에서 수입한 영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 등 1개 국가 제작 콘텐츠물의 편성 비율이 높아지면서 특정 국가의 프로그램이 채널 콘텐츠를 독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프로그램 의존도가 더 심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케이블·위성 등 유료 방송의 애니메이션과 영화 부문에서 채널별 국내 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이 줄어든다. 영화는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축소됐다.

채널들은 국내 제작 영화를 연간 전체 시간의 20% 이상만 편성하면 된다. 쿼터 비율이 줄어드는 만큼 외국 제작물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들의 위축이 예상되는 이유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이 지금처럼 판권 거래가 유리할지 피피로 직접 방영하는 것이 좋을지 득실을 따져 진출한 뒤 자신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의 영화 콘텐츠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도 높다”며 “이럴 경우 인기가 높은 영화 채널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언론계와 학계에서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던 당시와 견줘 언론관계법 개정, 종편 등장 등 국내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달라진 만큼 방송 분야 협정에서 외국자본의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 등 방송 시장이 갈수록 경쟁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어 ‘고삐 풀린 외국 자본’의 폐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는 “당시는 종편의 출현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고정형 티브이가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스마트티브이나 방송결합상품까지 등장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이 채널이 아니라 프로그램 단위로 변하는 등 방송 시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세명대 교수)는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미디어렙)도 지상파 방송사처럼 외국 자본의 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방송 관련 협상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외국 자본이 미디어렙에 들어오면 국가 소송 등에 휩쓸릴 수 있고 방송 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공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홀딩스가 지난 27일 설립한 자사 렙, 미디어크리에이트에는 일본의 유력 광고회사 ‘하쿠호도’ 지분이 20% 포함되어 있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외국의 거대자본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도 국내에 재투자하지 않고 빼돌릴 구멍이 많아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